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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학살지로 지목받는 황방산에서 군과 경찰에 의해 억울하게 희생된 것으로 보이는 민간인 희생자 110여 개체의 유해가 추가로 발굴되었다.

전주시의 의뢰를 받아 유해발굴을 추진한 전주대학교 박물관 측은 지난 4월 12일 개토식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발굴한 결과에 대해 16일 현장 공개회 및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유해들은 지난 70여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방치되어 대부분 토양화가 진행되었고, 두개골도 아주 얇은 표피층만 남아 있는 상태였고, 대퇴골 등의 큰 부위도 전체적인 형태 파악이 안될 정도로 심한 상태로 훼손되어 있었다.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
▲ 전주 황방산 유해발굴 현장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
ⓒ 전주대학교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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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위적으로 파진 구덩이에는 유골 외에도 많은 치아들이 있었고, 유해자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안경과 단추들, 그리고 신발창만이 아니라 가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M1과 카빈 등의 탄피도 많이 나타났다.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발굴된 희생자의 신발창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발굴된 희생자의 신발창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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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굴조사를 맡은 박현수 전주대학교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긴 구를 굴착하고 학살 후 매납하는 행위는 일정한 계획에 의해 학살이 자행되었음을 보여준다"며 "일부 구덩이를 통해 학살 전후 상황 등을 추론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학살자들이 일정 거리를 두고 총살을 집행한 것이 아니라 학살지인 구덩이 바로 앞에서 총살을 집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제4차 발굴에서 나타난 긴 구덩이의 길이는 22미터, 25미터, 30미터의 구덩이에 묻혀 있었는데 폭이 모두 1미터 내외라는 점이다. 깊이도 47~62cm로 깊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하여 한국전쟁 전후 진주 지역의 민간인 학살 등 여러 현장에서 유해 발굴 봉사를 하는 김영희씨는 "진주 지역의 학살지 구덩이 폭이 최소 1미터 이상인데 반해 전주 지역은 폭도 짧고 깊이도 낮은 것으로 보아 급하게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발굴된 희생자의 단추와 가해자의 탄피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발굴된 희생자의 단추와 가해자의 탄피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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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측은 구덩이 외곽에 있는 3개의 유해에 대해서도 설명을 했는데 "2개 유해는 앉아서 먼 산(하늘)을 바라보는 자세로 총살이 집행된 듯하고, 한 구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자세로 학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중 2개 유해는 손과 발은 교차된 상태로 묶여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면서 총살 상황을 설명하자 유가족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 공개회에서 희생자의 자세를 시연하고 있다
▲ 희생자의 죽기전 자세 시연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 공개회에서 희생자의 자세를 시연하고 있다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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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온 김광우(46년생) 전 제주4.3희생자행방불명인유족회장은 '아버지는 재판도 받지 않고 대구형무소를 거쳐 전주형무소로 수감되었는데, "죄가 없기에 7월이면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을 것"이라는 편지를 전주형무소에서 받았으나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군과 경찰에 의해 희생된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발굴된 희생자의 안경
▲ 발굴현장에서 발견된 안경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에서 발굴된 희생자의 안경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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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공개회가 끝난 후 성홍제 전주형무소유족회장은 유족들과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현재까지 유해 발굴은 전주시의 도움으로 진행이 되었으나 유가족을 찾는 일은 정부가 나서야 하며, 정부가 유해들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며 정부의 움직임을 요구했다.

이번 현장 공개회 및 중간보고회에는 전주형무소유족회와 제주4.3희생자유족회, 여순10.19항쟁유족회, 제주4.3범국민윈원회 관계자 등 제주와 전주, 여순, 서울 등에서 유가족들이 참석했다.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 공개회 및중간보고회에 전국에서 유가족들이 모였다.
▲ 전주 황방산 유해발굴공개회에 참석한 유가족들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현장 공개회 및중간보고회에 전국에서 유가족들이 모였다.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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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진실과화해위원회 관계자들은 참관하였으나 행정자치부(과거사지원단) 관계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번 발굴은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차에 걸쳐 진행된 시굴조사에서 확인된 유해 78개체보다 많은 양이다.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지역 현황
▲ 전주 황방산 유해 발굴지 전주대학교 박물관이 전주시의 의뢰로 발굴한 "전주지역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 지역 현황
ⓒ 전주대학교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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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는 지난 2019년부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발굴조사 및 전수조사 등을 진행해왔으며, 지난 2019년과 2020년 1~2차 발굴조사를 통해 효자동 황방산에서 확인된 유해 78여 구를 발굴해 세종추모의 집에 안치돼 있다.

태그:#황방산, #한국전쟁, #집단학살, #유해발굴, #전주형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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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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