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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보 세 개의 수문이 활짝 열린 채 누런 황톳빛 강물이 쏟아져 내려가고 있다.
 칠곡보 세 개의 수문이 활짝 열린 채 누런 황톳빛 강물이 쏟아져 내려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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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북부에 쏟아진 기록적인 물폭탄으로 곳곳에 재난 소식이 들려온다. 특히 예천, 영주, 봉화, 문경에 많은 비가 쏟아져 산사태와 붕괴 사고 소식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실로 걱정스러운 나날이 아닐 수 없다.

경북 북부에 쏟아진 물폭탄 소식에 그 물이 고스란히 넘어 들어오는 낙동강의 상황은 어떨지 궁금했다. 16일 그 현장을 찾았다.

곳곳 침수

화원 유원지를 시작으로 강정고령보와 칠곡보까지 둘러보았다. 곳곳이 침수되고 폐쇄돼 있었고 낙동강은 위험 수위에 육박했다. 조금 더 비가 내린다면 제방까지도 불어난 강물이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17일 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다 하니 낙동강 상황도 덩달아 위험해질 것 같아 걱정이다.

이날 돌아본 현장도 곳곳이 침수되고 시설물은 폐쇄돼 있었다. 우선 화원 유원지 화원동산 앞으로 난 탐방로는 완전히 침수됐다. 상단의 끝 부분들만 약간 물 밖으로 드러났을 뿐 모든 탐방로는 강물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화원유원지 생태탐방로가 완전히 침수됐다. 화원유원지 강변 주차장도 운동장도 폐쇄됐다.
 화원유원지 생태탐방로가 완전히 침수됐다. 화원유원지 강변 주차장도 운동장도 폐쇄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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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의 상단 일부만 드러난 채 탐방로는 대부분 물에 잠겼다.
 시설물의 상단 일부만 드러난 채 탐방로는 대부분 물에 잠겼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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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이 들이치는 곳에 세워진 이 탐방로는 만들 당시부터 논란거리였다. 강한 물살에 붕괴 위험마저 제기된 시설물로 장마철마다 침수되고 난간의 일부가 떨어져나가는 등의 크고 작은 붕괴 사고가 반복됐다. 물이 빠지고 난 뒤 뒤덮인 펄과 나뭇가지들을 치우기 위해 많은 인파가 동원되기도 한다.

이번에도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 또다시 반복될 정비 업무로 또 얼마나 많은 행정력이 낭비가 될지 실로 걱정이다. 따라서 이 위험하고도 생태적으로도 문제가 많은 이 탐방로는 지금이라도 재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탐방로는 화원동산에 자라잡고 살았던 법정보호종 야생생물인 삵과 수리부엉이를 내쫓았다. 이 탐방로의 이름은 아이러니하게도 생태탐방로다.

이 탐방로 바로 앞은 국내 최대의 내륙습지 중 하나인 달성습지다. 이번 비로 달성습지의 거의 8할이 잠겼다. 상류 일부 구간만 남고 대부분은 강물 속으로 들어가버렸다. 이곳에 살고 있던 야생동물들의 안위가 궁금해진다.
 
국내 최대 내륙습지의 하나인 달성습지도 대부분 강물 속으로 잠겼다.
 국내 최대 내륙습지의 하나인 달성습지도 대부분 강물 속으로 잠겼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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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되지 않았을 때의 달성습지. 지난 6월 12일 모습이다.
 침수되지 않았을 때의 달성습지. 지난 6월 12일 모습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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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침수되지 않은 약간의 하천숲으로 몸을 피했겠지만 더 많은 비가 와서 모든 습지가 다 잠겨버리면 이들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달성습지만 해도 철저히 단절되고 고립된 생태계여서 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기껏 낙동강 제방이 피난처가 될 테지만 그곳은 사람들의 영역이다. 어려운 현실이다. 강과 산은 연결되어야 한다. 도로 등으로 철저히 단절해 놓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이 단절된 생태계 속의 야생동물들의 처지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 산과의 연결성을 확보해줘 이들이 최소한 피난은 할 수 있는 길은 열어줘야 한다.

불어난 강물에 위태로워 보이는 보
 
물폭탄 맞은 낙동강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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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 유원지와 달성습지를 뒤로 하고 다다른 강정고령보는 엄청난 강물이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강정고령보의 두 수문은 활짝 열렸고 그곳으로 엄청난 양의 강물이 빠르게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황톳빛 흙탕물이 마구 쏟아져 내려가고 있는 무서운 현장이다.

불어난 강물을 구경하기 위해 많은 인파들이 강정고령보를 찾고 있었다. 금강과 미호강의 제방 붕괴 소식이 들려오는 이때 만일 이 보나 낙동강 제방이 붕괴라도 되는 날에는 엄청난 인명 피해가 예상되기도 한다.

강정고령보의 쏟아져 내려가는 강물을 뒤로 하고 칠곡보까지 내달렸다. 낙동강 8개 보 중에서 가장 작은 보에 해당하는 칠곡보 또한 위태롭게 쏟아져 들어오는 강물을 받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 강정고령보와 더불어 도심과 가장 가까운 곳에 들어서 있어서 붕괴 사고라도 나면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보다.
 
칠곡보의 모든 수문이 열린 채 황톳빛 강물이 세차게 흘러가고 있다.
 칠곡보의 모든 수문이 열린 채 황톳빛 강물이 세차게 흘러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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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일까? 강변 칠곡보 생태공원과 맞은편 칠곡보 오토캠핑장 그리고 수영장까지 폐쇄 조치가 내려져 텅텅 비었다. 칠곡보 공도교 다리에만 많은 사람들이 몰려 불어난 강물 구경에 여념이 없다.

폭풍전야와 같은 나날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비가 내린다면 그래서 불어난 강물이 제방을 덮치기라도 한다면 큰 피해도 예상된다. 경북 북부를 비롯한 영남 지역에 17일까지 또다시 기록적인 폭우가 예정돼 있다. 덩달아 낙동강 보와 제방 그리고 그 주변의 시설물들이 걱정된다.
 
불어난 강물에 칠곡보가 위태로워 보인다.
 불어난 강물에 칠곡보가 위태로워 보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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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자연의 강력한 힘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한낱 인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다. 인간의 오만함을 깊이 반성도 하게 된다. 부디 더 이상의 큰 피해 없이 이 위기의 시간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태그:#낙동강, #장맛비, #경북 북구, #칠곡보, #강정고령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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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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