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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가을, '정인'이가 우리 곁에서 떠났다. 그해 봄에 두 차례, 가을에 한 차례, 총 세 차례에 걸쳐 학대 의심 신고가 이루어졌지만, 경찰은 부모의 변명만 듣고 무혐의로 처리했다. 그렇게 생후 16개월의 정인이는 2020년 10월 13일 부모의 학대로 사망하게 되었다.

전국민이 분노한 '정인이 사건'이 일어난 지 3년이 지났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2021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행위자의 10명 중 8명이 부모였고, 아동학대의 86.3%가 가정 내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피해아동의 10명 중 9명(87.2%)이 끔찍한 집으로 다시 돌아가야 했다. 학대피해 아동 보호가 원가정 보호를 주원칙으로 하기 때문이다.

2021년 재학대 피해 아동은 무려 4176명이었고, 가해자의 96%가 부모였다. 이는 학대피해아동의 보호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신고와 조사가 이루어졌음에도 피해아동은 끊임없이 잔인한 폭력 속으로 내몰렸다.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알아보고자 지난 16일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의 공혜정 대표와 유선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본 협회는 CCTV 의무 설치 조항을 담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아동학대 특례법 통과 등을 이루어내는 데 힘을 보탰으며, 아동학대 예방과 학대아동 보호 및 지원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공혜정 대표
ⓒ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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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어떠한 곳인가.

"2013년 '울산 아동학대 사건'이 국민적인 분노를 일으키며 아동학대의 심각성이 부상했다. 이를 계기로 협회가 만들어졌고, 학대 피해 아동의 건강한 사회화를 지원하기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 중이다. 생활 안정 지원, 법률 구조 지원, 심리 치료 지원, 학대 피해 상담 및 제보 지원, 문화 및 여가 체험 활동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동학대 예방 교육 강사 양성 사업, 상담사 양성 사업 등을 하고 있다."

- 학대아동 보호 지원 체계에서 아동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가.

"학대 트라우마를 아물게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데, 지금은 장기적인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국가 차원의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보통 10~20회기 정도로 3~6개월 동안 진행된다.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라도 아물어지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이 정도 기간으로는 라포 형성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상처만 해집어 놓게 된다. 그래서 진정한 치료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치료 지원이 필요하다.

또, 아이들의 의식주 보호에 치중되다 보니, 여가 생활, 진로 지원, 정서 지원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의식주 해결도 중요하고 감사한 것이지만, 아이들은 회복 탄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상당한 트라우마를 안고 살게 된다. 문화 바우처를 지원하고 있지만 주 1회에 불과하다. 쉼터나 그룹홈 아이들의 수가, 지자체 별로 봤을 때 그렇게 많지 않다. 경남 전체를 봐도 약 250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자체 차원에서는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학대 아동 보호가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원가정 보호 원칙을 중심으로 학대아동 보호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살아야 행복한 것은 맞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는 아이들에게 이 원칙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 현재, 학대가 심한 아이들도 부모와 분리되는 비율이 15%가 채 되지 않는다. 여러 번 신고가 이루어졌지만, 제대로 된 분리 보호나 모니터링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학대 피해 아동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학대 피해 아동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위기 아동을 발굴하기 위해서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e아동 행복 지원 사업'이 있다. 위기 가정이 겪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줌으로써 학대를 예방하자는 취지는 상당히 좋지만,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

- 학대아동 보호 강화를 위해 가장 중심적으로 개선되어야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첫째, 성인들에 대한 아동학대 예방 교육이 의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아동학대의 가해자는 대부분 부모, 선생님과 같은 어른이기 때문이다.

둘째, 원가정 보호의 취지를 올바르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대하는 부모가 있더라도 원가정 보호가 기본 원칙이기 때문에, 그들에게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대 가해자가 부모라면 일시적으로 아동을 분리해서, 아동은 치료를, 부모는 양육 기술 교육을 받을 충분한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 학대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될 때만 원가정 복귀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e아동 행복 지원 사업'의 실효성을 확보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여야 한다. 지자체 공무원이 가정에 방문 통보를 하고, 위기 가정에 직접 방문해서 가정 환경을 살펴보는 제도이다. 사전 통보를 하는 것부터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또, 학대 아동을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최전선의 장소는 학교, 보육 시설인데, 이러한 기관과 연계되어 있지 않다."

-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의 예산이 매년 삭감되고 있다. 아이들이 투표권이 없다 보니, 우선순위가 밀리고 있다.

그리고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학대를 하는 부모가 아동 복지에 관심이 없는 것은 당연하고, 학대를 하지 않는 부모도 아동학대를 매우 특수한 경우로 보기 때문에, 학대 아동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다. 그래서 사회적인 관심도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벌어졌을 때만 들끓고, 평소에는 차갑다. 따라서 예산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신고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아동학대 신고는 무조건 112라고 생각해서, 신고를 꺼리시는 분이 많다. 지자체의 아동학대 전담 공무원과의 상담을 통해 조사를 의뢰하는 우회적인 방법도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개입 방법을 모른다. 다른 개입방안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태그:#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아동학대, #재학대, #학대피해아동, #학대피해아동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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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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