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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병원에서 출생해 신생아 예방접종을 받았으나 출생 신고되지 않은 아동이 2236명 있는 것을 파악하고, 이 중 1%인 23명에 대해 집중 조사를 지시하였고, 그 결과 2023년 6월 22일 현재까지 23명 중 3명의 아동이 살해되거나 사망하였고 1명이 유기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무고한 아동의 생명을 담보로 10여 년 넘게 논의되어 오던 출생통보제는 30일 본회의에서 통과되었고 1년 후부터 출생통보제가 전면적으로 시행되게 되었습니다. 이와함께 병원에서의 출산을 기피하는 산모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익명출산제(보호출산제)도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 회원들은 연속기고를 통해 최근 논의되는 익명출산제(보호출산제)의 문제점을 들여다보고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도입 및 정착을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해보고자 합니다.[기자말]
2020년 12월 9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진행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도입하라' 기자회견 모습.
 2020년 12월 9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진행된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도입하라' 기자회견 모습.
ⓒ 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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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출생통보제의 도입을 규정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아래 가족관계등록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 결과 신생아 예방접종을 받았으나 출생신고되지 않은 아동이 2236명이 존재한다는 조사 결과가 보도된 지 1주일 만이자 2022년 3월 이 법안이 21대 국회에 발의된 지 1년 3개월 만으로, 2015년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의 제안으로 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이 처음 발의된 지 8년만의 일이다.

2015년, 민변 아동청소년인권위원회를 포함한 한국의 아동 단체들과 이주민 지원 단체, 해외입양인 당사자 단체, 미혼모 지원 단체 등 13개 단체는 대한민국 내 출생한 모든 아동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의 도입을 위해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연대 활동을 시작했다.

한국은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아래 아동권리협약)과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아래 자유권규약)을 비준하여 협약에 규정된 대로 아동의 출생 후 즉시 등록되어 이름을 가질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은 출생등록될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해왔다.

신고의무자는 부와 모로 되어 있는데 부모가 신고하지 않을 경우 이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문제와 함께 외국인 아동은 사실상 출생신고를 할 수 없다는 문제가 공존하고 있었다.

이에 네트워크는 ①아동이 출생한 의료기관에서 출생 사실을 국가에 통보하고 이후 신고의무자가 출생신고를 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의 도입 ①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을 보완하여 외국인 아동도 출생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 두 가지 방법을 통해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를 마련할 것을 촉구해 왔다.

규모조차 파악 안 되는 출생신고 안 된 외국인 아동들

천신만고 끝에 출생통보제가 법제화되었다. 이제는 부모가 출생신고하기 전에도 국가가 아동의 존재를 파악하고, 필요한 경우 개입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출생통보제가 시행된다 하더라도 한국은 모든 아동의 출생 후 즉시 등록될 권리를 보장한다고 할 수 없다.

결혼한 여성이 출산한 경우 여성의 법률상 배우자가 출산 아동의 친부로 추정되는 민법상 '친생추정 규정'으로 인하여 미혼부 및 혼외 자녀의 출생신고는 여전히 어렵다. 병원 밖에서 태어난 아동의 출생신고는 서류 구비의 어려움으로 지연되기 쉽다. 가장 큰 문제는 현행 제도가 '국민'의 출생신고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관계등록법이 적용 대상을 국민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생신고가 안 된 외국인 아동이 몇 명이나 있는지, 한국에 있다면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규모와 위치는 파악조차 안 되고 있다.

이번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 결과에서도 감사원이 처음 파악한 출생신고 안 된 임시신생아번호는 6천여 건이었다고 한다. 조사 대상이 된 2236명은 전체 수치에서 '출생신고 의무가 없는 외국인 4천여 명'을 제외한 수치다. 외국인 아동의 출생신고 제도가 마련되지 않아 이 4천여 명은 외국인 아동이라 짐작할 뿐 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는 조사가 불가능하다.

국제사회와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 등 시민사회의 반복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외국인 아동들은 본국에 출생을 신고하면 된다는 입장으로 일관해 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 중에는 본국에 출생신고할 수 없는 아동도 있다. 본국에서 박해를 피해 한국으로 피신해 온 난민 아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직접 방문하지 않으면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국가도 있으며, 한국에 재외공관이 없는 국가도 50개국이 넘는다. 본국에 출생신고할 수 없는 이러한 아동은 한국에도 출생을 신고하지 못해 사실상 무국적 상황에 처하게 되며, 외국인 등록을 하기도 쉽지 않다.

외국인 아동은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의해 출생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외국인 등록을 하여야 체류할 수 있는데 출생을 등록하지 못한 아동은 기한 내에 출생을 신고하지 못한 사정을 소명하여야 제한적으로 체류를 허가받을 수 있다. 이는 매우 제한적으로, 사실상 출입국의 재량에 따라 진행되므로 아동의 보호자는 자녀의 출생 등록과 외국인 등록을 모두 하지 못한 채 자녀를 양육하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한국에서 체류자격이 없는 아동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건강권,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으며, 성장 과정에서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진학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 

'익명출산제'와 외국인 아동
 
아기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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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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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통보제가 국회를 통과하면서 익명출산제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고 있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한국 정부가 제출한 제5-6차 국가보고서를 심의 후, 최종견해를 발표하며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출신지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출생신고를 보편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종교단체가 운영하면서 익명으로 아동 유기를 허용하는 '베이비박스'를 금지할 것"을 권고하며, 병원에서 익명으로 출산하는 가능성을 허용하는 제도의 도입은 '오직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동이라면 국적, 체류자격과 무관하게 태어난 즉시 출생등록될 수 있도록 모든 절차를 마련하고, 아동이 가정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는 모든 제도적 조치가 완비된 후에도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익명출산제가 검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에는 2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이는 2021년에 비해 14.8% 증가한 수치로, 전체 인구의 약 4.3%에 해당한다. 대한민국 내 외국인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출생 외국인 아동의 수 역시 함께 증가하고 있다.

한국인 아동 뿐 아니라 외국인 아동 역시 병원에서 태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논의와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의 마련 없이 익명출산제가 도입이 된다면 현장에서는 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 발의된 익명출산 관련 법안들이 한국인과 외국인을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대상을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 또는 "그 자녀"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외국인 산모가 익명출산을 원한다면 어떻게 될까? 익명출산을 하고자 하는 임산부에게 제공되는 상담은 산모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제공될까? 익명출산으로 아동이 태어나면 이 아동은 어머니가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출생등록이 될 수 있을까? 이는 국적의 부여로 이어질까? 

한국에서 출산하는 대다수의 외국인은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어떠한 서비스도 제공받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익명출산을 선택하는 여성에게만 제한적으로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지원을 받지 못해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 여성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 있다.

출생신고는 아동이 권리를 누리기 위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는 시작점이다. 법과 제도가 아동의 다양한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하더라도 아동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으면 그 권리를 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출생 미등록 아동은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없기 때문에 해외로 출국을 하지 못한다. 자신의 이름으로는 통장도, 핸드폰도 개설할 수 없다. 결혼을 할 수도 없고, 심지어 생을 마친 후 사망신고도 할 수 없다. 그야말로 '있지만 없는' 존재로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외국인 아동은 자신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가 없기 때문에 여권을 만들 수도, 본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외국인 아동은 여전히 출생신고의 사각지대에 있다. 

현재 국회에는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법안이 2건 발의되어 있지만, 출생 미등록 아동이 그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는 이 시점에도 이들 법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출생등록과 동일 또는 유사한 형태로, 그리고 아동의 권리를 고려한 방식으로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에 대한 입법 및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국인 아동도 차별없이 출생을 등록하고 존재를 증명받을 수 있도록.

[관련기사]
- 지금 필요한 것은 보호출산제가 아니다 https://omn.kr/24lzs
- 익명출산, 위기 임산부와 아동 구원한다는 잘못된 믿음에 대하여 https://omn.kr/24op0

태그:#출생등록제 제정, #보호출산제 반대, #민변 , #아동청소년인권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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