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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이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는 어떻게 보면 특별할 것 없는 한 남자의 삶이 담긴 소설이다. 출간 후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파고들어 감동을 주고 있다.

스토너는 시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농업을 제대로 배워보기 위해 대학에 진학한다. 부모님의 제안이었다. 농업을 공부해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던 스토너는 아처 슬론 교수의 영문학개론 수업에서 우연히 셰익스피어의 소네트를 접하고 인생의 항로를 재정비한 후 교육자로서의 삶을 살아가기로 결정한다.

그 이후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했지만 그의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대학에서 교수로서의 입지도 위태롭고 불안한 상황이었다. 안정되지 못한 결혼생활은 그를 밖으로 내몰게 되었고, 세상의 잣대로 보면 '불륜'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그 사랑이 결국 그를 궁지로 몰아넣는다. 책을 덮은 독자들은 그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다.
 
<스토너> 초판본 책표지
 <스토너> 초판본 책표지
ⓒ 알에이치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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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성공과 실패, 환희와 좌절, 기쁨과 슬픔 등 다양한 감정과 순간들이 총망라된 집합체이다. 누구나 조금씩은 불행하고 조금씩은 행복하다. 완벽하게 행복한 삶도 완벽하게 불행한 삶도 없다.

불화가 지속되었던 부부관계, 직장 내 불안한 입지와 동료들과의 다툼, 자녀의 일탈... 언뜻 보면 스토너의 삶은 불행 그 자체인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는 그가 결코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박하면서 평범한 삶이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면 우리도 인생에서 그다지 큰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인생을 통째로 뒤흔들만한 큰 굴곡을 겪지 않는 것만으로도 잘 살아낸 인생이라고 안도한다. 인생에서 이루고자 했던 것을 후회 없이 다 이루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 인생이 실패한 인생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인생은 그런 것이 아닐까?

각자의 인생은 각각 다르다. 하지만 그 인생에서 '견뎌내는 일'이 8할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스토너 역시 견뎌내는 시간이 길었다. 로맥스를, 워커를, 그리고 이디스의 무례함과 무관심을 끝까지 견뎌냈다.

인생에서 한두 번쯤은 최악의 빌런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빌런과 정면으로 맞서지는 않더라도 빌런과 관계를 끊어내지 못하고 연결어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에서 고통은 지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들은 모두 지나가기 마련이다.

세실 프란시스 알렉산더가 '일출의 장엄함이 계속되진 않으며 비가 영원히 내리지도 않는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라고 말한 것처럼, 고통스러운 순간들을 견뎌내고 다시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 반복되면서 인생은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클라이맥스도 없고 큰 사건도 없지만 소소하게 공감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평범한 이야기를 밀도 있는 문체로 끌고 나가는 작가의 필력이 독자들로 하여금 이 소설에 열광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작가 역시 이 소설의 주인공 스토너를 '특별하지 않음'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사실 그대로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는 모호함이 스토리 전반에 깔려 있다. 작가의 의도된 설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의 인생 역시 한 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애매함과 모호함으로 점철되어 있고, 그 모호함이야말로 인생이 갖는 보편성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기에 독자들이 이 소설에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394쪽)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인생이란 무엇인가'로 마무리되는 이 소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작은 것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인생이라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특별하지 않음'이 진짜 '특별한 것'이 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이다 보면 삶의 가치는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소설이다.

<스토너>를 읽었다면 카렐 차페크의 <평범한 인생>을 연이어 읽어보기를 권한다. 자기 안에서 충돌과 타협을 반복하고 있는 수많은 자아들과 친밀함을 유지하면서 조화롭게 살아가는 '평범한 삶'이 축복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잠시 멈추어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위대한 소설과의 조우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버릴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태그:#스토너, #존윌리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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