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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는 300 여 개의 도장에서 수많은 비한국계 수련생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 태권! 우리가 지킨다 호주에는 300 여 개의 도장에서 수많은 비한국계 수련생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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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렷! 경례!"
"태!권!"


남반구 가장 아래에 위치한 나라, 호주 그중에서도 멜번 근교에 위치한 물룸물룸 스타디움(Mullum Mullum Stadium)의 넓은 홀에서 우렁찬 한국어가 터져나왔다.

지난 29일(현지시간) 오전 9시부터 이곳에서 '제1회 총영사배 태권도 대회'(대한민국대사관 멜번분관, 분관장 이창훈 총영사)가 열렸다. 이날 대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하나인 태권도를 더 널리 알리고, 태권도를 배우는 호주인들을 격려하는 동시에 호주한인사범협의회(AKMA : Australia Korean Masters Association)가 출범하게 된 것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왼쪽부터 노의준 호주한인사범협회장, 멜번분관장 이창훈 총영사, 박종경 호주한인사범협회 사무총장
▲ 더 깊이, 더 널리 태권도를 알립시다  왼쪽부터 노의준 호주한인사범협회장, 멜번분관장 이창훈 총영사, 박종경 호주한인사범협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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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가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의 예의와 무술을 알려 온 것은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특히 호주 멜번의 한인 역사에서 더 깊은 의미로 새겨진 까닭은 따로 있다.

50여 년 전 한인 이민 역사 초기, 이곳 호주의 경찰관들에게 무술을 가르치기 위해 호주 정부는 선별된 태권도 사범들을 한국으로 부터 초청, 정착하게 했다. 그 당시 이민을 온 사범들은 경찰관들에게 무술을 가르쳤을 뿐 아니라 호주에 대한민국의 '마샬아트'를 탄탄하게 심어왔다. 이번 한인 사범 협의회를 출범시키며 초대 회장을 맡은 노의준 사범은 그 선배들의 뒤를 이어 보다 더 체계적으로 태권도를 정착 시키고 올림픽 등 많은 대회에 호주 선수들을 이끌고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둔 공로자다.

호주한인사범협의회는 노의준 회장을 비롯, 엄태호 이사, 박종경 사무총장 등의 임원진과 더불어 박형진, 김재영씨 등이 운영 위원으로 봉사하게 된다. 

박종경 사무총장은 "화려한 볼거리나 타격 중심의 무도가 아닌, 인성과 예절을 중시하는 태권도의 정통성을 지켜나가고자 함께 뜻을 모아 출범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현재 태권도를 배우고 있는 어린이들에서부터 성인들에게 그들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신나는 행사'로 이번 대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한 발을 더 뻗지 못해 인생 첫 패배(?)의 쓴 맛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 꼬마를 경기운영위원이 달래고 있다.
▲ "아이고 분해"  한 발을 더 뻗지 못해 인생 첫 패배(?)의 쓴 맛을 보고 울음을 터뜨린 꼬마를 경기운영위원이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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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홍보기간이었음에도 이날 대회에는 호주 빅토리아주의 11개 태권도장에서 208명의 선수가 참가해 경합을 벌였다. 

1970년대 초, 앞서 언급한 첫 이민 사범 그룹들의 노력에 더 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을 계기로 태권도 붐이 다시 크게 일어났고 현재 호주 전역에서 300개 태권도장과 5만 여 명의 수련생들이 태권도를 연마하고 있다. 수련생 중엔 비한국계 현지인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호주 현지에선 한국의 태권도장들이 어린이 수련생들을 학교에서 픽업해 태권도를 가르치고 숙제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커리큘럼에 대한 부러움이 커지면서 곧 호주에도 그런 시스템을 도입하겠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이날 행사엔 208명의 선수와 응원차 따라 나선 가족, 친지들까지 700여명이 스타디움에서 봄의 정취를 한껏 느꼈다. 

이창훈 총영사, 박응식 빅토리아주 한인회장 그리고 김경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멜번지회장 등은 축사를 통해 참가자들을 격려하고 태권도를 통해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예절과 풍습, 문화를 함께 나누기 바란다고 말했다.

5세 어린이부터 성인부까지 연령별로 나뉘어 대련을 한 참가자들 중 좋은 성적을 기록한 참가 선수들은 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했다.

열 네살 아들이 대회에 참석해 응원을 왔다는 50대 초반의 클로이씨는 "자칫 아들의 사춘기를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었을 텐데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태권도를 통해 예의를 중요하게 배워서인지 무난하게 넘어가고 있다"며 안심된 표정을 보였다.

클로이씨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제니퍼씨 역시 "태권도는 위험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무술 자체를 넘어서 서로에 대한 존경이나 예의를 가르쳐서 정말 좋은 것 같다"면서 "우리 아이는 자라서 사범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을 한다"고 덧붙였다.
 
▲ 멜번의 태권도 멜번에서 열린 태권도 대회에서 멋진 시범도 시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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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 우렁찬 기합소리에 태극마크와 한글로 된 소속 도장의 이름이 새겨진 도복을 입은 '파란 눈, 노랑머리' 수련생들은 한국인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안녕하세요"라고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어 참석한 한인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주기도 했다. 

K팝, K무비, K드라마…아, 그렇다. 그 이전에 K 태권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커다랗게 다가온다. 가진 게 이토록 많은 나라 출신이어서 이 땅의 한인들은 소수민족이지만 커다란 자긍심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얼마간 계속 되었던 꽃샘 추위 한풀 꺾이고 화창한 봄의 햇살까지도 아낌없는 협조를 해 줬던 참 멋진 주말이었다.

태그:#멜번, #태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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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이민 45 년차. 세상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놓지 않고 그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기사를 찾아 쓰고 싶은 사람. 2021 세계 한인의 날 대통령 표창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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