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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삼성중공업 노동조합이 부산산업안전보건공단 정문에서 건강관리카드 집단발급 신청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9일 삼성중공업 노동조합이 부산산업안전보건공단 정문에서 건강관리카드 집단발급 신청과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삼성중공업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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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노동조합(위원장 최길연)이 9일 오전 부산광역시 안전보건공단 앞에서 건강관리카드 집단 발급신청과 함께 제도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성 노조는 이날 삼성중공업 노동자 31명의 건강관리카드 발급신청을 접수했다. 지난 10월부터 건강관리카드 안내와 발급 대상자에 홍보를 진행한 결과다.

하지만 근무 환경인 유사한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에게 발급된 건강관리카드가 400건 이상인 것에 비해 많이 적은 숫자다. 노조는 31명 집단발급 신청을 신호탄으로 더 많은 건강관리카드 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건강관리카드 발급 신청 노동자들과 함께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 이정협 웰리브지회 전 지회장, 김정열 거제노동안전보건활동가모임 간사, 여영국 전 정의당 국회의원이 동참해 힘을 보탰다.

삼성 노조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매년 발생하는 신규 암 환자의 약 4%를 '직업성 암'으로 추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직업성 암' 인정 비율은 0.1%가 채 되지 않는다"며 "이마저도 최소 1년이 넘어가는 업무처리 지연으로 산재 신청 진행 중에 노동자가 사망하는 일이 반복되며, 최근 5년 동안 역학조사를 기다리던 중 사망자가 111명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산업안전보건법에 건강장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업무에 종사하였거나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직업병 조기발견 및 지속적인 건강관리를 지원하도록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다"며 "건강장해 우려 물질을 15개로 제한하고 있으나 직업성 암 발생률이 높은 용접흄이나 조리흄, 디젤엔진 연소물질 등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직업성 발암물질에 대한 새로운 증거 등이 밝혀짐에 따라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물질을 확대하고 물질을 취급한 자에서 노출자로 변경해야 한다고 산업안전보건연구권이 제안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의 직무유기로 지금 이 순간에도 노동자들은 자신이 어떤 유해물질에 노출된지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어 "건강관리카드는 노동조합의 존재 유·무와 사업장 규모에 따라 발급 기준이 달랐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과거 선박제조에 석면이 사용된 사실을 인정하며 한화오션(구 대우조선) 노동자 수백 명에게 건강관리카드를 발급했지만, 조건이 같은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에게는 '사업주가 석면사용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발급을 보류했다"며 "사업주의 거짓말은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이 작성하는 경력증명서에'허위 기재 시 민·형사상의 책임을 지겠다'는 강제 서약은 건강관리카드를 신청하지 말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규탄했다.
 
최길연 삼성중공업 노조위원장과 김정열 노활모간사, 이정협 웰리브지회 전 지회장이 삼성중공업 노동자 31명의 건강관리카드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최길연 삼성중공업 노조위원장과 김정열 노활모간사, 이정협 웰리브지회 전 지회장이 삼성중공업 노동자 31명의 건강관리카드 신청을 접수하고 있다.
ⓒ 삼성중공업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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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석한 이숙견 상임활동가는 "부산에서 가장 큰 석면방직공장에서 직업성 암 문제가 불거지면서 2008년도에 석면카드 개정이 있었다. 그런데 여전히 제도가 홍보되지 않고, 대상 물질도 15개로 제한되어 있음에 분노한다"며 "직업병으로 인정 받는 물질 확대가 시급하며 정부는 제도개선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할 것"을 촉구했다.

이정협 웰리브지회 전 지회장은 "학교 급식 노동자는 50세 이상, 10년 이상 근무자 4만 명에 대한 폐 CT결과 이상 소견이 32%나 된다. 학교급식 노동자들이 노출된 조리흄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으나 민간기업 급식 노동자들에 대한 언급은 전무하다. 민간기업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라며 "건강관리카드 발급 물질에 조리흄 추가를 시작으로 전체 노동자를 보호하는 제도개선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정열 노활모간사는 "삼성중공업 노동자 31명의 건강관리카드 집단발급 신청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삼성 노동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개선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전체노동자들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한 외침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유해물질 사용을 규제하고, 기 노출된 노동자를 추적하여 관리하는 것은 정부의 책무임을 상기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여영국 전 국회의원은 "제 친 형님이 대우조선 용접사로 일하다가 퇴직을 하루 앞두고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저는 지금도 용접흄 노출이 폐암발생 원인임을 확신한다. 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물질이 비단 용접흄 뿐이겠냐?"며 "용접흄, 조리흄과 같이 반도체 노동자들이 노출되는 유해물질도 발암물질 군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정의당도 함께 할 것을 약속했다.

최길연 노조위원장은 "삼성중공업에서 처음 건강관리카드 발급은 5명이었다. 이번에는 31명이 집단 신청한다"며 "앞으로 계속적으로 건강관리카드를 안내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해 나갈 것이다"고 했다.

건강관리카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인체에 유해한 물질을 취급하는 업무에 종사하거나, 종사했던 노동자에게 연 1회 특수건강진단을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다. 원·하청노동자 및 이·퇴직자도 해당되며 건강관리카드가 발급되면 직업성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으며, 산업재해 인정 및 처리기간 단축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조선소의 경우 2000년도 초까지 발암물질 1급에 해당하는 석면이 선박 제조에 사용되어 석면 취급 관련 업무를 한 노동자들이 건강관리카드 발급 대상자가 될 수 있다. 석면 함유 물질로는 표면 분무재와 보온단열재, 천장텍스, 바닥재, 벽재, 브레이크라이닝, 석면카스켓 등이 있고, 갑판실이나 기관실, 선교, 화물창 등에 사용됐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거제뉴스광장에도 게재됐습니다.


태그:#삼성중공업, #삼성노동조합, #삼성, #건강관리카드, #조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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