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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육군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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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식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대한민국 건국일은 1948년 8월 15일"이라는 답변서를 국회 국방위에 제출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문체부장관일 때 '건국 60주년' 행사를 추진하며 "1948년 건국 이전에는 오직 신민과 백성뿐이었다"라는 내용이 담긴 책자를 배포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 사실을 '건국'으로 교묘히 바꿔 그 이전과 단절을 시도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다. 우리 헌법전문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하여 일제하 독립운동과 정부수립운동이 대한민국 역사임을 명백히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인식의 소유자들이 대한민국 정부 장관이 되어도 되는가?

문제는 인식만이 아니다. 장관 후보자들의 헌법정신 위배는 그들의 실제 행태에도 드러난다. 우리 헌법전문은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할 것을 주문하고 있고, 공직자는 더더욱 이를 엄히 따를 의무가 있다. 

그런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청와대 대변인 재직 기간 자신의 주식을 '지인 파킹'했다 되돌려받았고 그 새 주식가치는 80배로 뛰었다. 공직자 재산 백지신탁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하고 불법으로 우회해 폐습과 불의를 저지른 것이다. 유인촌 후보자는 과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건에 직접 관여했거나 적어도 방임한 책임이 있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22조를 위반한 범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후보자를 지명한 윤석열 정부에 있다. 윤 정부의 통치기조는 하나에서 열까지 헌법정신과 거꾸로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헌법정신과 정반대로 가는 윤석열의 통치기조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9.25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9.2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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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는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 제21조에 반해 '야간집회 금지'를 다시 추진하고 있고, 국민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헌법 제31조에 반해 내년도 교육예산을 삭감했으며, 과학기술 혁신과 인력 개발에 힘쓰라는 헌법 제127조에 반해 연구개발 예산을 뭉텅이로 깎았다.

국민의 환경권을 보호할 의무를 국가에게 지운 헌법 제35조에 반해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를 수수방관했다. 국민 경제의 균형 있는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를 시행하라는 헌법 제119조에 반해 대기업·부유층의 세금을 깎아주면서 60조의 기록적 세수 결손을 일으켜 국가재정에 피해를 입혔다.

헌법전문은 국가에게 우리뿐 아니라 우리 자손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고 임기 내 탄소감축 목표를 크게 낮춤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이란 커다란 부담을 미래세대에게 떠넘겼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툭하면 '자유민주주의'를 꺼내들지 않던가? 자유민주주의야말로 우리 헌법정신 아닌가?

그렇지 않다. 우리 헌법전문에서 가리키는 가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며, 윤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다르다. 헌법재판소에 의하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인권존중, 법치주의, 권력분립, 의회제도, 사법독립 등을 내용으로 한다. 시장의 자유와 반공을 강조하는 특정 당파의 이념을 뜻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보자. 국회가 법을 통과시켜도 거부권으로 무력화해버리고, 사정기관을 편파적이고 집요하게 동원해 제1야당 대표를 옭아매며, 대법원장 후보로 파도 파도 의혹이 끊이지 않는 '친구의 친구'를 추천하는 윤석열 대통령이 과연 헌법이 지향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고 있는가?

장관, 대법원장 후보 지명 즉각 철회해야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길 수 없듯이 헌법을 우습게 보는 자들에게 헌법 수호를 맡길 수 없다. 취임 선서로 헌법 수호를 다짐하고도 헌법정신을 무시하고 있는 윤 대통령은, 이대로 가다간 국민적 저항이 기다릴 뿐이다. 헌법 가치가 무너질 때 국민의 저항은 헌법상 권리이자 의무다. 

윤 대통령이 헌법정신에 따를 의지가 있다면, 야당과 언론에 적대적 태도를 버리고 대화에 나서기 바란다. 그러려면 정부의 불통에 실망한 국민에게 사과하고, 신원식·김행·유인촌 장관 후보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 지명을 철회하라. 그것이 헌법정신을 따르는 것이고 막힌 정국을 푸는 길이다.

덧붙이는 글 | 필자 오준호는 '사명이 있는 나라' 저자이며 기본소득당 공동대표입니다. 이 글은 오준호의 26일 기자회견 발언을 보완했습니다.


태그:#윤석열, #기본소득당오준호, #신원식, #김행, #유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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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기본소득당 공동대표.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기본소득 쫌 아는 10대> <세월호를 기록하다> 등을 썼다. 20대 대선 기본소득당 후보로 출마했다. 국회 비서관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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