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교육청이 "일부 업체가 교육청 인맥을 내세우며 계약을 유도하고 있다"며 관내 학교에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내려보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광주교사노동조합은 공문을 공개하면서 "면피용 공문에 불과하다. 청렴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하는 한편, 그간 교사노조에 접수된 업체 관련 비리 의혹 사례와 교단 안팎의 풍문을 공개하고 나섰다.
25일 광주교사노동조합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이달 10일 '시설사업 진행 시 주의사항 알림'이라는 공문을 관내 학교에 내려보냈다.
공문 제목 앞에 '긴급/중요'라는 단어가 적혔고, 수신자는 전체 학교와 기관으로 돼 있었다.
공문에서 시교육청은 "최근 교육청 내 특정인과의 인맥(관계)을 사칭하며 학교 및 기관을 상대로 부적절한 시설사업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시설사업은 계약법을 근거로 적법한 계약만을 추진하고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특정인과 협조해 시설사업을 진행(공사계약, 자재납품) 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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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지난 10일 각극 학교와 기관에 내려보낸 공문. 교육청 내 특정인과의 인맥을 사칭하며 학교 및 기관을 상대로 부적절한 시설사업 계약을 유도하는 사례가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는 내용이다. |
| ⓒ 광주교사노동조합 | 관련사진보기 |
광주교사노조는 "면피용 공문"으로 규정하며 시교육청을 비판했다.
공문을 통해 시교육청의 청렴 의지가 느껴진다기보다는, 향후 발생할지 모를 '계약 비리'를 대비한 면피용 공문으로 받아들여진다는 게 광주교사노조 측 입장이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교사노조에 접수된 비리 의혹 사례와 교단 안팎을 떠도는 업체 관련 풍문 일부를 공개했다.
방수업자가 교육청 인사권을 갖고 있다? 시의원이 업체 뒷배?
교사노조는 "'시교육청 시설과 공무원 인사권은 방수업자(방수업체 대표)가 갖고 있다', 'A 학교는 장판 바닥재 업자가 와서 교육청 사업을 신청하라고 했다'"라며 "○○건설사가 교육청의 특정 사업을 독점하다시피 했는데, 교육청 담당자가 직접 업체명을 언급하며 안내했다는 제보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광주시의회 모 시의원이 B 업체의 뒷배를 자처하고 있다", "교육청 모 간부가 C업체 대표와 친하다"는 취지의 풍문이 수개월째 교육청과 교단 안팎에서 회자되고 있다.
광주교사노조 관계자는 "업체 선정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엄한 벌을 예고했어야 한다. '부당한 시설사업을 발견했을 때는 신고해 달라'고 했어야 한다"며 "모든 공무원에게 '공익제보자가 되어달라'고 공문에 적시했다면 광주교육청의 청렴의지가 있다고 믿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교사노조 관계자는 "이런 내용이 쏙 빠진 공문은 '비리를 대놓고 저지르지 말고, 조심스럽게 저지르라'는 메시지가 될 뿐"이라며 "공문을 내리는 대신 자체 감사를 통해 비위자를 적발해서 중징계하고, 업자를 수사의뢰하는 것이 답이다. 청렴의지는 공문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광주교사노조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진 광주시교육청 감사관 채용 비리 연루 공무원, 경찰 수사를 통해 드러난 매입형 유치원 사업 관련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 공무원 등 비리 공무원에 대한 징계 조처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일벌백계 하지 않는다면 비리가 계속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시교육청 안팎에서는 이정선 교육감이 2018년 6·13 지방선거 낙선 후 2022년 6·1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만큼, 두번의 선거를 치르느라 주변에 적잖은 신세를 지면서 교육청 조직 장악에 어려움을 겪고, 일부 업체에게도 정치적 빚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그의 취임 이후부터 줄곧 이어지고 있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업체 선정에 주의를 다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공문"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