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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단체 의원은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지만, 기초지자체가 생각보다 많은 예산으로 다양한 일을 하는 만큼 나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본 시리즈에서는 서울시 강동구를 중심으로 구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자치구의 정책들이 중앙정부와 광역시 정책들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국정철학과 기조가 어떻게 지역에서 발현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해 구의원이 어떻게 견제하고 지지할 수 있는지 알리고자 합니다[기자말]
7월은 어느새 강동구의원으로 활동한 지 1년째 되는 달입니다. 군대나 회사에서도 1년이 지나 사계절을 다 겪은 뒤엔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알게 되듯, 의원 생활도 1년 하고 나니, 언제 제가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7월은 삼계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7월은 삼계탕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 강동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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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맥락에서 7월은 참으로 안타까운 달입니다. 초복이나 중복 행사 등으로 지역 어르신들께 삼계탕을 나눠드리며 인사를 드리기도 하지만, 데자뷔처럼 1년 전과 마찬가지로 호우 피해 주민들을 찾아다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20일 현재 전국적으로 사망 및 실종이 50명에 이르고 주택 542채 침수, 125채가 파손된 이번 호우에 저의 지역구인 서울 강동구 암사동도 무사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엔 세 군데 주택이 침수를 겪었는데, 올해엔 비교적 피해가 적은 서울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무너진 담장
 무너진 담장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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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토사
 쏟아진 토사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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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1동에서는 오래된 주택의 하부 석축이 붕괴하면서 담장이 넘어져 뒷집 치킨 가게를 덮쳤고, 암사2동에서는 비닐하우스에 물이 차서 농작물들이 피해를 입었으며, 암사3동에서는 지하 창고에 물이 차서 양수기로 물을 퍼내야 했습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많은 분들이 상심하고 계십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곳은 암사1동 치킨 가게입니다. 현재 토사에 에어컨 실외기가 묻혀 영업을 하는 데 큰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자영업자에게는 최악의 상황이지요.

다행히 저의 적극적인 홍보와 지역의 따뜻한 관심으로 인해 에어컨을 지원해주겠다는 분들을 소개시켜드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직 비 소식은 끝나지 않았고 무너진 석축은 위험해서 영업이 언제쯤 정상화가 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우선 하늘을 쳐다보며 비가 그만 오기를 기원하며, 부디 모든 것이 하루빨리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입니다.

의원으로서 살펴할 일들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
 예상하지 못했던 사고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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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으로서 지금 당장 피해를 본 주민들을 살피고 도움의 손길을 매개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할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왜 이런 피해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지, 행정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살피는 것도 의원의 본연의 임무입니다. 따라서 집행부에 물었습니다. 왜 무엇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가.

저의 질문에 대한 구청 집행부의 대답은 역시나 상투적이었습니다. '강동구는 2018년 전국 최초로 건축안전센터를 설립해 2021년에는 과 단위로 부서를 확대 운영하는만큼 서울시 자치구 중에서는 그래도 건축안전과 관련해서는 선진적인 편'인데, '이번과 같은 집중 호우에는 현재 주어진 인력과 예산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논지였습니다.

현재 건축안전센터는 매년 지어진 지 30년 된 건축물들을 조사하고 데이터화 하는데, 문제는 센터가 생기기 전에 과에서 조사한 내용이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는 점입니다. 2021년 3월 기준 강동구의 30년 이상 되는 건물들이 8984채나 되는데 그 건물들의 현재 상황을 알 수 없다? 실제 이번에 사고가 난 주택도 2007년에 검사했었지만 그 결과는 알 수 없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것은 예산과 의지의 문제입니다. 지역 내 오래된 건축물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30년 된 건물만 볼 것이 아니라 그 이상 된 건물들을 다시 꼼꼼히 살피고 데이터화 해야 하는데 그에 걸맞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행정은 관행대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사고가 나지 않으면 티가 나지 않는 것이 안전이기에, 건축안전센터의 인력과 예산은 늘 후순위였습니다.

기후위기 시대
 
무너진 석축은 언젠쯤 정상화 될 수 있을까?
 무너진 석축은 언젠쯤 정상화 될 수 있을까?
ⓒ 이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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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계속되는 호우 피해에도 소극적이고 안일한 행정.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전혀 다른 여름철 재난을 맞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극한 호우라는 개념이 논의되는만큼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장마가 아닙니다.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폭우는 계속해서 기록을 경신할 것이고, 피해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입니다.

이번 호우에 전국적으로 피해가 일어난 것은 우리의 행정이, 우리의 의식이 아직까지 이런 현실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호우 피해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방문에 대해 대통령실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당장 한국으로 뛰어가도 상황을 크게 바꿀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알려졌는데요. 이것이 바로 우리 행정 당국의 현실입니다.

이제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는 현재 목도하고 있는 극한 호우가 단순히 장마가 아니라 기후변화에서 오는 재난임을 인지해야 하며 그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심각성에 대해 가르쳐야 하며, 행정은 이에 대비해 새로운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그것이 해마다 수해피해를 겪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치수'를 정치의 근간이라고 했습니다. 물을 다스리는 자가 천하를 다스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2년 차에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름철 재난에 대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부디 지금이라도 그 심각성을 깨닫길 바라며, 중앙정부가 모든 지자체의 모범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호우 피해에 상심이 크신 모든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저는 지역을 지키는 구의원으로서 다시는 이와 같은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태그:#호우피해, #이희동, #암사동, #강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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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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