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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19일~31일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 카프카스 지역을 여행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여행 이야기를 소개할 예정입니다.[기자말]
바쿠를 중심으로 한 아제르바이잔의 역사
 
바쿠 구도심의 성곽
▲ 바쿠 바쿠 구도심의 성곽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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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제르바이잔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세 군데 있다. 첫째가 성곽도시 바쿠의 쉬르반샤(Shirvanshah) 궁전과 메이든 타워(Maiden tower)이다. 둘째가 바쿠 외곽 고부스탄 (Gobustan) 암각화다. 셋째가 여름궁전이 있는 쉐키(Sheki) 역사지구다.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는 수도로서의 역사가 쉬르반 왕국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9세기부터 16세기까지 아제르바이잔을 지배했던 쉬르반 왕국은 12세기 이후 문화적 전성기를 누린다. 이를 근거로 도심에 성곽을 축조하게 되었으며, 이때의 건물이 메이든 타워로 남아 있다.

13세기에는 바쿠가 일한국(Il-Khante)의 여름궁전이 되어 건축이 이루어졌다. 14세기까지 바쿠 구시가지(Icheri Sheher)를 중심으로 성이 여러 번 새로 지어지고 고쳐졌다. 그 결과가 현재 쉬르반샤 궁전으로 남아 있다.

쉬르반샤 궁전은 집무공간, 거주공간, 사원과 무덤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집무공간은 왕궁으로 이루어져 있다. 거주공간은 왕실의 사적인 생활공간으로, 목욕탕이 현재까지도 잘 남아 있다. 사원은 이슬람 모스크로 그 안에 왕가의 무덤이 있다.
 
쉬르반샤궁 왕가의 영묘
▲ 영묘 쉬르반샤궁 왕가의 영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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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는 동서교역의 요충지여서 수도 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 8세기 이슬람 왕조인 아바스 제국의 지배를 받았고, 13세기부터 몽골의 지배를 받았다. 1500년대 들어 페르시아 계열의 사파비왕조의 지배를 받았고, 16세기 후반 잠깐 투르크 계열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기도 했다.

그리고 쉬르반샤 왕국은 러시아-페르시아 전쟁이 일어나는 1722/23년까지 사파비왕조의 영향력 하에 있기도 했다. 그 후 러시아와 오스만제국이 쉬르반 지역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1747년 이후 바쿠, 꾸바(Quba) 같은 소규모 왕국으로 분열되고 말았다.

바쿠 구시가지 성곽으로 들어서다
 
헤이다르 알리예프 국제공항
▲ 바쿠 공항 헤이다르 알리예프 국제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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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헤이다르 알리예프(Heydar Aliyev) 국제공항을 거쳐야 한다. 공항은 바쿠 동북쪽에 위치한다. 에어포트 로드를 따라 바쿠 올림픽경기장,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를 지나 바쿠 구시가지로 들어간다.

시내 곳곳에 전임 대통령인 헤이다르 알리예프의 사진이 걸려 있다. 현 대통령인 일함(Ilham) 알리예프의 아버지로 어느 정도 우상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헤이다르는 소련연방 시절 공산당 서기장과 정부 수반을 지냈으며, 1993년부터 2003년까지 아제르바이잔 공화국 제3대 대통령을 지냈다.

버스는 바쿠 구도심의 대통령궁을 지나 이췌르 쉐헤르 메트로(지하철역) 근처에서 우리를 내려준다. 우리는 쉬르반샤 궁전과 성곽을 감싸고 있는 대로를 따라 사비르(Sabir) 공원 쪽으로 걸어간다. 도로 주변에는 공공건물과 상업용 건물이 혼재해 있다.

아제르바이잔대학교 경제학부 건물도 보이고, 후세인 자비드(Hussein Javid) 박물관도 보인다. 아제르바이잔 국립과학원 건물도 지난다. 도심의 모습으로 봐서 바쿠는 과거와 현재가 잘 어우러진 도시로 보인다. 또 현대적 건물도 많아 바쿠 경제가 잘 돌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바쿠 성벽 앞 사비르 동상
▲ 사비르 바쿠 성벽 앞 사비르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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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르 공원 끝에 이르러 우리는 아제르바이잔의 근현대시인 미르자 알렉크베르 사비르(Mirza Alekber Sabir: 1862~1911)의 동상을 만난다. 그는 페르시아 서정시 가잘을 아제르바이잔어로 옮기면서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03년부터 신문과 잡지에 시를 발표했다.

1905년 러시아혁명의 영향을 받은 그는 혁명, 민주주의 같은 개념을 문학 속에 담게 되었다. 중세 봉건적인 아제르바이잔 사회를 비판하고, 부유한 사람들과 기득권층에 대한 신랄한 풍자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또 하층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더 나아가 젊은 세대를 교육하는 내용의 시도 썼다.

이를 통해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정부 입장에서 보면 그는 위험한 인물이었다. 그 때문에 본명이 아닌 필명으로 글을 쓰기도 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 <외침> <우리가 해야만 하는 것> 등이 있다.

그는 이처럼 사회와 타협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 박해와 가난, 과로와 생활고에 시달렸다. 그는 1911년 간염으로 죽어가면서도 민중을 위해 살을 내놓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좀 더 시간이 있다면 뼈까지 바치겠다고.
 
쉬르반샤 궁전 외관
▲ 쉬르반샤 쉬르반샤 궁전 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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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제 문이 두 개인 꼬샤(Qoşa) 성문으로 들어간다. 성문 안에 여행안내소가 있어 들어가 보니 자료가 별로 없다. 성곽 안쪽으로 길이 나 있어 그 길을 따라 올라간다. 성곽과 성벽 안쪽 건물들이 식당, 기념품점, 공방, 호텔, 공공기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쉬르반샤 궁궐은 구도심에서 상당히 높은 지점에 위치한다. 그것은 나라를 통치하는 지위가 높은 왕이 거주하기 때문이다. 궁궐은 50개 정도의 방을 가진 2층의 궁전, 신앙과 교육공간인 모스크, 왕가의 무덤과 영묘, 궁중목욕탕으로 이루어져 있다.

쉬르반샤 궁전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다

우리는 궁궐 밖 정원에서 궁궐 전체의 외관을 살펴본다. 모스크와 궁전의 돔형 지붕이 보이고, 궁전의 정면 출입구가 보인다. 궁전 입구에 세워진 안내판을 통해 이 궁전이 12세기부터 지어지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14-15세기 쉬르반 왕국의 이브라힘 1세, 칼리룰라 1세, 파루크 야사르 왕때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되었다.

가이드는 먼저 우리를 궁전 2층으로 안내한다. 2층은 왕의 통치와 집무공간으로 활용되었을 것이다. 이곳에는 왕의 계보를 보여주는 표가 있고, 왕이 사용하던 물건들이 박물관 형태로 전시되어 있다.
 
아제르바이잔 전통악기
▲ 전통악기 아제르바이잔 전통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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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칼이 전시되어 있는데, 길지 않은 것으로 보아 전투용 칼이 아닌 지휘용 칼이다. 주전자가 두 개 있는데 장식이 화려하고 정교하다. 동서문물의 교류를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유형의 주전자다.

인상적인 것은 전통악기 세 점이다. 초구르(Chogur)로 불리는 현악기, 산투르(Santur)로 불리는 줄을 쳐서 소리 내는 타현악기(打絃樂器), 까발(Qaval)로 불리는 북이 있다. 아마 이들 셋이 아제르바이잔 전통악기의 기초가 되는 것 같다.

팔각 별모양의 타일도 보이는데 동물 문양이 그려져 있다. 이들 동물은 공작과 비둘기로 보이는 새와 개다. 배경으로 식물 문양이 들어갔다. 생활용품으로 동제 쟁반, 장식용 치레걸이, 수통, 그 외 모자, 의류, 신발 등이 보인다.

아랍어로 된 책도 있다. 종교적인 서적으로 보인다. 공식적인 박물관이 아니어서 최고의 유물을 갖다놓은 것 같지는 않다. 이곳에는 또한 바쿠 구시가지의 모습을 미니어쳐 형태로 재현해 놓았다. 1층에는 전통의상을 입어볼 수 있는 체험관도 마련되어 있다.
 
왕가의 목욕탕(하맘)
▲ 하맘 왕가의 목욕탕(하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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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전 옆에는 역대왕의 무덤이 있는 디반카나(Divankhana)가 있다. 그리고 궁전 앞에는 왕의 사원과 왕가의 영묘가 있다. 그리고 한 칸 밑으로는 왕가의 목욕탕이 있다. 현재 목욕탕은 사용하지 않아 노천에 드러난 상태다. 목욕탕은 이슬람 왕조의 궁전에서 볼 수 있는 하맘이다.

이들 궁전 사이에 있는 정원에서는 분수가 물을 뿜고 있고, 벽쪽으로는 발굴과정에서 나온 장식용 패널과 건축 부재들이 세워져 있다. 정원의 나무 중에 무궁화도 보인다. 무궁화는 이집트가 원산으로 동서양의 문물교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종이기도 하다.

태그:#쉬르반샤 궁전, #유네스코 세계유산, #메이든 타워, #아제르바이잔, #바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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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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