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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나, 육솔, 김혜림(왼쪽부터)씨가 지난 9월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노래 모임에서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를 연주하고 있다.
 이한나, 육솔, 김혜림(왼쪽부터)씨가 지난 9월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노래 모임에서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를 연주하고 있다.
ⓒ 이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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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모두 똑같이 소중한 사람입니다."
- 노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 중


작가 이한나(36)씨는 지난 9월 노래를 함께 부르는 '싱어롱(Singalong)' 모임에서 이 노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를 불렀다. '우사일' 챌린지에 참여하기 위해 인스타그램에 영상도 게시했다.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가 더는 없었으면 하는 마음들이 모아져 소셜미디어(SNS)에서 챌린지가 진행 중이다. 이른바 '우사일' 챌린지. 가수 하림이 지난 9월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한 노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를 함께 부르는 캠페인에서 시작됐다. 하림은 위험한 노동환경에 내몰려 목숨을 잃어간 사각지대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노래를 만들었다.

"음악의 응집력에 공감... 노동 중요성 알리고 싶었다"

한나씨는 잔잔한 멜로디와 노랫말을 주고받으며 '구의역 김군'과 '태안화력 김용균'을 떠올렸다.

"김군 같은 산재 사고를 접하거나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김용균 추모제에 갈 때마다 가슴이 쿵쿵 내려앉았어요. 노래를 통해 우리의 부채감을 흘려보내고 노동의 의미를 나누고 싶었어요."

10월에는 대전 한 고등학교 합창 동아리의 초대를 받아 '우사일'을 같이 불렀다. 한나씨는 "멜로디가 쉽고 친숙하게 쓰여서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는 노래"라며 "평소 노동 문제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이 노래의 메시지가 닿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음악치료사 김혜미씨가 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 내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노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 악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씨는 '우사일' 챌린지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1월 발달장애인 피아니스트와 함께 노래를 부른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음악치료사 김혜미씨가 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서울대학교병원 내 카페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노래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 악보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씨는 '우사일' 챌린지에 참여하기 위해 지난 11월 발달장애인 피아니스트와 함께 노래를 부른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 복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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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치료사 김혜미(38)씨도 지난 11월 한 발달장애인 피아니스트와 함께 '우사일'을 부른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혜미씨는 완화의료 소아청소년, 성인 발달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음악치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하림의 '그 쇳물 쓰지 마라(그쇳물)' 챌린지가 곳곳에 퍼지는 걸 보고 음악이 갖는 응집력에 공감하게 돼 이번 챌린지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혜미씨와 발달장애인들은 11월 말 촬영을 마친 '우사일' 다큐멘터리 제작에도 함께했다. 혜미씨는 "장애인분들과 같이 노래를 부르고 다큐를 찍으면서 산재사망 사고를 비롯해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동과 그 중요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우사일'에 앞서 2020년 만들어진 노래 '그 쇳물 쓰지 마라(그쇳물)'이 먼저 화제가 됐다. '그쇳물'은 2010년 충남 당진 한 철강공장에서 일하다 숨진 스물아홉 청년을 기리는 시에 하림이 곡을 붙인 노래다. 당시 하림이 제안한 '그쇳물' 챌린지에 이어 이번에 진행하는 '우사일' 챌린지 역시 '일'을 이야기하는 가사와 쉬운 멜로디로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고 있다.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 악보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 악보
ⓒ 하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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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하다 다치면 엄마 가슴 무너지고요. 집에 못 돌아가면은 가족은 어떡합니까. 저녁엔 집에서 쉬고 휴일에는 여행도 가는 그런 평범한 일들이 왜 나는 어려운가요." - 노래 '우사일' 중

하림은 직접 부른 노래 영상 대신 '우사일' 악보를 SNS에 공유했다. 누구나 챌린지를 통해 노래를 부르고 영상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12월 6일 기준 '함께 노래하기 챌린지' 인스타그램 계정(@sing_together_2023)에는 20여 개 챌린지 영상이 올라와 있다. 이들은 노래 말고도 피아노, 기타, 반도네온 등으로 '우사일'을 연주하며 챌린지에 함께했다.

하림, 챌린지 달성시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기금 후원
   
가수 하림(왼쪽부터), 그림 작가 부부 오성용·김자옥씨, 방송작가 강가희씨가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가수 하림(왼쪽부터), 그림 작가 부부 오성용·김자옥씨, 방송작가 강가희씨가 ‘우리는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일을 합니다(우사일)’ 챌린지에 참여하고 있다.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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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7일부터는 '우사일 100명의 아카이빙 챌린지'가 시작됐다. 사람들은 '나는 사랑하는 OOOO을 위해 일을 합니다'라는 문장의 빈칸을 채운 종이를 들고 사진을 찍어 '#우사일', '#100명의아카이빙', '#챌린지'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공유하고 있다.

챌린지에 참여했다고 밝힌 방송작가 강가희(39)씨는 빈칸에 '나', '가족', '글 쓰는 사람들'을 채워 넣었다. 그는 "작가들 대부분이 프리랜서라 4대 보험을 적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챌린지를 통해 모든 노동이 대우받고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일상에 스며들었으면 한다. 같이 존중받으면서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림 작가 부부인 오성용(41)·김자옥(33)씨는 '평등한 세상'이라는 단어와 함께 반려묘 그림을 종이에 그려 넣었다. 두 사람은 "산업재해처럼 누군가의 노동이 당연하게 취급받지 못하는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며 "우리 모두는 일하는 사람이자 누군가의 가족이다. 작가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모두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챌린지에 담았다"고 했다.

오는 13일까지 아카이빙 챌린지로 100명이 채워지면 하림은 전태일의료센터 건립 기금으로 100만 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챌린지와 더불어 오는 14일 온·오프라인 싱어롱 라이브 콘서트를 끝으로 '우사일' 프로젝트는 종료된다.
 

태그:#우사일, #하림, #챌린지, #그쇳물, #싱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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