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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에서 노동자-노동운동은 주로 남성 제조업으로 대표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노동자들은 이에 맞서 몰성적으로 보이는 일터의 위험을 드러냈다. 유통물류업이나 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 노동자들의 산재 인정과 사업주 예방조치 마련 등을 내걸며 싸워오기도 했다. 마트 노동자 역시 앉아서 일할 권리와 의무휴업 제정, 인력 충원 등을 쟁취해왔고, 2017년에는 산별노조인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을 만들었다.

마트노조 출범 당시 사무처장 겸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이었고, 지금은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정민정 동지를 8월 31일 만나 마트노조의 노동안전보건활동과 한노보연과 연대활동의 의미 등을 들어보았다(인터뷰 당시 마트노조 위원장이었고, 지금은 아니다).

일하면 아픈 게 당연하지 않음을 드러냈던 노동안전보건활동

- 정민정 위원장에게 노동안전보건 활동은 어떤 의미일까? 정 위원장에게 노동안전보건 활동은 박스 손잡이 설치같은 구체적인 변화와 연결된다. 그 결과 조합원들이 변화를 경험했고, 여성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을 세상에 알리는 계기도 만들어냈다는 보람도 있다.

"제가 노동안전 활동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게 된 계기는 2008년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 노동자들에게 의자를' 캠페인이었습니다. 이 캠페인을 시작으로 활동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마트 노동자는 대부분 여성이고 평균 연령이 55세가 넘어요. 무거운 물건을 들고 나르며 진열하는 일을 하기에 몸의 여러 부위가 매우 아프고요. 예전엔 마트에서 일하면 몸이 아픈 걸 당연하다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이런 고착화된 인식과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마트노조가 만들어진 후 노동안전 활동을 중심에 두고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노안 활동은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활동이라서 늘 보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19년 상자에 손잡이를 뚫는 캠페인을 벌였던 게 보람 있었어요. 반복된 중량물 작업으로 생긴 근골격계 통증을 해결해보고자 설문조사도 하고 방안을 고민해보았는데요. 상자를 가볍게 만든다거나 상자에 구멍을 뚫어 손잡이를 만드는 것 등이 제안되었습니다. 제일 쉽고 실현 가능한 게 구멍 뚫는 것이었고, 이를 요구하는 투쟁을 벌여 나갔습니다. 이후 바뀐 모습을 보며 현장 조합원들이 뿌듯해했죠. 꾸준한 교육과 토론을 거치며 위험에 대한 현장 노동자들의 감수성이 높아지는 걸 보면서도 보람을 느껴요. 스스로의 권리를 찾아가는데 노안 활동이 큰 계기가 되었다고 봅니다."

- 마트노조는 현재 의무휴업 평일 전환 저지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정민정 위원장은 의무 휴업을 평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노동조합 눈치 보지 말라는 정부의 신호"라 보고 있다. 그러면서 주말에 마트가 문 닫고 다 같이 쉬는 게 노동자 스스로와 가족의 삶의 질 측면에서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트 노동자들의 캠페인을 통해 "유통노동자들도 저녁은 집에서 먹을 수 있지, 일요일에 쉴 수 있지"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 결과 2012년부터 마트 의무휴업이 시행되었어요. 이후 유통판매 노동자들은 180도 다른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있는 일요일이지만 우리에게는 정말 소중합니다. 가족들도 좋아하고요, 조합원들이 쉬는 일요일이 있기에 정년까지 오래 일할 수 있다는 반응도 보여줬어요. 이런 의미를 담은 소중한 일요일이었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의무휴업일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반발 여론이 거세지니까 지자체별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게 하려고 합니다. 청주와 대구가 이에 호응했고요. 저는 정부가 유통 재벌한테 '노동조합 눈치 보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신호를 보내는 거라고 봅니다. 그래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싸울 겁니다."
 
마트노조 정민정 위원장
 마트노조 정민정 위원장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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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부터 함께한 연대활동, 해야 한다면 적극적으로 해왔던 한노보연

- 한노보연은 2008년 의자 놓기 캠페인부터 마트 노동자들과 본격적으로 함께해왔다. <일터> 인터뷰나 연속간담회 등으로 이어온 연대 활동에 더해, 2022년부터는 공동 연구, <윤석열 정부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폐지 저지를 위한 공동행동>, <0개의 일요일 북콘서트> 등 많은 활동을 함께하고 있다. 정 위원장은 "이것저것 재지 않고 적극적으로 임하는" 점을 한노보연의 강점으로 뽑았다.

"한노보연을 처음 알게 된 건 2008년이었습니다. 의자 놓기 캠페인을 하자고 여기저기 제안서를 보냈는데, 한노보연이 이에 응해서 처음 인연을 맺었어요. 어떤 이슈가 있을 때 주로 먼저 연락을 해줍니다. 의자 놓기 캠페인이 첫 만남이라 강렬했다면, 의무휴업 투쟁은 현재진행형이라 특별하죠. 의무휴업 폐지를 저지하기 위해서 여러 단체가 10년 만에 다시 모였어요. 그때 최민 동지를 비롯해 한노보연 동지들이 기자회견, 연구를 함께 하면서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주었어요. 그게 인상이 많이 남았고 너무 감사했어요. 다른 기자회견에 갔을 때도 항상 있었고, 정말 다양한 의제드렝 대해 목소리를 낸다고 생각했어요. 한노보연 동지들은 꾸준하게,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 일이라면 이것저것 재지 않고 임하는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모르는 분이라도 한노보연 회원이라고 하면 반가운 마음, '내적 친밀감'이 있습니다."

- 정민정 위원장은 앞으로도 건강권과 휴식권 투쟁을 통해 마트 노동자 노동의 가치를 확립해가는 과정을 앞으로 함께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가속화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할 거리를 찾아보자는 것도 같이 제안했다.

"외국의 경우 생필품을 공급하기에 유통판매 노동자들도 필수노동자라고 합니다. 코로나 유행 시기에도 우리 일은 꼭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두려움 속에서 불특정 고객을 상대했습니다. 배송노동자들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의무휴업의 평일 변경을 시도하며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하려는 데에서 알 수 있듯, 우리 노동의 가치를 아직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봅니다. 의무휴업 주말 유지를 비롯해 서비스 노동자, 여성노동자들의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투쟁을 한노보연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더불어 마트 노동자들도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마트가 문을 일찍 닫고, 심야 영업시간을 단축하며 정기 휴점을 더 늘리기만 해도 쓸데없이 낭비될 에너지를 굉장히 많이 줄일 수 있잖아요. 그런 공감대가 상당히 높고, 마트 노동자로서 기후위기에 어떻게 같이 대처할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들이 많습니다. 관련해서도 함께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보고 싶네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장영우 선전위원장이 작성하였습니다. 이 글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발행하는 월간지 <일터> 10, 11월 합본호에도 실립니다.


태그:#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마트노조, #의무휴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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