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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언더커버>란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다. 전직 국정원 요원이란 신분을 숨기면서 살아왔던 한정현이 한 사건에 휘말려 정체가 밝혀지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보여주던 드라마였다.

언더커버를 보면서 필자가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한정현이 발달장애인 아들을 위해 자전거 수리센터를 운영했다는 것이다. 자신과 아내가 세상을 떠나도 발달장애인인 아들이 자전거 수리센터를 운영하면서 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발달장애인들의 부모들뿐만 아니라 모든 중증장애인들의 부모들은 한정현처럼 자식들이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서 비장애인들과 어울리면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언더커버의 한정현처럼 발달장애인 자식들에게 해줄 수 있는 부모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을 생각하면 지난 2019년부터 시작된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일자리 지원 사업은 국가가 부모를 대신해 중증장애인들에게 직업을 가지고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좋은 제도이다. 그런데 내년부터 이 좋은 제도가 없어질 위기에 봉착했다. 정부가 올해 중증장애인 지역맞춤형 일자리 지원 사업에 배정되었던 예산 23억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말하는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일자리 지원 사업 예산 삭감 이유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사업 실적이 부진했고, 다른 지원 사업들과 중복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사업들과 중복되는지 정부는 말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코로나 대유행으로 사람들 간 만남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특수 상황이다.

이런 특수 상황에서 장애인 동료 상담과 장애인 자조 모임도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일자리 지원 사업의 실적이 안 좋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이런 이유로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일자리 지원사업 예산 전액을 삭감하고, 이에 항의하며 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 로비를 점거한 중증장애인들이 경찰들에 의해 모두 연행되는 것을 보면서 필자는 이번 정부도 장애인 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장애인복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이 직업을 가지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살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일자리 지원사업에 더 많은 예산 배정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정부는 그 소중한 예산 전액을 삭감한 것이다.

태그:#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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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6월 20생 우석대 특수교육과 졸업 서울디지털사이버대 사회복지과 졸업 장애인활동가. 시인. 시집: 시간상실 및 다수 공저. 에이블뉴스에 글을 기고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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