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2021년 6월 4일 장항습지 환경정화 활동을 하던 김철기 조합원이 발목 절단 지뢰사고를 당했습니다.
▲ 장항습지에서의 고통스러운 지뢰 사고  2021년 6월 4일 장항습지 환경정화 활동을 하던 김철기 조합원이 발목 절단 지뢰사고를 당했습니다.
ⓒ 박평수

관련사진보기


2021년 6월 4일 아침, 김철기씨는 작업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넓디 넓은 경기 고양시 일산 장항습지에서 매일 청소 구역을 정하고 쓰레기를 걷어내야 했습니다. 2019년부터 생태교란종을 걷어내거나 하구에 떠밀려온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꾸준히 해왔기에, 그는 장항습지가 꽤 익숙했습니다. 날씨도 더없이 쾌청하고 하늘은 파랬습니다. 그의 걸음도 경쾌했습니다. 순간 귀를 찢는 굉음과 함께 지뢰가 폭발하기 전까지는.

"형님, 차라리 죽여주세요."

순식간에 그의 발목이 날라갔습니다. 너덜너덜해진 발목을 박평수 이사가 지혈하고 구조대를 기다렸습니다. 지독한 통증에 시달리며 그는 오랫동안 환경보전 일을 함께 해온 박 이사에게 "차라리 죽여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엉망이 된 장항습지 위해 팔 걷고 나선 사회적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2019년부터 장항습지에서 활동했습니다. 한강하구 110만평의 습지보호구역인 장항습지가 가시박 덩굴에 뒤덮여 음산한 디스토피아 세계가 돼 있었습니다. 가시박에 가린 버드나무들은 형체를 알 수 없었습니다. 2019년 1월 KBS가 실태를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도 가시박과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장항습지를 다뤘습니다.

상황이 심각했지만, 관계 당국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희 한강조합이 나섰습니다. 자원봉사로 쓰레기와 가시박을 치우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해 5월 가시박을 뽑고 쓰레기를 치우러 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우리의 활동으로 장항습지가 2021년 5월 람사르 사이트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김철기 선생은 지뢰 사고 이후 꿋꿋이 재활에 힘쓰고 평화운동가로 거듭났습니다.
▲ 지뢰 사고 피해자 김철기 선생  김철기 선생은 지뢰 사고 이후 꿋꿋이 재활에 힘쓰고 평화운동가로 거듭났습니다.
ⓒ 박평수

관련사진보기

 
하천에 있는 생태교란종 가시박을 치우는 일은 강 생태계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염형철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수시로 가시박을 치우는 일을 했습니다.
▲ 가시박을 치우고 있는 염형철 대표  하천에 있는 생태교란종 가시박을 치우는 일은 강 생태계를 위해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염형철 대표는 지난 5년 동안 수시로 가시박을 치우는 일을 했습니다.
ⓒ 조은미

관련사진보기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걸어온 길을 아십니까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은 25년 넘게 물과 강 분야 환경운동을 해온 염형철 대표 주도로 2018년 8월 창립했습니다. 그는 강과 물 분야에서 운동이 아니라 실제 사업으로 강을 바꾸고 강문화를 만들고자 기치를 들었습니다. 그런 취지에 보수 진보, 세대와 분야 관계없이 300여 명의 발기인이 모여 출범했습니다(보수매체 소속 언론인도 있었습니다). 생태 환경 분야 전문가들만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 언론, 교육, 지역사회 일꾼들이 다양하게 모여 창립한 것입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비영리법인으로 설립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몇 달간 절차를 꼼꼼히 준비해 환경부 산하 물환경정책과에 드디어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일궈서 세상을 풍요롭게 시민을 행복하게

이런 사명으로 활동을 시작한 한강조합은 수달토론회를 개최하고 자원봉사를 조직해 여의샛강생태공원, 장항습지 같은 생태적으로 중요한 하천에서 일을 했습니다. 비용도 없었습니다. 우리의 가치를 믿고 출자해준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그런 일들을 했습니다.

교육전문가 조합원들에게 요청하여 교육 프로그램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따야 했습니다. 사업을 해야 가치를 실현할 수 있고, 운영을 할 수 있으니까요. 강의 생태와 문화, 시민과학자와 수달보호 활동이 주요 사업이므로 환경부의 사업들에 여럿 참여하게 됐습니다. 
 
한강에 수달이 돌아올 수 있게 하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이 한강조합의 일입니다.
▲ 수달 모니터링과 교육  한강에 수달이 돌아올 수 있게 하고 잘 살아갈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보전하는 것이 한강조합의 일입니다.
ⓒ 조은미

관련사진보기

  
2000만 원 미만의 수의계약으로 한강 생태교육 조사와 프로그램 제안, 강문화 발굴 연구, 여주 남한강 열린문화생태원 계획과 같은 사업도 하고 여러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떨어진 것도 부지기수입니다. 창립 이후 5년 동안 각종 입찰이나 공모에 선정된 것은 채 10%도 안 되지만 계속 넣고 또 넣으며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731명의 조합원과 14명의 직원들이 일하며 4년 동안 매출은 61억 정도를 기록했습니다. 코로나 같은 어려운 시기에도 직원 한 명 감원하지 않고 열정을 쏟으며 일했습니다. 그런 노력 덕에 한강이 일하는 여의샛강생태공원과 같은 곳곳에서 수십만 명의 시민들이 행복한 체험을 얻어가고 있고, 수달을 비롯한 무수한 동식물들도 어울려 살아가고 있습니다.
 
도심 속 비밀의 숲 여의샛강생태공원의 가을이 아름답습니다. 시민들의 땀과 노력으로 가꾸는 숲입니다.
▲ 아름다운 여의샛강생태공원  도심 속 비밀의 숲 여의샛강생태공원의 가을이 아름답습니다. 시민들의 땀과 노력으로 가꾸는 숲입니다.
ⓒ 조은미

관련사진보기

 
임의자 의원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올해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 10일 <뉴스1> 기사에 따르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실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문재인 정부 시절 환경부 및 관련 기관으로부터 받은 일감 등이 6억 3970만 원이고, 그중 염 대표가 국가물관리위원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하던 기간에 5억 9440만 원으로 집중됐다고 했습니다.

염형철 한강조합 공동대표는 4대강 사업의 시작부터 반대운동에 앞장서온 사람입니다. 임 의원은 염 대표가 4대강 보 개방과 해체를 위해 활동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 당시 '거액의 일감' 이권 카르텔을 형성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용역 선정이 적법했는지, 수의계약은 잘 수행했는지 제발 꼼꼼히 살펴봐주기 바랍니다. 우리 한강조합의 직원들과 함께 일하는 전문가들이 얼마나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사업을 수행했는지, 아니면 집행을 제대로 안 했는데 사업비를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11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
 11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는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
ⓒ 조은미

관련사진보기

 
임 의원은 11일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염형철 대표와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을 공격하는 데 질의 시간을 대부분 사용했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는 "(문재인 정부와) 환경단체들이 재자연화나 4대강 보 해체에 대해서 주창을 하고 뒤에서는 용역사업들 일감을 몰아받는 특혜 카르텔이 형성돼 있었던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이게 특혜 이권 카르텔이 아니고 뭐겠나"라고 물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단체가) 처음에 시작할 때는 자산이 7000만 원이었던 것이 문재인 정부 끝날 때쯤 되면 자산이 25억 원이 된다"면서 "용역(내용)도 한번 살펴봤더니 환경부 용역을 수주하면 꼭 해야 하는 과업 지침이 있는데 지침도 자기들이 다 바꿔 버리고 따르지 않았다. 과업지시서에 이후에 추진할 과제로 하면서 또다시 똑같은 용역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임이자 의원의 국정감사 발언 등에 대해 염형철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염 대표는 '자산 25억 원'과 관련해 "(25억) 금액은 한강조합의 여의샛강생태공원 관리 사례가 모범으로 부각되면서 서울시 소유인 센터 리모델링을 위해 모기업이 기부한 것이 우리 통장에 보관돼 있기 때문이다(부채 성격)"라며 "우리 조합의 자본금은 1.5억 원 수준이고 지금은 그나마 사업비로 쓰여 바닥인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환경부 과업지침 변경에 대해선 "도대체 어느 발주자가 수행처의 의견에 따라 과제를 바꾸나?"라며 "이는 환경부의 상황과 과제의 현실적 어려움 등이 있어 협의된 내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21년 김철기씨가 장항습지 환경보전 활동을 하며 발목 절단의 고통을 겪을 때 정부는 어느 누구도 위로나 보상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김철기씨를 위로하고 성금을 모아준 것은 한강조합의 조합원들과 사연을 들은 평범한 시민들이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강과 자연을 위해, 오늘도 한 그루의 나무를 심거나, 쓰레기 하나 치우거나,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준비해서 놀아주기가 바쁩니다.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산적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대단한 이권 카르텔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울화가 치밉니다. 저기 담담히 단풍 드는 뽕나무, 자원봉사자들이 돌본 저 나무가 위로하듯 저를 바라보지만, 속상한 마음이 잘 달래지지 않습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입니다.


태그:#사회적협동조합한강, #임이자 , #염형철, #장항습지 , #람사르사이트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