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잘 익은 벼는 꾀꼬리 빛이다.
▲ 꾀꼬리 빛 논 잘 익은 벼는 꾀꼬리 빛이다.
ⓒ 라인권

관련사진보기

 
내 고장 이천만큼 축제가 많은 고장도 없을 듯하다. 봄에 산수유꽃 축제와 도자기 축제가, 늦여름에 복숭아 축제, 그리고 가을엔 이천 쌀문화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도자기 축제는 선풍적 인기 속에 국제적으로 시작되었는데, 이제 도자기 축제만큼이나 쌀 축제 또한 매년 성황을 이루고 있어 쌀 축제가 이천의 대표 축제가 되었다. 

1999년 늦가을 신둔면 수광리 논 바닥에 차양 하나 치고, 현수막 하나 걸고 가마솥 걸고 시작됐다고 알려져있는 이천 쌀 축제는 "이천 햅쌀 축제" "이천 쌀문화 축제"로 그 이름이 바뀌며 설봉공원에서 열다가, 이제는 장소를 바꿔 이천농업테마파크 공원에서 열린다. 이달 18일부터 오는 22일까지, 스물두 번째 축제가 지금 한창 개최 중이다.

새 장소가 남 이천IC여서 이천 밖 사람들에겐 접근하기 쉽게 되었지만, 이천 사람들은 아무래도 전보다 접근이 불편하게 되어 현지인 참여는 저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시에서 시민들에게 쌀 축제 참여를 권장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아마 이런 이유일 것이다. 

이천쌀, 정말 맛이 다르긴 달랐다 
 
햅쌀을 내려고 일찍 거둔 논 벼 그루에 새싹이 자라 푸르다.
 햅쌀을 내려고 일찍 거둔 논 벼 그루에 새싹이 자라 푸르다.
ⓒ 라인권

관련사진보기

 
내가 이천 쌀을 처음 안 것은 어릴 적 한 소설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을 접하고서다. 그 소설 속의 공무원은 청렴이 아닌 실속을 추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경기미 중에서도 여주 이천 쌀을 찾는다"고. 나는 이 글을 통해서 한국의 쌀 중에 첫째로 경기미를 꼽고, 경기미 중에도 여주 이천 쌀을 친다는 것을 알았다. 아닌 게 아니라, 1970년대에 상경하니 그 시절 쌀과 잡곡을 파는 미곡상에는 "여주 이천쌀 있음"이라는 표찰을 흔히 볼 수 있었다. 

후에 나는 아버지를 따라 이곳 이천으로 이사해 이천 사람이 되었다. 과거 고향을 떠난 지 20년도 훌쩍 넘어서 고향을 방문, 친척집에 갔을 때 점심으로 정갈한 쌀밥상을 받았다. 어르신이 내게 이천 쌀밥만 못할 터이나 많이 먹으라고 하셨다. 미소를 지으며 한 술을 떴는데, 이게 웬일인가. 어렸을 적엔 그렇게나 맛있던 고향 쌀밥이 정말로 부실하니 거칠게 느껴졌다. 거기서 나는 이천 쌀의 좋음을 새삼 알았다, 

그리고 떠밀려서 그 이천이 목사인 내 사역지가 되었다. 개척하는 사역자가 가장 비싼 이천쌀을 살 순 없는 노릇이다. 아내는 마트에서 이천쌀이 아닌 가장 저렴한 쌀을 골랐다. 그래도 압력솥이 좋아(?) 밥은 언제나 맛있었고, 교인들은 우리 교회 밥이 이천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라며 추켜 세워주었다. 물론 교인들이 이천 쌀을 가져오기도 하셨다. 지금은 다 지나간 이야기가 되었지만. 
 
가을 들판
 가을 들판
ⓒ 라인권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우리도 늘상 먹지 않는 이천쌀을, 우리 가족은 해마다 쌀 축제가 열리면 따로 사서 잊지 못할 고마운 분들에게 보내고 있다. 처음 쌀 축제에서는 포대자루에 든 쌀을 사서 보냈다. 이 자루의 쌀을 받으신 분들은 다들 좋아하셨다.

그 후로 축제에서 자루 쌀이 품절되면 상표가 인쇄된 포장미를 보냈다, 그러자 이 쌀을 받은 분들의 반응은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아마도 자루 쌀은 고향에서 부모 형제들이 바리바리 싸서 직접 보내 준 느낌이, 포장미는 그냥 시중에서 파는 상품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쌀 축제장에서 사람들이 통상 규격화된 포장미가 아닌 자루 쌀을 선호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포장미가 선물하기엔 더 좋다고 봅니다, 왜냐면 

그래서 오늘은 이천쌀에 대한 팁 하나를 드리려고 한다, 우선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자루쌀 보다는 포장미가 선물하기엔 더 좋은 쌀이라는 것이다. 자루쌀은 보관 중에 변질이 쉬우나, 포장미는 산소가 차단되어 맛의 품질이 덜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정갈하게 포장된 상품화된 이천쌀을 선물 받는다면, 자루쌀보다도 더 좋은 이천쌀을 받았다고 생각하시라. 

또 하나 좋은 이천 쌀을 고르는 법은, 마트에서 가장 최근에 도정한 쌀을 고르는 것이다. 내가 이천에 산다고 하면 가끔 정미소 아는 데 있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정미소에 이천 쌀을 한 번에 대량으로 사놓고 먹겠다는 것이다.

이런 분은 쌀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다. 쌀은 도정하여 산소에 접촉하면 그 맛이 일단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도정한 쌀이 신선하고 맛있는 쌀이다.

한편, 정미소 쌀이라고 이걸 다 믿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이천시 '인증'이 붙은 임금님표가 진짜 이천쌀이다. 그러므로 좋은 이천 쌀을 고르는 건, 마트에서 가장 최근에 도정한 임금님표 이천쌀을 구매하는 것이다. 
 
구릉지의 논에 가을이 익어간다.
 구릉지의 논에 가을이 익어간다.
ⓒ 라인권

관련사진보기

 
이천 쌀이 유명한 건 저 자채쌀 때문이다. 물론 이 자채벼는 이미 그 종자를 잃었다고 알려져 있다. 수염이 길었다는 이 자채벼는 맛은 있지만 수확량이 적어서, 다시 말하자면 도태되었다고 알고 있다.

임금에게 진상되던 이 자채쌀은 양평대군이 16년간 유배(?) 살던 대월의 군량리와 양평리 일대서 재배되었다고 한다. 이런 유래 때문인지 이천 쌀 축제장에서도 대월쌀은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고, 대월농협은 작년부터 대월쌀을 미국에 수출하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대월쌀이 대표 이천쌀 중 하나라고 해도 서운해할 사람은 없을 듯하다. 

바야흐르 햅쌀의 계절이다. 아직 축제가 이틀 남았으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이번 주말 이천 쌀문화축제를 찾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루 정도 일상을 떠나 머리도 식히고, 이천 농경문화도 체험할 수 있고, 맛 좋은 이천 햅쌀을 사면 한 달은 식탁이 맛있고 행복해질 것이며, 나아가 이천의 농민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축제장을 나오는 길에 바로 옆에 있는 '민주화운동 기념공원'에 들러본다면, 이 날은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제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pastor-la.tistoy.com). 축제 관련 추가정보는 공식홈페이지(https://www.ricefestival.or.kr/)를 참조하시면 됩니다.


태그:#이천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총신대 신대원, 연세대 연합 신대원에서 신학을 했다. 은혜로교회를 86년부터 섬겨오는 목자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 영혼을 풍요롭게 하는 지름길이다!"는 지론으로 칼럼과 수필, 시도 써오고 있다. 수필과 칼럼 집 "내 영혼의 샘터"가 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