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21 07:10최종 업데이트 23.08.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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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발전 ⓒ 언스플래쉬

 
글로벌 RE100 캠페인을 주관하는 비영리단체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22년 11월 25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한국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 후퇴를 강력히 항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가 공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의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21.6%)가 2021년 전 정부에서 확정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상의 비중(30.2%)보다 크게 줄어들어 경고한 것이다. '더 클라이밋 그룹'은 RE100 캠페인에 동참한 국내외 기업들을 대변해 서한을 보냈음을 분명히 했다.[1] 더불어 '신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는 한국 정부의 행보를 우려하는 기업과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2]


국내에서 RE100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계기는 지난 대선후보 4자토론이다.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RE100에 어떻게 대응할 거냐"라고 묻자, 윤 후보가 "그게 뭐죠?"라고 되물으며 논란이 됐다. "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라는 이 후보의 설명에 윤 후보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답했다.

RE100이란

RE100(Renewable Energy 100%)은 국가 차원의 목표와 별개로 전기사용자가 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전환하겠다는 민간차원의 자발적 이니셔티브이다.[3] 비영리 단체인 '더 클라이밋 그룹'과 CDP(Carbon Disclose Project)의 파트너십으로 2014년 9월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도입됐다.[4]

재생에너지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연속적인 공급(생산)이 가능하고 사용과정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에너지원을 뜻한다. RE100에서 인정하는 친환경 발전원으로는 바이오매스(바이오가스 포함), 지열, 태양광, 태양열, 수력, 풍력 에너지'[5] 등이 있으며, 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태양광과 풍력에 신규투자가 집중되는 추세다.[6]

RE100은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활용의 여건이 조성되면서 등장했다. 각국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 정책 시행과 더불어 국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7] 기업들의 RE100 참여가 원활한 유럽, 미국 시장에서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재생에너지 거래가 쉬워졌다. 경쟁체제 도입 전의 전력시장에서는 독점 공급자가 소비자에게 2차 에너지인 전기만 판매했다. 따라서 소비자는 2차 에너지의 발전원인 1차 에너지(석유, 가스, 원자력, 재생에너지원 등)를 선택할 수 없었다.[8] 그러나 경쟁체제 도입으로 다수공급자의 시장 진출을 유도하고, 소비자의 재생에너지 구매 방식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9]

재생에너지 시장 활성화도 RE100의 주요 등장 배경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투자금액 증대와 발전원가 하락은 태양광 및 풍력발전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졌다.[10] 국제 에너지 기구(IEA)의 '2021 세계 에너지 투자 현황'에 따르면 2020년 재생에너지 발전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6.9% 증가한 3588억 달러로, 총 전력부문 투자에서 46.1%를 차지했다.

2020년 신규 풍력설비는 2019년의 두 배 수준인 114GW였으며, 신규 태양광설비도 전년보다 25% 증가한 135GW였다. 에너지 연구기관인 BNEF(Bloomberg New Energy Finance)는 2040년까지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 투자액(10조2000억 달러)의 72%인 7조4000억 달러가 재생에너지에 투자될 것으로 전망했다.[11] 각국의 재생에너지확대 정책 및 기술 향상으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의 비용 절감과 원활한 현금흐름이 가능해지면서, 재생에너지설비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12]

RE100 가입 현황
  

바이오매스 화력발전소 ⓒ 픽사베이

   
전 세계적으로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417개[13]이다. RE100 2021 연례 보고에 따르면 2021년 연간 보고에 참여한 315개 RE100 회원사는 2020년 전력 소비량(340TWh)의 평균 45%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했다. 특히 구글, 애플, MS 등 61개 기업은 이미 RE100을 달성했다. RE100 참여기업 수는 유럽, 아시아, 북미 순으로 많은데, 아시아 지역은 최근 신규 가입률이 가장 높다. 2014년 최초 시행된 이후로 유럽, 북미 글로벌 기업의 선제적 RE100 참여가 아시아 기업에 영향을 많이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14]

업종별로는 서비스업, 제조업, 유통업 순으로 참여 기업이 많으며, 재생에너지 사용 평균 이행률은 통신·운수업, 서비스업, 의류업 순으로 높다. RE100 가입기업의 평균 RE100 달성 목표는 2030년으로, 북미와 유럽이 2030년 안쪽이 달성 목표인데 반해 아시아는 2039년으로 늦은 편이다. 업종별로 보았을 때도 아시아 기업의 비중이 높은 제조업과 기반산업의 목표는 2035년으로, 통신·의류·서비스업이 2025년 이내인 것에 비해 목표 달성 연도가 늦다.[15]
 

RE100 가입을 공식 선언한 삼성 ⓒ 언스플래쉬

 
국내 기업도 탄소 배출 절감, 기업 이미지 제고, 잠재적 무역장벽 해소 등의 이유로 RE100 참여에 관심을 두고 있다.[16] SK그룹을 시작으로 미래에셋증권, KB금융그룹, LG에너지솔루션 등이 RE100에 가입했고 지난해엔 현대자동차, 기아, 현대모비스, KT, LG이노텍 등이 합류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9월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면서 RE100 가입을 공식 선언한 것이 눈에 띈다.

이미 RE100을 달성한 기업이 부품 등을 공급받는 협력회사에 다시 RE100을 요구하는 등 사실상 참여가 강제되는 방식으로 운영되면서 참여가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17] 예컨대 BMW, 폭스바겐, 애플 등이 거래하는 한국 대기업들에 납품 물량을 만들 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했다. 국내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해외공장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고 거기서 생산한 제품을 공급하는 식으로 한국 기업들이 임기응변한 상황이다.[18]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을수록 세계 시장에서 불리해지는 흐름이 본격화한다. 유럽연합(EU) 의회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 법안이 통과되면서, EU로 철강·알루미늄 등 주요 제품군을 수출하는 전세계 기업은 오는 10월부터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이 제품군에 '탄소 국경세' 부과가 시작돼 한국의 수출 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19] 글로벌 금융회사, 기관투자자는 진작부터 기업에 재생에너지 사용을 압박했다. RE100에 가입하는 국내기업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주요국에 견줘 심각하게 적은 게 문제다.[20]

턱없이 부족한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

한국은 좁은 국토 면적 등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자연조건이 좋지 않으며, 국내 전력시장의 구조 역시 RE100 달성에 많은 제약 조건이 있다. RE100 2021 연례 보고에서는 우리나라의 RE100 활성화 장벽으로 이행수단의 부족과 규제 등을 꼽았다. [21] 

가장 큰 문제는 한국에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재생에너지가 공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에서 석탄, 원자력, 가스의 비중이 압도적이다. 2020년 석탄과 원자력, 가스의 비중을 더하면 91%이다. 같은 해 국내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7.44%에 불과했다.
 

2011~2020 국내 에너지원별 발전량 추이 ⓒ 한국전력공사

 

국내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 ⓒ 한국에너지공단

 
한국전력에 따르면 2021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09TWh(테라와트시)로 전체 발전량의 7.5%에 그쳤다. 10년 전인 2011년 12.19TWh에 비해 3.5배 늘어났지만, RE100처럼 새롭게 정립된 탄소중립 환경을 감안하면 충분하지 않다. 2021년 국내 전력 사용량 상위 30개 기업이 사용한 산업용 전력 102.92TWh는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약 2.4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해도 국내 태양광·풍력 발전설비를 두 배 이상 늘려야 E100 달성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22]

삼성전자의 '2022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국내외 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율은 16.3%지만, 한국으로만 한정하면 2.7%(추정치)로 떨어진다. 이미 2020년 미국·유럽·중국 사업장의 사용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것과 대비된다. 중남미와 서남아 지역도 2025년이면 100%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국내 사업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율이 눈에 띄게 낮은 원인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만큼의 재생에너지가 한국에 없다는 데 있다.[23]

이제는 국내 재생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분석해 균형 있게 발전량을 맞추는 작업이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특히 재생에너지 중 대규모 전력생산이 가능한 해상풍력은 평균 7~8년의 개발 기간이 소요되는 만큼 국가가 선제적으로 보급계획을 수립해야 재생에너지 수요에 공급이 따라갈 수 있다.[24]

'기업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CoREi)'에서 지난해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생에너지 조달과 관련하여 개선이 가장 시급한 요소는 정부의 재정적/제도적 지원 확대(38%)였다. 이어 재생에너지 가격 현실화(24%),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21%), 경영진 인식 개선(16%) 순으로 조사됐다. 응답기업의 98%는 RE100 참여 및 재생에너지 조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25]

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내기업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데다 세계적 흐름 또한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기에 정부의 재생에너지 역주행 정책이 하루 빨리 바뀌어야 한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김나현 기자(지속가능바람),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덧붙이는 글 [1] 신혜정. (2022.11.28.). RE100 대표, 윤 대통령에 "재생에너지 목표 역주행ᆢ경제 잠재력 저해" 항의 서한,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112709030001740

[2] 박상영. (2023.01.24.). 해·바람은 일자리 줄고 기업은 RE100 달성 차질, 경향신문. 해·바람은 일자리 줄고 기업은 RE100 달성 차질 - 경향신문 (khan.co.kr)

[3] RE100 공식 홈페이지는 RE100을 '100% 재생 가능 전력에 전념하는 수백 개의 크고 야심찬 기업을 한데 모으는 글로벌 기업 재생 에너지 이니셔티브(the global corporate renewable energy initiative bringing together hundreds of large and ambitious businesses committed to 100% renewable electricity)로 소개한다.

[4] 신훈영, 박종배. (2021). 국내외 RE100 운영현황 분석 및 국내 RE100 활성화를 위한 방안. 전기학회논문지, 70(11), 1646쪽.

[5] CDP. (2022). RE100 Reporting Guidance 2022, 8. https://www.cref.or.kr/upload/f/250

[6] 김성제. (2018). 글로벌 기업이 약속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RE100. POSRI 이슈리포트, 2018(10), 2쪽.

[7] 김성제. (2018). 글로벌 기업이 약속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RE100. POSRI 이슈리포트, 2018(10), 4쪽.

[8] 이예지, 조민선, 채호진, 김재창, 이수출. (2019). RE100의 현황과 우리나라에서의 시사점. 에너지기후변화학회지, 14(1), 44쪽.

[9] 김성제. (2018). 글로벌 기업이 약속하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RE100. POSRI 이슈리포트, 2018(10), 4쪽.

[10] 이예지, 조민선, 채호진, 김재창, &이수출. (2019). RE100의 현황과 우리나라에서의 시사점. 에너지기후변화학회지 , 14 (1), 44쪽.

[11] IEA. (2017). New Energy Outlook 2017.
https://www.iea.org/reports/world-energy-outlook-2017

[12] 에너지경제연구원. (2021). 세계 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제21-13호), 2.

[13] 2023년 8월 10일 기준.

[14] 서지원. (2022). 글로벌 RE100 동향과 한국형 RE100 활성화 방안. 전기저널, 26쪽.

[15] 서지원. (2022). 글로벌 RE100 동향과 한국형 RE100 활성화 방안. 전기저널 , 26쪽.

[16] 신훈영, &박종배. (2021). 국내외 RE100 운영현황 분석 및 국내 RE100 활성화를 위한 방안. 전기학회논문지 , 70 (11), 1648.

[17] 박기용. (2022.08.22.). 아직도 윤석열 정부는 "RE100이 뭐죠?", 한겨레21.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2463.html

[18] 신훈영, &박종배. (2021). 국내외 RE100 운영현황 분석 및 국내 RE100 활성화를 위한 방안. 전기학회논문지 , 70 (11), 1648.

[19] 김미향. (2023.04.19.). EU 의회서 '탄소국경조정제도' 법안 통과…2026년부터 관세, 한겨레.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088450.html

[20] 박기용. (2022.08.22.). 아직도 윤석열 정부는 "RE100이 뭐죠?", 한겨레21. https://h21.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2463.html

[21] 안상효, &우종률. (2022). 국내 RE100 이행방안의 경제성 비교분석 연구. Current Photovoltaic Research , 10 (2), 63쪽.

[22] 백상경. (2022.05.30.). 수출기업 RE100 필수됐는데…재생에너지 못구할라 `전전긍긍`,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22/05/477748/

[23] 황인호. (2023.02.04.). 'RE100' 생존·경제 문제인데… "한국에 재생에너지가 없다", 국민일보.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7372193&code=61141111&sid1=s

[24] 박윤석. (2022). 재생에너지 부족 시 국내 사업장 해외 이전 불가피: 국내 RE100 참여기업 증가… 삼성전자도 동참 _ 녹색요금제→ PPA 로 전환 가속화… RPS 와 경쟁. Electric Power , 16 (10), 28-29.

[25] KOSIT. (2022.07.20.). [보도자료] 기업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CoREi), "재생에너지 조달 현황 및 제도에 대한 기업의 인식" 설문조사 보고서 발간.
https://kosif.org/esg-2/news2/?order_by=fn_title&order_type=asc&vi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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