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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10월 11일 공공성-노동권 확대를 요구하는 2차 공동 파업을 예고했다. 국민건강보험노조와 부산지하철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경북대병원분회 등 4개 공공기관 사업장 2만5천여 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공공요금 인상, 건강보험 보장성 후퇴, 의료 영리화 추진, 지하철 공익 적자 방치 등으로 드러나는 윤석열 정부의 ‘시장주의 확대’ 국정 운영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병원, 지하철 등에서 시민 안전을 위한 인력 충원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삶이 무너지는 고비에서 국가의 책임은 무엇인가? 연속 기고를 통해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한다. [기자말]
경제 불황시 정부의 긴축 정책은 사람을 죽인다.
 경제 불황시 정부의 긴축 정책은 사람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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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이 좋지 않다. 물가는 오르는데 임금은 그만큼 오르지 않고 일자리는 불안정해져 시름은 깊어만 간다. 한국만 그런 것도 아니고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우니 마음을 다잡아 보려 하지만 각종 재난, 참사와 더불어 정치적 갈등이 심화하니 민심은 흉흉하다. 나서서 책임을 지고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 힘을 낼 수 있도록 애써야 할 이들이 발뺌하고 엉뚱한 행보를 보이니 답답한 마음에 소리쳐 들고 일어나는 이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경제 불황시 정부의 긴축 정책은 사람을 죽인다. 지난 시기 경험이 말해주는 바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불황이 지속되면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이들이 먼저 타격을 받는다. 정부가 이들을 위해 돈을 쓰고 정책을 펴면 살릴 수 있지만, 부자 감세하고 규제 완화하고 정부의 사회 지출을 줄이면 이들을 여러 경로로 병들고 죽어간다.

여러 연구에 의하면 경제위기 시에는 자살과 살인이 늘어나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늘어난다고 한다. 감염병도 늘어나고 정신 건강 수준도 악화한다. 특히 일자리가 없거나 불안정한 일자리를 가진 이들의 타격이 크다.

정규직 노동자도 예외는 아니다. 더 많이 더 힘들게 일하라는 압력을 받게 되고 이를 거부하기 어려우므로 적절한 보상 없이 장시간 노동과 강도 높은 노동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연료비와 전기세도 감당하기 힘들어지고 월세 내기도 버거운 이들이 많아지면 이들은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 경제위기 시에 벌어지는 이 모든 상황이 사람들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협한다.

어려운 시기라도 정부가 나서서 사회 지출을 확대하고 적극적인 공공 정책을 펴면 경제위기로 인한 건강 파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사회 지출을 줄이고 공공 부문을 감축하고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면 부정적 효과가 더 커진다.

경제가 어려워도 의료 공급 확대해야 

고용 정책, 주거 정책, 다양한 사회복지 정책과 더불어 의료는 경제위기 시에 필수적이며 충격 완충 효과가 매우 큰 정책 영역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의료 이용을 포기하거나 줄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경제위기 시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병원 갈 일도 많아지는데, 사회경제적 이유로 병원에 못 가게 되거나, 재난적 의료비 부담으로 파산하게 된다면 상황은 급격히 나빠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경제가 어렵더라도 의료 부문 예산은 줄이면 안 되고 의료 공급은 오히려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유행 역시 경제와 건강은 상호 대항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다. 사람들이 건강해야 경제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향하는 방향은 정반대 방향이다.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공의료기관도 인력을 감축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의료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력을 줄이면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의료의 질을 향상해 위기에 대비해야 하는 객관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전혀 반대 방향으로 공공의료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헌신적으로 일한 병원 노동자들이 정부에 기대한 것이 이런 대접은 아닐 것이다. 눈코 뜰 새 없이 일하며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애쓴 병원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력을 감축하라고 지시를 내린다면 가만히 있을 이들이 어디 있겠나.

코로나19 유행 시기 잘 알려진 것처럼 현재 한국 병원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너무 힘들게 일하게 되고, 힘든 것을 견디다 못해 병원을 떠나는 이들도 많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인력 충원 계획과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 보장이다. 그런데 오히려 인력을 감축하라고 지시를 내린다니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라는 것일까.

윤석열 정부의 공공의료 '후퇴' 
 
윤석열 대통령이 9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윤석열 대통령이 9월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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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의료 민영화 정책 역시 우려스럽다. 정부는 세 가지 측면에서 의료를 민영화하고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첫째 건강보험을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후퇴시키고 재정 확대에 미온적이다. 지난 정권의 건강보험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말하면서 돈벌이할 궁리만 하는 민간보험 회사와 민간병원을 위한 정책만 추진하고 있다.

민간병원들이 기상천외한 비급여를 만들어 내어 환자들의 주머니를 털어도 아무 대책이 없다. 민간보험회사가 실손의료보험을 팔아놓고 정작 보험금 지급은 까다롭게 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 오히려 민간보험 회사가 개인 의료정보를 손쉽게 얻어 지급 거절을 잘 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을 개정했다. 그 와중에 건강보험 보장성은 더 낮아지고 환자들은 경제적으로 힘들어지고 있다.

둘째, 공공병원을 강화하고 의료 인력을 확충하여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기보다는, 시장과 기업에 의료를 맡기려 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고생했던 공공병원을 헌신짝 버리듯이 버리고, 돈벌이만 신경 쓰는 민간병원을 육성하겠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비대면 진료를 활성화하여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만 배를 불리려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셋째, 온갖 종류의 건강 관련 상품을 활성화하고 있다. 건강관리를 상품화하여 기업들이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어 주기 위한 건강관리서비스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이를 위해 개인의 민감한 의료정보와 개인 정보를 이러한 기업들이 손쉽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 개악이 추진되고 있다. 효과도 없고 부작용만 있는 줄기세포 치료 등을 활성화하여 주식시장만 활성화하려는 정책도 추진되고 있다.

이해할 수도 없고 적반하장격인 정부에 맞서 병원 노동자들이 파업을 선언했다.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 노동자 등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소속 노동자들이 먼저 싸우겠다고 나섰다. 이들 투쟁은 정당하다. 조금 불편하고 힘들더라도 이들 투쟁을 지지하고 지켜내야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상윤씨는 보건의료단체연합 공동대표입니다.


태그:#의료, #영리화, #공공성, #공공운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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