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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라고 하면 흔히 초등학교 때 타이어 냄새나는 검정 고무판에 그림을 그린 후 뭉뚝한 조각칼에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 파보다가 콕 찔려 아팠던 기억이 있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습니다.

지금 어른들의 어린 시절은 안전교육이 조금 부족했었나 싶으면서도, 외려 지금은 다칠 것 같은 작업은 시도하지 않는 거 같아 안타깝기도 합니다.  

혈의 작업(?)의 누명을 쓰고 있는 이 고무 판화가 실은 시대의 대가인 피카소가 가장 사랑했던 미술기법이었답니다. 피카소가 썼던 방식은 초등시절 그 검정색의 고무판은 아니었고, 고무 소재로 된 리놀륨 이라는 재료였습니다.  

피카소가 판화를 사랑했던 이유는 오리지널 판화의 특징을 잘 이해했기 때문이었는데요, 지금부터 판화의 특징 세 가지를 간단하게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판화의 매력 두 가지
 
Pablo Picasso, Buste de Femme au Chapeau, linocut in colours, 1962
 Pablo Picasso, Buste de Femme au Chapeau, linocut in colours, 1962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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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판화는 칼 맛이 있습니다. 판화에서 볼록판 기법은 조각칼을 사용하여 이미지 부분을 파내게 되죠. 이 때 요철(凹凸)이 생기게 됩니다. 이미지를 조각칼로 파낸 요철 부분은 붓으로 그림을 그릴 때와는 다른 압력과 깊이 그리고 칼의 모양과 속도에 따른 흔적으로 남게 됩니다.

나중에 이 흔적을 안료를 이용해 찍어내는 과정에서 이 모든 요소들이 다 찍혀 나오게 되는데 이것을 판화의 칼 맛이라고 표현합니다. 피카소가 매료되었던 것도 직접적인 표현 뿐 아니라 칼과 압력에 의한 여러 가지 표현 요소들이 작품에 표현 되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죠. 

둘째는 간접성입니다. 판을 만들고 판화용 안료를 이용해 새겨진 이미지를 찍어내게 되는데, 이 때 손으로 찍는 것보다 프레스기의 센 압력을 이용해서 찍으면 아주 강렬하게 찍혀져 나옵니다.

캔버스에 직접 그려낸 그림과는 다른 깊이를 낼 수가 있는데요, 보통 종이가 안료를 흡수하기도 하고, 때로는 수성안료와 유성안료의 반발작용 등 이런 과학적인 작용들을 이용하는 작가들도 많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잘 이해하고 찍어 내도, 찍히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 표현되기도 합니다.
 
Pablo Picasso, Portrait de Jacqueline au Chapeau de Paille, linocut in colours, 1962
 Pablo Picasso, Portrait de Jacqueline au Chapeau de Paille, linocut in colours, 1962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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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는 판의 이미지와 찍혀져 나온 결과물과 이미지가 반대로 찍혀지게 되므로(공판화 기법은 바르게 나옵니다.) 얼굴이나 특히 텍스트 같은 부분은 제판 과정에서부터 신경을 많이 써서 작업이 되고는 합니다.

드로잉 후 바로 캔버스에 페인팅 하는 방법과는 또 다르게, 드로잉->판각 혹은 제판->테스트 프린트->판 다듬기-> 프레스기로 찍어내기->건조 라는 여러 단계의 작업과정과 안료의 특성까지 모두 파악해서 작업을 해야 하니, 판화는 그야말로 융복합 예술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략하게 오리지널 판화의 특징에 대해 말씀드려보았는데요, 오리지널 판화와 카피된 인쇄그림의 퀄리티는 비교 할 수 없다는 것 잘 아실 수 있겠죠? 최근 작가들의 작품을 대량으로 판매하거나 대가들의 카피본 그림을 판화로 불리는 것은 다른 용어이니 이 글을 읽으신 독자 여러분은 작품 감상이나 구입시 참고하시면 도움이 되실 듯 합니다.
 
홍익대학교 미술학 박사 판화전공 안유선
 홍익대학교 미술학 박사 판화전공 안유선
ⓒ 화성시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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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유선 
現) 문화예술전문교육기관 호기심연구소 이사장,
개인전 9회,
국내외 단체전 50 여회 
공모전 수상 11회
갤러리 인사아트 외 다수의 국내외 미술관에 작품소장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안유선 문화예술전문교육기관 호기심연구소 이사장입니다.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판화, #안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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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 주변에 피는 꽃, 화성시민신문 http://www.hspublic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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