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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철도노조가 철도민영화 저지와 수서행 KTX 운행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철도민영화 저지 파업 지난 9월 철도노조가 철도민영화 저지와 수서행 KTX 운행을 요구하는 총파업에 돌입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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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8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민영화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원이 등록됐다. 상임위로 이관되는 법적 요건인 5만 명 청원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22시간이었다. 민영화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여전히 이만큼 뜨겁다.

민영화라는 낭떠러지를 향한 입법 대열에 가장 앞서 있는 것은 철도다. 작년 12월에 조응천 의원이 철도산업발전기본법(아래 철산법) 제38조 단서 조항인 '철도시설유지보수 시행업무의 코레일 위탁규정'을 삭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만일 윤석열 정부 기간 중 철도민영화가 실현된다면, 그 첫 단추는 이 법안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바로 아래의 이유 때문이다.

첫째, 철도산업발전기본법(아래 철산법) 38조 단서조항은 철도의 공공성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 규제이기 때문이다.

철도는 열차‧역‧시설‧관제 등이 연계된 네트워크 산업으로 산업발전 측면에서 일원화된 운영체제가 필수적이다. 무엇보다도 공공성이 강화되어야 하는 공공교통 부문에 다양한 민자 사업자의 진입 확대 자체가 수용해야 하는 바람직한 변화도 아니다. 여기에 더해 시설유지보수를 담당하는 코레일 소속 9천 명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도 걸려 있다.

언론들은 코레일의 철도시설유지보수 독점으로 철도사고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시설유지보수 외주화 필요성'의 근거로 사용한다. 하지만 철도사고의 핵심 이유는 정작 다른 곳에 있다. 민자경전철에서 만연한 다단계 위탁으로 인한 열악한 노동조건과 안전문제가 그것이다. 하지만 민영화론자들은 이에 대해 제대로 주목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설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게 위탁해야 한다는 법조항이 사라지면, 민자경전철에서 벌어지는 문제점이 전체 철도로 확대될 수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철도회사들이 다단계 위탁을 통해서 비용을 절감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열악한 노동조건과 안전문제는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애초 현행법이 코레일로 하여금 시설유지보수를 직접 수행하도록 한 것은, 철도의 공공성과 안전을 지키고 시장화와 민간위탁(민영화) 확대를 막는 핵심 규제 중 하나가 이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해

둘째, 단순한 단서조항 삭제가 아니므로 '프랑스 철도총회'와 같은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철도시설유지보수 시행업무의 코레일 위탁규정은 하나의 단서조항이 아니라, 20년 동안 유지해온 공공철도의 핵심축이다. 이에 단서조항의 삭제는 철도산업의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할 것이므로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공론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상하통합을 결정한 프랑스의 철도총회를 참고할 수 있다.

프랑스 정부는 2011년 9월에 미래의 프랑스 철도 모델에 관한 국가적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서 "철도총회"를 개최했다. 기업대표, 직원(노조), 전문가, 여객, 수송조직기관, 국회의원, 주요 인사들이 함께 참여하여 현 시스템 상황의 장점 및 약점을 검토한 후, 각자의 의견이 취합된 보고서와 개선안을 작성했다. 철도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하여 프랑스 철도에 대한 평가 보고서를 낸 것이다.

프랑스 철도총회는 전체 회합과 4개 주제별 위원회로 나누어서 운영했다. 주제별 위원회는 유럽 내에서의 프랑스 철도, 철도 시스템 거버넌스, 철도 경제, 프랑스 철도 조직 등으로 나눠서 진행했다. 프랑스 총회는 5회에 걸친 전체 회합, 60회 이상의 실무회의 및 그만큼의 위원회 회의 혹은 전체 회합 회의, 약 200여 시간에 걸친 회의, 130회 이상의 청문회 실시 등 아주 참여적이고 밀도 있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총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프랑스는 마침내 자국 철도를 상하통합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도 철도산업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책과 법안을 논의하게 된다면 프랑스 철도총회와 같은 공적 운영절차를 통해서 이해관계자들이 다양하고 밀도 있게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마련되는 게 필요하다.

철산법 제38조 단서 개정은 무분별한 민영화로 향하는 입구가 될 것이다.

최근 국토부와 국가철도공단이 국회 곳곳을 누비면서 "이번에 논의해야 한다"며 철산법 개정을 윽박지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수익노선과 광역철도는 민자사업으로 우선적으로 검토 추진하겠다'는 정책은 철도 민영화가 더욱 심화된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 철도시설유지보수 업무의 코레일 위탁규정 삭제를 주도하며 철도민영화의 첫 단추를 채워주고 있으니,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철산법 제38조 단서조항은 공공부문이 철도시설유지보수 업무만큼은 통합적으로 직접 책임지겠다는, 공공철도를 유지하는 핵심 축으로서 의미가 크다. 그런데 이 한 축이 무너지면 철도 시장화와 민간위탁이 심화되면서 공공철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민주당은 물론 정부 또한 유념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영수씨는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입니다.


태그:#철도, #민영화, #철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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