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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연방 교육진흥원(Bundeszentrale für politische Bildung)은 노동조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노동조합은 자발적 가입을 기반으로 하는 직원에 의한, 직원들을 위한 영구적, 비정부적, 비당파적, 비적대적 단체입니다."

직원들을 위한 영구적, 비정부적, 비당파적, 비적대적 문구가 눈에 띄지 않는가? 직원의 경제적, 사회적 목표를 대변하고 단체협약을 통한 근로조건 규제 및 법률문제에 대한 자문, 때에 따라서는 파업을 수행하는 것! 한국이나 독일이나 목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독일의 극장과 오케스트라의 예술가 및 직원 정책에서 노동조합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 분야와 관련된 노조로는 극장 관련 종사자를 위한 GDBA, 오페라와 무용 파트를 위한 VdO,  오케스트라연주자들을 위한 Unisono 마지막으로 극장에 종사하는 기술 분야나 이에 속하지 않은 예술가, 음악학원종사자 등을 포함하는 ver.di 와 영화분야 BFFS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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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극장, 오케스트라, 예술가 관련 노동조합 로고 .
ⓒ 이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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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독일무대노동조합(극장관련종사자) GDBA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GDBA는 Genossenschaft Deutscher Bühnen-Angehöriger의 약자로 직역하면 독일무대구성원 노동조합이라고 해석될 수 있겠다. 1871년에 창단된 GDBA는 무대 즉 극장의  배우, 솔로, 무용, 오페라 합창단, 장비, 기술 및 행정과 프리랜서 등 6000명 이상의 조합원이 가입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규모의 예술인 조합이다. 이들은 극장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예술 노동자들의 근무 기반으로 독일무대협회(Deutschen Bühnenverein)와 함께 극장단체협약(NV Bühne)을 협상한다. 이 협약은 독일공공단체협약(TVöD) 즉 연방 및 지방 자치 단체 부문의 공공기관근로자 단체협약의 극장종사자 협약에 속하며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GDBA는 가능한 한 빨리, 지역적으로, 전국적으로, 존재감 있게, 그리고 디지털 방식으로 존재하며 다음과 같은 극장단체협약(NV Bühne)의 근본적인 개혁을 목표로 한다. 
 
최저 급여 체계
근무 시간 제한
일별, 주별, 계절별 근무시간 예측 가능성 강화
기간제 및 비갱신 규정 개혁
예술적, 사회적 이슈에 대한 앙상블(고용된 예술인 그룹)의 참여
극장 감독 선정에 참여
프리랜서 및 협업 직원을 위한 단체 교섭 보장
작품 및 직원 협의회와의 협력을 통한 권력 남용으로부터 보호

다음은 조정을 통해 협상에 이른 극장단체협약 내용의 일부이다. 

경험이 없는 고용된 신입 예술가의 최저급여는 과거 2000유로에서 2022년 9 월 1일부터 2550유로로 인상되었다. 참고로 독일은 초봉을 정할 때 경험과 일의 난이도에 따라 6단계로 나뉘며 호봉수로는 15단계로 나뉜다. 
 
예술가의 초급은 30년 넘게 노조가 고민해 온 문제였으며 무대 예술가들이 다른 공공 부문에 비해 주방 도우미나 단순작업노동자의 임금을 받는 시대는 끝났다고 지속적으로 인상을 요구해 왔다.

의미있는 협상을 통해 2023년 1월 1일부터 두 단계에 걸쳐 €2,715로 인상됐으며 9월 1일부터는 프로 3년 차 근로자의 최저 급여는 2915 유로로 책정된다. 2023년 6월 5일 다시한번 초급과 최저 급여의 동결 협상에 성공하여 2024년 3월 1일부로 초급은 2715유로에서 2900유로로, 최저 급여는 2915유로에서 3110유로로 인상된다. 또한 극장무대관련 종사자도 인플레이션 보상으로 올해 6월에 1240유로(일시급)가 되며 7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매월 220유로를 더 받게 된다. 2024년 3월 1일부터는 200유로 기본 금액이 인상된 후 추가로 5.5% 인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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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예술인 임금협상 내용 Facebook GDBA .
ⓒ https://www.gdba.d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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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예술가)는 2022년 9월 1일부터 공연당 최저연주비의 최소 10%, 리허설 일당 최소 5%를 받게 되며, 작은 배역, 파트 작업의 경우 공연당 8%, 리허설당 최소 4%를 받는다.

합창단과 무용파트는 일일 공연료의 1.8배+외국어로 노래하는 경우 특별 연주비의 1.8배를 받는다. 짧은 리허설도 전체 리허설 일당을 지불해야 하며, 2022년에 처음으로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이 44시간으로 합의되었다. (44시간을 실제 근무시간으로 볼 수 없다는 내용도 합의서에 있기는 하다)
 
"노조가 없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근로 조건이 개선되어야 하나요? 그렇다면 지금 GDBA에 가입하세요.
법률 자문과 법적 보호를 제공하고 여러분의 편에 서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21년 한국에도 드디어 공연예술 분야 표준계약서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예술인들이 경제적인 이유로 창작중단을 하지 않도록 창작지원금도 주고 예술인들의 공연외 생계유지와 전문성을 위해 각종 예술교육과 예술경영관련 자격증 코스도 생겼다. 하지만 이런 산발적인 일회성 지원과 교육이 얼마나 갈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제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더이상 눈 가리고 아웅하지 말고 전국에 남아도는 문예회관을 활용해야 한다. 대부분 대관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공간을 이제는 예술인의 직접 고용을 통해 예술을 직접 생산해내는 공간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예술인 생계 및 복지의 문제를 해결하는 느리지만 빠른 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도 언젠가는 독일처럼 예술인노조 임금 협상이 공론화 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2023년 6월 19일 제 개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태그:#독일예술인노조, #예술인노조, #예술인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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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을 연주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다 독일에서 극장과 오케스트라 경영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공연문화예술과 문화정책이 주된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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