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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대다수 언론은 6일 치른 ‘9월 모의 수능평가’를 두고 ‘킬러 문항’ 없이도 ‘변별력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관련 기사 제목 일부이다
▲ "9월 모의평가" 관련 언론 기사 제목 9월 7일 대다수 언론은 6일 치른 ‘9월 모의 수능평가’를 두고 ‘킬러 문항’ 없이도 ‘변별력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관련 기사 제목 일부이다
ⓒ 빅카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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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7일 대다수 언론은 6일 치른 '9월 모의 수능평가'를 두고 '킬러 문항' 없이도 '변별력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킬러 문항 없이도 변별력 잡았다>(서울신문), ,<'킬러문항' 없는 9월 모의평가 고난도 문항으로 시험 변별력 확보>(세계일보), <9월 모의평가 '킬러 문항 고난문 지문' 없앴다>(문화일보), <전문적 내용 뺀 국어, 선택지서 변별력 키웠다>(경향신문),<9월 수능 모의평가, 킬러 문항 없애고 EBS 연계 늘어>(조선일보)  

한국일보는 현직 교사이며 EBS 강사가 쓴 <9월 모평, 공정 수능 가능성 봤다> 기고까지 실었다. "다행스럽게도 9월 모의평가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서도 변별력 있는 문항을 출제하려고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는 문장은 그렇다치더라도 아래 인용 글은 낯뜨겁다.
 
이번 시험을 지켜보면서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공교육과 EBS연계 강좌만 충실히 이행한 학생도 수능에서 얼마든지 높은 성취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일보 인터넷판, 9월 7일 <9월 모평, 공정 수능 가능성 봤다> 일부
 
이번 '수능 모의시험' 출제 결과에 관한 평가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킬러 문항 배제'라는 정부의 공언이 성공했다고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이 앞장서 말하는 부분이다. 여전히 유명 입시학원 강사를 인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현직 EBS 강사인 입시 전문 교사들이 맨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교사들의 '킬러 문항'에 대한 개념 정의는 학원 강사들과 다르지 않다. 극소수 학생만이 풀 수 있는 '초고난도' 문제를 가리킨다. 공교육 교사들임에도 교육과정을 말하는 경우는 보기 어렵다.

뭐가 달라진걸까?
 
수능 시험과 ‘모의 수능평가’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출제 방향>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 모의평가 관련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보도자 수능 시험과 ‘모의 수능평가’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출제 방향>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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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시험과 '모의 수능평가'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출제 방향>을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다음은 '출제의 기본 방향' 일부이다.
 
첫째, 학교 교육을 통해 학습된 능력 측정을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출제하고자 하였다. 특히,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함으로써 고등학교 교육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또한 타당도 높은 문항 출제를 위하여 이미 출제되었던 내용일지라도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은 문항의 형태, 발상, 접근 방식 등을 다소 수정하여 출제하였다."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출제 방향, 1쪽
 
재미있는 지점은 이 내용이 지난 6월 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배포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 출제 방향'에 있는 내용과 글자 한 자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6월 모의평가' '출제의 기본 방향'은 모두 네 가지였다. 이번 '9월 모의평가'에서는 '킬러 문항 배제'만 더해졌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추어 출제"하겠다는 기본 방침은 변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덜 관심을 갖고 있고 내가 그나마 어느 정도 아는 '사회탐구 영역'도 마찬가지다. '출제의 기본 방향', '출제 범위', '문항 출제 시의 유의점 및 강조점'은 그대로 '복사 붙여넣기' 했다. '문항 유형' 사례는 일부 달라졌으나 핵심 내용은 그대로다.
 
"사회탐구 영역은 교과목의 특성에 따라 윤리적, 지리적, 역사적, 사회적 상황 등을 소재로 제시하고, 인문·사회과학적 탐구 능력과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사고력을 측정하는 문항을 출제하였다."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 출제 방향, 37쪽 
 
6월과 9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내세운 출제 기본 방향에는 변한 것이 없는데, 언론에서는 '킬러 문항'이 없어졌다고 한다. 교육당국이 '창의력',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 같은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언어를 그냥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면서 권력 흐름에만 몸을 맡기고 있다.

아직 '9월 모의평가' 결과는 나오지도 않았다. 일부 표집 자료, 그것도 수집 과정과 통계 처리 방법을 알 수 없는 결과와 주장에 기대 너무 앞서가고 있다. 이제는 마치 교육 과정만 정상적으로 이수하면 다 될 것처럼 설레발이다.

정답을 고르는 선택형 문제는 내용을 아는 것과 별개로 문제에 접근하고 답을 찾는 '기술적 요소'가 개입된다. 국어 과목이 '킬러 문항'이 없었는데도 어렵다면, 그것은 학생들이 전에 만났던 방식과는 다른 형식의 문제 스타일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본문은 쉬워졌지만, 고르는 보기가 어렵다면 여전히 문제 풀이는 쉽지 않다. 올해 수능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은 두 달 안에 달라진 출제 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것이 그렇게 잘 된 일인가?

학생들이 무엇을 아는가에 관심을 두지 않고 '변별력'이라는 이름으로 어떻게 하면 틀린 답을 고르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킬러 문항'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문항 유형'을 설명하면서 예로 든 사회·문화 1번과 8번은 단순 지식을 묻는 문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출제 기관은 "학문적·시사적 소재들을 활용하여 개념 및 원리의 이해, 문제 파악 및 인식, 탐구 설계 및 수행, 자료 분석 및 해석, 결론 도출 및 평가, 가치 판단 및 의사 결정 등 6가지 평가 요소를 골고루 측정할 수 있는 문항을 출제하고자 하였다"고 버젓이 보도자료에 적었다.

여전히 교육과정 무시하고 줄세우기에만 몰두

사회·문화 과목에는 복잡한 표와 계산을 앞세워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성취기준과는 아무 상관없이 학생들을 괴롭히는 문제가 이번에도 유지됐다. '9월 모의평가' 20번 문제가 대표적이다.
 
9월 모의평가 사회문화 20번 문항이다. 이 문제는 교육과정과는 상관없이 계산을 앞세워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문항이다.
▲ 9월 모의평가 사회문화 20번 문 9월 모의평가 사회문화 20번 문항이다. 이 문제는 교육과정과는 상관없이 계산을 앞세워 학생들을 힘들게 하는 문항이다.
ⓒ 한국교육과정평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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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공식적으로 연계를 허용한 EBS는 사회·문화 20번 문항 해설 제목을 '인구 구성 자료 분석'이라고 달았다. EBS 해설 내용은 다음과 같다.
  
EBS가 제시한 사회·문화 20번 문항 해설이다. ‘인구 구성 자료 분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 9월 모의평가 사회문화 20번 EBS 해설 EBS가 제시한 사회·문화 20번 문항 해설이다. ‘인구 구성 자료 분석’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 EB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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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회과 교육과정> 사회·문화 과목 부분 어디에도 '인구'라는 단어가 없다. 이 문제를 교육과정과 굳이 연결한다면, 마지막 단원 '(5) 현대의 사회 변동' 성취기준 "[12사문05-03] 저출산・고령화와 다문화적 변화로 인해 대두되는 과제를 제시하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한다"에 해당한다. 과연 위 문제가 이 성취 기준을 달성했는지를 평가하는 문항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학교 안이건 밖이건 입시와 서열에 관심을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교육 목표인 <교육과정>과 학생이 보이지 않게 된다. '변별력'은 유지하면서 '킬러 문항'은 없다는 말은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표현과 다를 바 없다.

태그:#9월 모의평가, #킬러 문항, #변별력,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공교육 정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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