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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S초등학교 건물 벽에 붙어 있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애도와 미안함, 다짐의 글들이 빼곡이 붙어 있어 비오는 날 추모객들의 마음을 더욱 비통하게 하고 있다.
▲ 추모와 슬픔의 스티커 벽 서울 S초등학교 건물 벽에 붙어 있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애도와 미안함, 다짐의 글들이 빼곡이 붙어 있어 비오는 날 추모객들의 마음을 더욱 비통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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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S초등학교에 근무하던 교직 2년차인 한 교사가 지난 18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전국의 수많은 교사들과 국민들이 안타까워하면서 추모의 물결과 함께 무너져 내리고 있는 교육 현장을 바로세우고자 하는 목소리들 또한 뜨겁다.

지난 22일 청계광장에서는 전교조 교사들 500여 명이 모여 추모집회를 열었다. 이들 중 일부는 며칠째 이어지고 있는 서울시 교육청 앞의 추모 집회 장소로 이동하여 집회를 이어갔다.
  
전국에서 8천 여 명의 교사들이 서울 S초교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면서 교사들의 인권과 교육권,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 보신각 앞에 모인 교사들의 외침  전국에서 8천 여 명의 교사들이 서울 S초교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면서 교사들의 인권과 교육권,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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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14시 종로 보신각 앞에서는 일부 교사들이 중심이 돼 S초 교사의 죽음에 대한 추모와 더불어 '사건 진상 규명과 교사의 인권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집회 공간이 좁아 종로1가 4거리를 가운데 두고 4개 방면의 인도에 8000여 명의 교사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한 초등 교사 조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회 소식을 알렸는데 이렇게 많은 교사들이 모였다는 것은 'S초 교사의 죽음이 곧 나의 죽음'이라는 공감이 전국 초등교사를 울린 것이다.

이들 교사들은 교사들의 인권과 교육권 보장을 위해 S초 교사의 49재 일까지 매주 집회를 이어갈 것이며 49재 때에는 대대적인 연가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 주변 울타리를 돌아가면서 전국에서 몰려든 화환 2500여 개가 B교사의 슬픔과 억울함을 위로하고 있었다.
▲ 서울 S초교 앞에 높인 조화들 학교 주변 울타리를 돌아가면서 전국에서 몰려든 화환 2500여 개가 B교사의 슬픔과 억울함을 위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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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초등학교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23일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과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학교 울타리 담벼락을 따라가며 늘어선 조화가 2500여 개에 이른다는 말을 들었다. 추모 조화는 서울시교육청 앞에도 늘어서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학교 건물 벽과 교문, 후문, 담벼락 등에 붙어 있는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요' 또는 '선생님을 죽음으로 내몬 우리의 교육 현실을 반드시 바꿔 낼 게요' '못다 피운 꿈이 실현되는 고통 없는 세상에 거듭나세요' 등의 추모의 글들이 붙일 공간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붙어 있는 것이었다.
 
학교 한 귀퉁이 어두컴컴한 교실 쇠창살 밖에 비에 젖은 국화꽃과 스티커들과 주인 잃은 교실을 지키고 있었다.
▲ 이번에 사망한 B교사가 근무했던 교실 학교 한 귀퉁이 어두컴컴한 교실 쇠창살 밖에 비에 젖은 국화꽃과 스티커들과 주인 잃은 교실을 지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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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초 교사가 아이들과 생활했던 교실 앞에도 추모객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학교 교사 두 개동이 만나고 다목적실 건물로 막혀 햇빛도 잘 들지 않은 본관의 맨 구석 1층 교실의 쇠창살 밖에는 국화꽃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추모객들 건물 벽에 붙인 스티커들은 빗물에 젖어 축 늘어져 있었다.

아직까지 S초 교사를 죽음으로 내몬 원인은 명백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언론과 교사노조 등을 통해 들려오는 소식 등을 종합하면, 그 교사는 과중한 학교 업무와 학부모들이 지나친 민원에 시달린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서울 양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학생이 담임교사를 폭행했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교사들의 인권과 교권에 대해 정부, 교육당국, 교사, 학부모, 정치권은 물론이고 대통령까지 나설 정도로 큰 사회적 사건이 되고 있다.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이냐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이냐로 크게 나뉘어 논쟁을 벌이고 있어 보인다. 교육계와 정치권도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서로 다른 해결 방안을 내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진보진영에서는 교사의 교육권과 인권을 존중하면서 학생들의 인권과 학습권도 보호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근래에 학생인권이 강화되다보니 교사의 교권이 크게 위축되었다고 진단한다. 따라서 '학생인권조례', '아동학대방지법' 등을 폐지하거나 개정하여 교사의 교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2일 전교조 교사들은 청게광장에서 1차 추모 집회를 연 후 서울시 교육청 앞으로 가서 2차 집회를 하며 펼침막에 자신들의 추모의 마음과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 서울시 교육청 앞의 전교조 교사들 22일 전교조 교사들은 청게광장에서 1차 추모 집회를 연 후 서울시 교육청 앞으로 가서 2차 집회를 하며 펼침막에 자신들의 추모의 마음과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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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고충처리위원회' 설치도 고려해 볼 필요 있어

서울에서 초등교사로 재직을 하다 퇴직한 정기훈 교사는 이번 사건을 다음과 같이 바라봤다.

"이번 S초교 사건과 같이 새내기 교사이거나 교육 경력이 짧은 교사들을 1학년 등 저학년에 배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의 학교 적응 문제를 고려하여 저경력 교사보다는 경험이 많은 교사를 배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젊다는 이유로 '나이스' 업무와 같이 과중한 업무를 맡기는 것도 문제다. 현재 대부분 학교에 설치되어 있는 '인사자문위원회'가 제대로 가동되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교사들의 심각한 학부모 민원, 과중한 업무, 생활 지도 등 학교 근무에 어려움이 있을 때, 이를 수용하여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칭 '고충처리위원회' 등의 기구를 상설화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교육청에도 학교 단위에서 해결이 안 되는 교원들의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교원고충처리위원회'를 설치하여 운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런 기구의 설치는 다가오는 2학기부터라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7월 22일 보신각을 중심으로 종로1가 주변 인도를 꽉 메운 교사들이 S교 교사 추모와 교사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교사들의 생존권과 교권 보장 요구 집회 7월 22일 보신각을 중심으로 종로1가 주변 인도를 꽉 메운 교사들이 S교 교사 추모와 교사 교육권 보장을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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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국 대부분의 교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학생, 학부모, 관리자 등으로부터 인권, 교권 침해를 당해본 경험들을 갖고 있다고 한다. 심각한 경우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H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유아무개 교사는 자신의 경험을 소개한다.

"몇 년 전의 일이다. K초로 발령을 받고 가서 6학년 담임을 배정받았다. 수업을 진행하거나 생활지도를 할 때, 담임인 내가 어떤 지시나 주문을 했을 때, 자신들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상스러운 말로 빈정거리거나 욕설을 한다. 심지어는 밀치기까지도 하였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4~5명이 아이들이 함께 동조하여 담임교사를 더욱 힘들게 하였다. 이런 일이 거의 매일 반복이 되어 도저히 학급을 이끌어 나갈 수가 없었다. 교장이나 교감에게 하소연을 해도 별 뾰족한 방안을 내놓질 못했다. 몸도 약한 내가 너무 힘이 들어 한 학기를 마치고 2학기 때는 병가를 내고 그 학급 담임을 내놓은 적이 있다.

이번 S초 사건은 그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동료 교사들과 애기를 나누다 보면 전국의 모든 학교가 겪고 있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초등 교사들은 학급 운영에서부터 생활지도, 교실 수업 등 하루 종일 아이들과 시달려야 하는데, 교실 분위기를 망치는 아이들 한두 명만 있어도 학급을 이끌고 나가기가 정말 힘이 든다. 거기에다 학부모들까지 가세하면 더욱 그렇다.

외국에서는 교사의 교육권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제도들이 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민원도 교사에게 직접 제기할 수 없다. 일정한 절차와 통로를 거치도록 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다. 호주, 영국, 미국 등에서는 교실에서 수업을 방해하거나 아이들을 괴롭히는 학생이 있을 때 벨을 누르면 보안요원이 달려와 그 학생을 상당실로 데리고 가서 상담을 받도록 하는 등의 격리 조치를 취하여 지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일이 자주 벌어지면 초등학교일지라도 정학 조치를 하기도 한다.

이제는 우리도 더 이상 교실 붕괴를 방치해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하다. 어떤 특단의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26일 <한겨레> 보도에 의하면,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교육활동 중 피해를 본 교사를 보호하는 내용의 '서울시교육청교육활동보호조례안'을 서울시 의회에 냈으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에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조례안의 내용 중에는 민원인이 법령 또는 학교에서 정한 적법한 절차를 위반해 교육활동을 침해할 때 학교장의 요구에 의해 교육감이 관할기관에 고발하고, 소송비를 지원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겨 있다.

 
서울 S초등학교 건물 벽에 붙어있는 스티커. '내가 당신이 될 수 있었습니다. 누구라도 당신이 될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한 공감의 글이 있을까?
▲ 짧지만 진한 공감의 글 서울 S초등학교 건물 벽에 붙어있는 스티커. '내가 당신이 될 수 있었습니다. 누구라도 당신이 될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한 공감의 글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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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권과 학습권 보호는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에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다. 수레가 양 바퀴로 굴러가듯이 서로 보완하면서 함께 굴러가야 한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번 S초 교사 사망 사건을 교훈삼아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어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행복한 학교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태그:#교사 사망 사건, #교실 붕괴, #학생 인권, #교육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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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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