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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 개인전
▲ 우현문갤러리 전시광경 성백 개인전
ⓒ 이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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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자의 프로타주와 성백의 탁본

나무판이나 잎, 천 따위의 면이 올룩블록한 것에 종이를 대고 연필 등으로 문질러 이 효과를 조형상으로 응용한 것을 프로타주기법이라 한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애용한 이 기법은 그 사물의 섬세한 외면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부분적인 조합을 하면 우연적이면서도 초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사물의 날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조합하여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있다.

요철이 있는 것이면 무엇이나 탁본할 수 있다. '먹'이라는 재료는 강렬한 흑백대비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이 강조된 명도 대비는 실물보다 이미지를 더 강렬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므로 먹 탁본은 사물의 미세한 질감을 다시 경험하게 한다. 우리의 눈이나 사진 등으로는 스치고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을 새롭게 보게 한다.

작가 성백의 탁본 작업은 비석이나 기물의 각명, 문양 등을 효용 가치, 사용가치적 측면에서 탁본하는 것이 아니라 위도와 경도가 기록되는 바로 그 현장에 있는 인류가 만든/저지른 흔적, 그 날것의 살아있는 현장성을 채집하는 것이고, 그것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지금, 여기'의 현장성이 강조된 성백의 탁본은 무심한 곳에 조명을 비추고 다시금 부각시키는 즉 그가 가진 시선의 힘을 부여한다.
 
<Messenger on the Road-Moscow Russia 55.761944, 37.621944>, 74cmx145cm 한지에 먹, 2014
 , 74cmx145cm 한지에 먹, 2014
ⓒ 성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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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시대의 풍경에 시선의 힘을 주다

보도블록, 맨홀 뚜껑의 탁본 작업들은 그 도시의 문화/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 현장의 단면을 자신만의 시각/프레임으로 채취한 것이다. 베를린, 파리, 바르샤바, 모스크바, 에스토니아 타르투, 아이슬란드 등의 여러 도시의 길거리에서 획득한 것이다.

이 탁본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미학적 단계로 넘어온다. 이 행위는 무미건조한 풍경에 시선을 주어 우리들의 시각/인식을 환기 시킨다. 새롭게 존재하게 한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꽃>) 사물은 내 시선이 주어질 때 존재하게 된다.

바라보지 않으면 그저 스쳐서 기억되지 않고 흘러가 버린다. 세상은 서로 교감하고, 넘나들며, 너울거리고, 넘치고, 흐르며 존재하는 것이다. 성백은 2014년, 2019년 그 어떤 딱 그 현장에서 그 사물들과 뒹굴며 존재하고 온 것이다. 이 작업들은 그 행위의 흔적이다. 그 행위의 진솔한 기록이다.
 
<Messenger on the Road- Red Square, Moscow Russia 55.754185, 37.619094>, 74cmx145cm 한지에 먹, 2014
 , 74cmx145cm 한지에 먹, 2014
ⓒ 성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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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현장 체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작품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한 벽면을 탁본한 <Messenger_on the Road-Warsaw Poland / 52.237778, 21.013056>와 철원 노동당사의 벽면을 탁본한 <Messenger on the Road 철원노동당사 38.255085, 127.201618>은 인류가 저지른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작품이다.

바르샤바의 어느 건물 외벽에 남은 2차 세계 대전 때 생긴 총탄 자국, 철원 노동당사에 6·25전쟁 때 생긴 총탄 흔적이 고스란히 채집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탁본에서 미적 조형성이 느껴지는 점이 나 자신을 혼란스럽게 한다. 바르샤바의 작업은 어떤 순수추상 작업에 떨어지지 않는 아름다움이 있다. 여러 생각이 들게 한다.
 
<Messenger_on the Road-Warsaw Poland / 52.237778, 21.013056>, 먹물 이용 한지 탁본, 75×145cm, 2019
 , 먹물 이용 한지 탁본, 75×145cm, 2019
ⓒ 성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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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포먼스 <메신저-아무도 가지 않는 길>

'Messenger on the Road'라는 주제로 전시되는 이번 성백 개인전은 탁본 작업 26점이 전시되고 있으며 제작 과정이 동영상으로도 방영되고 있다. 전시는 6월 26일까지 인천 우현문갤러리(010-6359-4584)에서 열리고 있다.

 
<My Body Memories in Paris>, 74cmx74cm 한지에 먹, 2014
 , 74cmx74cm 한지에 먹, 2014
ⓒ 성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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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6월 24일 오후 네 시에서 <메신저-아무도 가지 않는 길>이란 제목의 퍼포먼스가 열린다. 그의 열정적인 예술혼을 눈앞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미얀마 사태와 우크라이나전쟁에 대해 전쟁 반대와 인권 탄압 반대를 온몸으로 외치는 퍼포먼스 작업을 펼쳐왔던 이 작가의 행위미술 발표에 참여해 그의 선한 호흡을 느껴 보시기 바란다.
 
우현문갤러리 전시 광경
 우현문갤러리 전시 광경
ⓒ 이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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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성백, #탁본, #예술, #퍼포먼스, #행위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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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행위미술, 설치미술, 사진작업을 하며 안동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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