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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통과를 환영했다.
 개 식용 종식을 위한 국민행동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 통과를 환영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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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뉴스를 통해 '개식용 금지법'의 국회 통과 소식을 접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하는 얼떨떨함에 상황 파악을 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이제야 비로소 이 법안이 통과되었다는 사실에 부끄럽고 분개했다가, 함께 일했던 동물권 단체 활동가의 노고와 많은 장면들을 떠올리며 안도감이 찾아왔다.

소셜미디어에 이 소식을 공유하며 행간에는 외국인인 지인들이 나의 모국인 한국을 '그럼 지금까지 너희 나라에서는 아직도 개를 먹어왔단 말이야?'라고 생각할까봐 마음이 복잡했다. 그러나 앞으로 적어도 법망 내에서는 식용으로 생을 마감하는 개들은 없어질 것이다. 축하하고 기념하며 그렇다면 이 법안 통과로 인해 우리가 갖게 되는 질문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10년 전 첫 직장으로 동물보호단체를 다녔을 당시 업무의 일환으로 난생 처음 '개농장'이란 곳을 가봤다. 당시에 그런 장소를 가리키는 단어가 존재한다는 자체부터가 생경했지만 직접 가본 그곳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고 지옥이었다.

이전 해에 말티즈가 유행하고 이번 해는 푸들이 대세였다고 한다. 천 마리 가까이에 달하는 버려진 말티즈들이 빛도 안 들어오는 비닐하우스에서 악취에 찌들고 있었다. 인적이 드물었기에 비닐을 들추고 사람과 눈을 맞추면 천둥이 치는 양 천 마리의 개가 동시에 짖어대는데 그 소음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당시 동행한 기자들 또한 냄새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다며 한참 동안 들어가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다. 몰랐더라면 좋았을 사실이겠지만 개고기에는 '먹을 수 있는 개'와 '반려견으로 키우는 개'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의 동물권 운동이 개와 고양이에 한정되어 있다며 국내 동물권 활동가들을 '유난스러운 애견가' 정도로 치부하는 시선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인간의 삶에 가장 가까운 개부터 '종차별'을 하고 살육을 하는데 이것부터 해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진일보 할 수 있을까 싶다.

소음 때문에 길고양이가 싫다며 이웃이 챙겨 준 고양이 밥그릇에 깨진 유리를 뿌리는 사람. 이웃과 다퉈서 상대 이웃의 개를 몰래 데려다가 죽인 사람. 이는 모두 실제 동물보호단체에 활동하던 당시 접했던 일들이다. 유감이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까지 이런 것들이 법으로 규제되지 않으면 안 되는 세상임을 실감했던 나날들이었다.

많은 이들이 개의 눈망울을 통해 다정한 온기를 느낀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매일 같이 셀 수 없는, 귀여운 개와 고양이의 영상들이 쏟아진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미소 짓게 되고 연민 등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건 그들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소통하고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이며 이를 인간과는 다른 언어와 제스처로 표현할 때 우리는 '귀여움이 세상을 구할 거야'라고 다시 한 번 굳게 믿게 된다. 귀여움은 내게 해가 될 것이 없는, 가장 순수한 정겨움이다.

비건 운동가이자 심리학자인 멜라니 조이의 저서 중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개식용금지법 소식을 통해 안도와 슬픔 등의 여러가지 감정을 공유했을 이들이 그 마음을 다른 종의 생명들에게서도 발견하는 기회를 더 많이 갖게 되길 바란다.

태그:#개, #강아지, #개식용, #개식용금지법, #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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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한국을 떠나 런던을 거쳐 현재 베를린에 거주 중이다. 비건(비거니즘), 젠더 평등, 기후 위기 이 모든 것은 ‘불균형’에서 온다고 믿기에 그것에 조금씩 균열을 내 기울어진 운동장을 일으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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