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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명 신사의 스포츠 골프, 그 인기는 전 세계를 아우른다. 국내에도 SNS 인증 열풍과 더불어 골프 예능도 생겨나며 골프에 대한 인기는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타인과 접촉이 적고, 넓은 야외 골프장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는 특수성 덕에 오히려 호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골프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 동반하는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전국적으로 골프장 건설 및 증설이 이루어짐에 따라 자연 생태계의 변화와 수자원 소모 등의 환경 관련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환경 단체들은 골프장 산업의 지속 가능한 개발과 운영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고 있다.

올여름, 싸이의 흠뻑쇼 공연이 물 낭비 논란에 휩싸였다. 싸이의 흠뻑쇼 공연에선 한 번의 공연에 300t가량의 물을 사용하는데, 전국적인 가뭄으로 농가들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공연 한 번에 수백 톤의 물을 사용하는 게 맞는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골프장의 푸릇한 잔디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물의 양이 필요하다. 2022년 기준, 우리나라에 운영 중인 골프장은 전국 299개소로, 18홀로 환산하면 576개에 달한다. 전국 골프장에서 하루 동안 사용되는 물 사용량은 800t 기준으로 계산해도 무려 460,800t에 달한다. 이는 싸이의 흠뻑 쇼를 1,536회 공연할 수 있는 양이다.

골프장 잔디유지에 사용되는 200톤의 농약
    
물뿐만이 아니다. 골프장의 잔디 유지를 위해 사용하는 농약사용량도 함께 화두에 올랐다. 2020년 기준 골프장에 사용되는 농약은 202.1t으로 2017년부터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계속되는 기후 온난화로 인해 병충해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골프장의 농약 사용량도 함께 증가하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농약의 종류는 286개 품목이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농약은 '클로로타로닐'이다. 클로로타로닐은 DDT와 같은 유기염소제 계열 살충제로, DNA 손상 등을 유발한다는 학계의 우려로 인해 EU, 스위스 등에선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화학농약 안전기준을 위반한 사례가 29건, 잔류농약 검출 골프장은 522개에 달한다. 이렇게 사용된 농약은 인근 지역으로 흘러가 결국 토양오염과 수질오염을 야기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해외에선 골프장 농약이 토양과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측정·검사하는 시스템도 없고, 방지 대책 또한 전무하다. 현재 골프장의 농약 사용 제한을 명시한 물환경보전법에선 맹독성·고독성 농약의 사용만 금지할 뿐, 농약 사용량이나 잔류 농약 허용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매년 높아지는 골프장 농약 사용을 규제할 방도가 없는 것이다.

농약 관련 농업회사법인 두두바이오 대표이자 건국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골프장 관련 강의를 하는 윤기천 대표는 "농약 및 화학비료의 저감 정책과 더불어 친환경 비료 사용을 과감히 추진하고, 잔디 또한 친환경 자재로 구성하여 생장력을 키워야 한다"며 "골프장의 대중화에는 책임이 따른다. 공중 보건 측면이나 자연보전, 삶의 영속성 유지를 회피해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수자원 소모와 생태계 파괴 이슈가 발생하지만, 골프장은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11년 전국 골프장은 416개였지만 10년 사이 98개가 늘어나 2020년에는 514개가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시설업 자료에 따르면, 체육시설 면적 중 골프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89.7%이다. 국토의 70%가 산지인 대한민국의 지형에서 골프가 알맞은 스포츠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골프장 설립 증가의 직접적인 원인은 골프장의 입지규제 완화 정책이다. 대한민국은 골프장을 통제할 주무부처도 없는, 이른바 '골프장 막개발 공화국'인 것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에서는 골프장의 입지 규제를 강화하고, 입지 기준을 명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 역할 못하는 '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란 국가에서 실행하는 사업에 있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종합적으로 예측하고 분석· 평가하여 환경파괴와 환경오염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정책 수단이다. 골프장 또한 개발 이전, 사업 승인 단계에서 수질, 대기질, 법정보호종 서식여부 등 전반적인 환경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하여 제출한다.

환경영향평가서는 사업자 측이 직접 하거나,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에 의뢰하여 진행한다. 전문가 개입 없이 사업자 측이 독자적으로 측정하고 작성해 환경부나 지방자치단체에 제출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으로 인해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부실 작성하는 사례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노자산 골프장을 조성하는 거제 남부 관광단지 개발 관련 환경영향평가서에선 골프장 개발지 바깥에 대흥란이 95개체, 거제외줄달팽이가 1개체만 서식한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공동 조사를 벌인 결과 대흥란은 골프장 개발지 내에서 727개체, 거제외줄달팽이는 22개체 서식함을 확인했다(관련기사: 골프 치겠다고 이 희귀한 꽃을 죽이렵니까 https://omn.kr/252yw).

또한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 측은, "생태자연도 1등급 비율을 작성할 때 해상 비율은 빼고 작성해야 하지만, 업체 측은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1등급 비율과 생태 가치가 낮은 것으로 오인하도록 기재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지난 2020년 6월, 환경영향평가서를 거짓 작성한 업체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고발로 재판에 넘겨졌다. 최근(2023. 12. 14) 이 업체는 지난 5년간 160여 개의 환경영향평가서를 허위, 조작한 혐의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결심 공판에서 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 직원들에게 징역 6개월과 벌금형, 회사법인 벌금 1500만 원을 구형했다.
     
골프장의 생태계 파괴와 농약 사용 등으로 인한 환경파괴 심각성은 높아지고있다. 환경영향평가의 실효성이 의심되는 현재, 정부는 오히려 환경영향평가의 기준을 완화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래 내용은 현 환경영향평가제도와 관련하여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최영 팀장과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 환경영향평가에 문제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오히려 완화하는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설악산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의 조건부 동의부터 시작하여 국립공원 난개발이 풀렸기 때문에 완화가 시작됐다고 생각합니다. 산뿐만 아니라 많은 곳에서 환경영향평가 완화로 신속한 사업추진이 가능해졌기에, 경제성을 담보하여 개발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 환경영향평가서의 거짓·부실 작성이 빈번하게 일어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적발과 처벌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공탁제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공탁제가 가능해지기 위해선 그만큼 많은 인적 투자가 필요합니다. 우선 공탁을 받는 기관을 정해야 하는데, 예를 들어 KEI(환경연구원)이라면, 전국에서 쏟아지는 환경영향평가를 다 수행할 수 없습니다. 수행을 위한 요원 양성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투자한 만큼 환경영향평가가 많이 발생함을 가정하고 앞으로도 계속 사업 진행과 경제성장을 유지하겠다는 기조로도 읽힐 수 있습니다. 공적 투자라는 한 측면만 봐서는 쉽지 않은 문제라, 공탁제보다는 시민과 주민들의 참여가 중요합니다. 공식 조사에 지역 시민단체나 주민들을 참여시키는 거버넌스기 쉬운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문성과 꾸준한 참여가 중요하지만, 어쨌든 거버넌스를 열어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최영 팀장과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최영 팀장과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하여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
ⓒ 권진, 김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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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 팀장은 환경영향평가 기준이 완화되는 이유로 경제성을 담보로 한 "개발하기 좋은 나라"를 위한 움직임을 꼽았다. 환경영향평가서 거짓·허위 작성을 방지하기 위한 공탁제 시행에 대한 의견은 평가 수행을 위한 인적 투자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투자한 만큼의 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탁제 시행보다는 시민과 주민의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라 강조했다. 또, 시민과 주민의 환경영향평가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평가서를 적절히 해석하고, 알릴 수 있는 사회 영향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화의 첫 걸음 '골프없는 날'

① 환경영향평가제도 체계 개선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하여 필자는 환경영향평가제도 체계 개선을 위한 국민제안을 등록했다. 국민제안 내용은 아래 내용과 같다. 국민제안 결과, 2024년 1월 처리예정으로 환경부의 답변과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첫째, (전략)환경영향평가서의 초안 작성자를 대행업체 외주형식이 아닌, 사업주와 관련 없는 전문가 인력으로 공탁제 시행 요청

둘째, 환경영향평가법 제66조 제2항 환경영향평가서 전부 또는 일부 비공개 삭제 요청 (현 제도 : 환경영향평가는 제66조 제2항의 1~3호에 따라 비공개될 수 있다. 이때 1호는 군사상의 기밀 보호 등 국가안보를 위하여 필요한 때. 이를 제외한 제66조 제2항과 제3항에 대하여 삭제요청)

셋째, 미흡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사후 점검 개선을 요청

② "골프없는 날"지정 요청

골프장 환경문제에 대한 시민의 지속적인 참여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각종 기념일 규정에 따라 행정안전부 앞으로 "골프 없는 날" 지정을 제안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4월 29일은 "No Golf Day", 일명 세계 골프 없는 날이다. 1992년 11월, 태국 푸켓에서 처음 골프장으로 훼손되어 가는 전 지구의 산림 지키기를 취지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실천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세계 골프 없는 날' 당일 전국 골프장은 100% 정상 영업이 이루어졌다. 일 년 중 단 하루, 산림과 생태환경보전의 의미를 되살리고자 하는 취지가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골프 없는 날" 지정은 4월 5일 식목일을 비롯하여 초록 달(Green Month) 인식과 환경보전을 위한 시민의식을 키우는 기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루 골프장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시민 참여적인 활동은 골프장의 환경과 생태계 파괴에 대한 실태를 알리고,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을 줄이는 데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변화는 시민의 관심에서 시작된다. 골프장의 환경 파괴 실태와 정부 정책의 부실함을 놓쳐서는 안 되며 경제 이전에 환경이 우선시될 수 있도록 시민의 목소리를 내야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 <세계와시민> 강의에서 (골프장 환경) 주제로 활동한 환경을 지켜조!(권진, 김미주, 김지수, 나수정, 오수빈, 정윤희) 의 글로벌 시티즌 프로젝트 활동의 결과물입니다.


태그:#골프장, #환경파괴, #환경영향평가, #골프없는날, #그린워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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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지켜조! : 경희대학교 세계와시민 GCP 현장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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