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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전경.
 서울중앙지법 전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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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의 입에서 "피고인을 징역 10년에 처한다"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의를 입고 피고인석에 있던 김아무개씨가 비명을 질렀다. 김씨는 이내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졸도했고, 재판부는 휴정을 선언하고 방청객을 모두 법정 밖으로 내보냈다. 법정 경위의 응급조치에 김씨는 의식을 되찾았고 휠체어를 타고 퇴정했다.

김씨는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 갭투자' 전세 사기를 벌인 '세 모녀 전세 사기단'의 모친이자 주범이다. 

김씨는 2017년부터 삼십 대 두 딸 명의로 서울 강서구 및 관악구 등 수도권 빌라 500여 채를 전세를 끼고 사들인 뒤 세입자 85명에게 183억 원 상당의 보증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신축 빌라 분양대행업자와 짜고선 임차인을 모집하고 분양 대금보다 비싼 전세 보증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부를 리베이트로 챙긴 뒤 건축주에게 분양대금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자기 돈을 들이지 않은 채 빌라를 사들여 갭투자를 이어간 것도 확인됐다.

김씨와 두 딸이 보유한 주택은 2017년 임대사업자 등록 당시 12채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524채까지 늘어났다. 결국 이날 이준구 판사로부터 검찰 구형량과 같은 징역 10년을 받았다.

10년 받은 이유 "사회 초년생 삶의 밑천, 뿌리째 흔드는 중대 범행"

이 판사는 "피고인 김씨가 전세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반환 방안을 설명하기보다는 매매해야만 전세금을 돌려준다거나 후속 임차인이 와야 한다며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고,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라고 판시했다.

'김씨가 피해자를 기망하거나 보증금을 편취할 의도가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김씨가 자기자본 없이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소유권을 취득했는데, 피해자들은 보증금 일부가 리베이트에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피해자들이 이 사실을 알았다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판사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이 보증금 잔금을 지급하기 전 여러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음에도 고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를 기망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 판사는 검찰 구형과 같이 '10년 선고'를 내린 이유에 대해 "전세 사기는 서민층과 사회 초년생의 밑천을 대상으로 범죄로 삶의 기반을 흔드는 것으로 매우 죄질이 좋지 않다"며 "85명이라는 다수 피해자 발생하고 피해금액도 183억 원이 넘을 정도로 매우 크다. 무엇보다 김씨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피해자 측 대리인 공형진 변호사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구조적으로 무자본 갭투자를 이용한 방식과 전문적인 전세 사기에 대해 법원이 엄벌하겠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 변호사는 "피고인이 처벌을 받아도 피해자들은 전세보증금과 재산적 회복이 중요하다"며 "입법을 통해 보완되고 있으나 조금 더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씨는 이날 선고와 별도로 다른 전세 사기 혐의도 드러나 두 딸과 함께 지난해 추가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해당사건은 같은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6단독 심리로 진행 중이다. 기소된 혐의를 모두 합하면 '세 모녀 전세사기' 주범 김씨에게 피해를 본 세입자는 355명, 피해 액수는 79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태그:#세모녀, #전세사기, #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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