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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에는 많은 흠집들이 있습니다. 때문에 이 렌즈를 통과하는 사실들은 굴절되거나 아예 반사돼 통과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언론들이 의도적으로 비틀어 왜곡하거나 감춘 사실들을 찾아내 까칠하게 따져봅니다.[편집자말]
 
2016년 12월18일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생일 기념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 MB 회동 참석한 이동관 2016년 12월18일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생일 기념 만찬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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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조국 당시 법무장관 자녀 논란에는 십자포화를 퍼붓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태다.

<오마이뉴스>는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 논란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7일부터 20일까지 13일간 <조선>과 <중앙>, <동아> 등 국내 대표 보수언론 3곳이 낸 일간 신문지면을 살펴봤다.

이동관 특보 아들의 학폭 논란을 다룬 지면 기사는 <중앙> 0건, <조선> 2건, <동아> 1건이 전부였다. 

<중앙>은 이동관 아들 학폭을 다룬 기사를 1건도 신문에 싣지 않았다.

<조선>은 지난 6월 9일과 12일 두 차례 이 특보 아들 논란을 다룬 기사를 실었지만 이마저도 이 특보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다룬 내용이었다. 6월 9일 <이동관, 아들 학폭 관련 "가짜뉴스 멈춰달라">는 이동관 특보의 학폭 관련 해명문을, 6월 12일 <"이동관 아들과 지금도 잘 지내 난 피해자 아냐">는 이 특보 아들과 화해했다는 일부 피해학생의 입장을 썼다.

  
이동관 대통령실 특보의 입장을 전달한 조선일보 기사
 이동관 대통령실 특보의 입장을 전달한 조선일보 기사
ⓒ 조선일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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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도 이동관 아들 학폭을 1건만 지면에서 보도했다. 6월 8일 <이재명 "이동관 자녀 심각한 학폭 가해자" 이동관측 "원만히 합의... 과장-부풀려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발언과 이동관 특보 측 해명을 비슷한 비중으로 배치했다. 이동관 아들의 학폭 의혹에 대한 배경 설명 없이 이재명 대표의 정치적 공격과 이에 대한 이동관 특보의 방어 구도로만 보도했다.  

이 신문들이 고위공직자 자녀 문제에 항상 침묵해왔던 건 아니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조민씨의 장학금 등 논란이 불거질 당시, 이들 신문들은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논란 등이 터져나온 지난 2019년 8월 19일부터 31일까지 이들 3개 신문은 총 90건에 달하는 지면기사를 쏟아냈다. 

이 중 <조선일보>가 40건으로 가장 많았다. 당시 <조선>은 2019년 8월 20일 <성적 우수 학생에게 주던 장학금 낙제 조국 딸에만 3년 연속 줬다>와 8월 21일 <조국 딸, 서울대 환경대학원 2연속 장학금 부산대 의전원 합격 다음 날 바로 그만둬>로, 이틀 연속 1면 기사로 조민씨 대학원 입학과 장학금 논란을 다뤘다.

이어 <조선>은 2019년 8월 28일에도 1면 기사 <조국 딸에 장학금 준 의전원 교수 대통령 주치의 선정때 깊은 일역>을 통해, 조민씨 장학금 지급과 문재인 정부와의 연관 의혹을 제기했다. 8월 22일 사설 <이 판에 "사회 개혁하겠다"는 조국, 어떤 정신세계인가> 에는 조국 자녀 논란을 대하는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조선>은 해당 사설에서 "(조국 장관 내정자가) 청년들의 분노에 공감한다며 정의를 말하기도 했다, (조국 장관의)그 딸은 부모 후광이 아니었다면 특목고와 명문대 등을 거쳐 의전원에 진학할 수 있었겠나"라며 "그 시점에 어떻게 그런 말이 입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나오나"라고 질타했다.

이 기간 <중앙>도 28건, <동아>도 22건의 지면 기사를 내며 화력을 집중했다. 관련 사설과 칼럼에선 조국 당시 장관에 대한 적개심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중앙>은 2019년 8월 21일 1면 기사 <모든 입시 필기 없이 합격, 조국 딸 '금수저 전형'>을 냈고, 8월 28일자 칼럼 <조국 프로의 솜씨 보여줬다>에서 "청년들의 좌절이 더 깊어지지 않도록 오염된 우물을 정화해야 한다"고 조 장관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동아> 역시 2019년 8월 28일 사설 <조국 더 버티는건 임명권자에 대한 무례고 국민 모독이다>에서 조 전 장관의 자녀 의혹을 하나하나 거론하면서 "인사청문회만 적당히 때우면 국민적 분노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국민을 무시하는 오판"이라고 경고했다. 

일간지 기자 출신인 전대식 전국언론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이동관 아들 학폭 논란은 여러 언론사에서 다루는 사안이고, 검증해야 할 고위공직자의 문제"라면서 "한국에서 메이저라고 불리는 언론들이 이를 외면하는 것은 저널리즘을 떠나 그 신문을 구독하는 독자들에게 미안해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들 언론사들이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은 분명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보여지지만, 이들이 보도를 외면한다고 해서 사건이 가려지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고위공직자의 학교 폭력 문제는 사회적 파장이 큰 사항이고, 공직자 검증 과정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사안"이라면서 "그럼에도 보도를 이렇게 하지 않는 것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태그:#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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