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지난 10월 30일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김포의 서울 편입'이라는 문제의 공을 쏘아 올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서울 확장 정책"이라며 "결국 제주도 빼고 전부 서울 되는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비난이 쏟아진다"고 날선 지적을 내놨다.

김포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김주영 의원(김포갑), 박상혁 의원(김포을)도 도시계획 권한 축소, 예산 축소, 세금 증대, 농어촌 특례 불가를 이유로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포의 서울 편입론...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바라봐야

'김포의 서울 편입론'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국토균형발전과 지방소멸 관점에서 이 문제를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 정부의 6대 국정목표 중 하나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목표인가. 지난 6일 행정안전부는 2024년도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 원을 지역별 투자계획 평가를 거쳐 배분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김포의 서울 편입론은 국민의힘이 쏘아 올렸다. 어째 합주가 안 되고 따로 노는 모양새다. 

한편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초반엔 이를 향해 별다른 의견을 피력하지 않았다. 그리 놀랍진 않다. 필자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다. 대선 당시 여당과 야당 모두 비수도권 지역에 가서는 국토균형발전을 외쳤지만, 수도권에 돌아와서는 수도권 개발을 외쳤다. GTX, 김포공항 이전 후 강서구 개발과 같은 공약은 절대 국토균형발전에 적합하지 않다. 

여기에서 말하는 국토균형발전은 전국토 차원에서 국토균형발전이다. 오해해서는 안 된다. 김포 대 서울 혹은 김포 대 수도권 도시라는 국면에서 국토균형발전성을 따져보면 김포에 발전이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전국토 차원에서 본다면 김포의 서울 편입은 인구와 각종 인프라를 서울 중심으로 더욱 강화하는 꼴이다. 즉 김포와 서울이 위치한 수도권에만 한정하여 이 문제를 바라볼 것이 아니라 전국토 차원에서 바라보고 분석해야 한다.

어떻게든 서울 외 지역은 서울과 연결되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작금의 현실을 어느 누가 모를까. 문제는 이대로 수도권 개발 혹은 수도권과 연계된 개발만을 지향한다면 지방소멸대응기금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것이다. 여러 정치인이 언급한 것처럼 대한민국이 '서울민국'이 될지도 모른다. 김포의 서울 편입론은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본다면 득 보다 실이 크다. 

김포가 서울에 편입된다면 또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 도시계획 시뮬레이션을 해보자. 일단 몸집이 커진다. 현재 서울의 면적은 605㎢다. 김포(276㎢)가 편입된다면 881㎢가 된다. 1.5배가량 커진다. 서울의 모양새는 독특한 모양새가 될 것이다. 인구는 941만 명에서 989만 명으로 늘어난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이러한 현상은 껍데기 변화에 불과하다.

알맹이의 변화는 사회경제적인 영역에서 벌어진다. 일단 김포의 불편했던 교통 문제 해결이 가속화될 것이다. 서울지하철 5호선 연장을 두고 인천광역시와 갈등을 빚고 있는데, 김포가 서울로 편입될 경우 5호선 연장의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김포시민 입장에서는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다.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수도권 집중화'
 
김병수 김포시장이 6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관련 논의 후 백브리핑을 진행 하고 있다.
 김병수 김포시장이 6일 서울시청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관련 논의 후 백브리핑을 진행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반면 부정적인 효과도 예상할 수 있다. 필자가 보기엔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이다. 편입된다면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김포시 개발은 가속화될 것이다. 개발 기대 효과로 지가는 상승하고 기존의 집값도 더욱 오를 것이다. 건설업계와 부동산 시장계는 환영할 일. 다만 기존 세입자들은 집값 상승의 압박을 받을 것이다.

도시 전문가들은 부동산 문제의 핵심 원인으로 '수도권 집중화'를 꼽는다. 중앙대학교 도시계획학과 마강래 교수는 책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에서 '수도권 쏠림 현상', 즉 '공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집값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공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지역격차가 더욱 벌어진다는 의미다.

경제학자인 서울대학교 이준구 명예교수도 책 <누가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아 갔는가>에서 "문제의 근원은 모든 자원과 권력이 수도에 집중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독특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놀랍게도 이는 2007년에 작성한 칼럼이다. 무려 16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부동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도시 문제 중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집값 아닌가. 서울시 김포구가 되면 김포구 집값은 더욱 뛰어오를 것이다. 서울에는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 등 다방면의 인프라가 더욱 쏠릴 것이다. 서울공화국이란 말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서울 주변 수도권으로 밀려드는 건 당연지사. 이미 뛰어오른 수도권 집값은 떨어질 줄 모를 것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일자리나 의료 등의 이유로 내 집 없이 서울에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필자도 전세살이로 서울에 살고 있지만 일자리만 있었다면 비수도권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뿐만이겠는가.

천정부지로 뛰어오른 서울 집을 사기란 꿈같은 일이다. 새로 지어진 주택은 이미 집을 가진 이들이 살 확률이 높다. 2012년부터 13.0%였던 수도권 다주택자 비율은 2020년 15.3%까지 증가했다. 다주택자를 향한 세금 압박이 심하다고 하지만, 이토록 다주택 비율이 높아지는 걸 보면 여전히 부동산으로 얻는 이익이 쏠쏠하기 때문 아닐까. 

개발 이익을 세금으로, 이 세금은 다시 국토균형발전으로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겠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관련해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당원들이 6일 부산시의회를 찾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겠다는 국민의힘 주장과 관련해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 위원장과 당원들이 6일 부산시의회를 찾아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김보성

관련사진보기

 
행정구역 통합의 문제는 도시계획의 일부다. 행정구역 통합에 따라 세입과 세출의 권한과 과정이 달라진다. 쉽게 말해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의 돈이 어떻게 쓰일지가 달라진다. 도시 인프라, 나아가 국토 인프라가 크게 달라진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첨예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인프라는 도시계획의 결과물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기반시설로 불리는 인프라는 대부분 도시계획시설이다. 도로, 철도, 지하철, 상하수도, 녹지, 학교, 공공청사, 시장, 종합의료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인프라가 설치되면 주변 토지주와 토지 개발업계는 막대한 이익을 얻게 된다(물론 도축장이나 장례시설, 폐기물처리시설, 폐차장과 같이 인근 지가를 떨어뜨리는 시설도 존재한다).

김포의 서울 편입 공약은 개발 이익을 겨냥한 얄팍한 정치적 꼼수다. 개발 이익을 부추겨 선거철마다 공수표를 날리는 정치인들이 왜 매번 나오겠는가. 개발 이익을 얻는 누군가를 겨냥한 맞춤 공약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방법이 없진 않다. 개발 이익을 세금으로 거두어 다시 배분하면 된다. 이 세금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비수도권에 투자한다면,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가치는 자연스레 실현되지 않을까. 개발 이익을 공공이 환수한다면, 사람이 몰리지 않는 곳에 인프라를 설치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된다. 마강래 교수가 언급한 공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여러 이해관계가 있겠지만, 부디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 공약을 비판하고 합의되는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 정신만 바짝 차린다면 돌팔이 정치인을 걸러내는 중요한 갈림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번 논의를 발판 삼아 지역 격차를 근본적으로 줄일 방안을 찾기 바란다. 병든 국토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법을 찾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rulerstic)에도 실립니다.


태그:#서울시김포구, #김포서울편입, #국토균형발전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타자에게 덜 폐 끼치는 동물이 되고자 합니다. 그 마음으로 세상을 읽고 보고 느낀 것을 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