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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노동법률 상담은 먼저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고, 사건에 해당하는 노동법률에 대해 알려 드리고, 그다음에 신고, 구제신청, 합의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런데 상담을 끝내면 꼭 노동자가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바로 "노무사님이라면 어쩌시겠어요?"입니다. 이 질문은 들을 때마다 참으로 곤란하고 난감합니다. 제가 당사자가 아닌데 마치 당사자처럼 답을 해야 하고, 또 그 대답을 기대하고 계시니까요.

저는 이 질문을 받을 때 부담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기 때문에 대부분 머쓱하게 웃으며 "그건 선생님께서 선택하셔야 할 일입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변명 같지만 이 대답은 저로서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마음이 힘든 노동자에게 같이 싸우자고 하지도 못하고, 사실관계를 보아 승률이 낮으니 포기하라고 말씀드리지도 못합니다. 결국은 노동자가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책임을 회피하는 것 같기도 하여 저 자신이 조금은 비겁하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 상담 주제는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인 것 같습니다. 임금체불이란 근로기준법에 따라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그 전액을,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날짜를 정하여 지급하여야 하지만,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고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이란 근로기준법에 따라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리고 직장 내 성희롱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합니다.

임금체불의 경우 사용자가 임금 정기지급일로부터 하루라도 늦게 임금을 지급하거나, 퇴직 후 14일 이내에 임금, 퇴직금 그 밖에 모든 금품을 지급하지 않으면 임금체불에 해당합니다. 직장 내 괴롭힘은 누구든지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사실을 인지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하여야 합니다. 직장 내 성희롱 역시 누구든지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해당 사업주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 번 "회사에서 임금체불,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을 당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에 답해봅시다. 용기 있게 신고하라고 할 것인지,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라고 할 것인지,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고 할 것인지, 고민되지 않나요?

우선 노동자가 이런 상황에 처한다면, 사내 인사 부서, 고충처리위원회, 노동조합 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임금체불의 경우 노동청에 진정 혹은 고소하여 체불임금을 확정하고 대지급금 절차를 안내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대해서 사용자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고, 성희롱의 경우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는 사업장 내에서 문제를 제기하기가 어렵습니다. 재직 중 임금체불이나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을 당한 경우에는 회사에 재직하고 있어서 여러 불이익을 당할까 봐 쉽사리 신고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및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신고자 혹은 피해근로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그러합니다. 나아가, 직장 내 성희롱의 경우에는 사업주가 행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지만, 직장 내 괴롭힘의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조치 의무가 있을 뿐 가해자를 직접 처벌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신고자 혹은 피해근로자의 답답한 심정을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습니다.

신고하자니 사업장에서 오는 불이익이 두렵고, 신고하지 않자니 억울함의 굴레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경우에 힘듦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의 권리뿐만 아니라 회사에 남아있는 동료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하여 신고하는 노동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상처를 입고 회사를 그만두는 노동자도 많습니다. 분명 문제가 있지만 해결할 수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노동자는 무기력함에 빠집니다. 애초에 이런 고민이 필요 없도록 임금체불을 당한 노동자가 하루라도 빨리 임금을 받을 수 있고,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신고자와 피해자가 보호받으며 회사에서 일할 수 있도록 노동법이 단단하게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지며,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근로기준법 등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자는 정당하게 노동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이 권리를 지키도록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결정을 지지하는 것이 공인노무사의 역할이며, 법에 정해져 있는 노동자의 정당한 권리를 노동자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사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세이 속 Q&A

Q1. 임금체불을 당할 경우 어떻게 하면 되나요?
A1.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노동자는 밀린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진정)하거나, 사용자를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처벌해 달라고 요구(고소)할 수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민원마당에서 온라인으로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하거나, 사업장 소재지 관할 고용노동관서 고객지원실을 방문하여 사전 상담 후 진정 또는 고소하실 수 있습니다. 이때, 근로계약서, 임금명세서, 통장명세서 등 증거를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Q2. 사업주가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조치 의무를 위반하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
A2. 임금체불과 동일하게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민원마당에서 온라인으로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 조치 의무 위반 진정을 제기하거나, 사업장 소재지 관할 고용노동관서 고객지원실을 방문하여 사전 상담 후 진정 또는 고소하실 수 있습니다. 이때, 사업주에게 신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치 의무를 다 하지 않았다는 증거, 직장 내 괴롭힘 또는 성희롱과 관련된 진술서, 괴롭힘 또는 성희롱을 당했다는 메신저나 음성 기록 등을 서류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습니다.

태그:#공인노무사, #임금체불, #직장내괴롭힘, #직장내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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