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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여름의 시작이다. 송파여성문화회관(송파구 백제고분로42길 5) 6층 대강당에서, 6월 명사특강 <말랑말랑 창의생각>이 진행되는 날이다. 지난 9일, 오후 2시. 날은 화창하고 햇살은 눈이 부시게 찬란했다. 송파여성문화회관은 송파1동주민센터 바로 옆에 자리해 있었다.

오후 찬란하게 빛나는 햇살을 느끼며 찾아간 송파여성문화회관 6층 대강당에는 빈자리가 없었다. 67만 송파구 전체를 아우르는 구민과 직원을 위한 특강이기에, 강의에 대한 기대로 참여한 수강자들의 열기가 자리를 채웠다.

무대 중앙에 캐치프레이즈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플래카드에 하얀 머그잔을 든 강사의 얼굴이 도드라져 보인다. 흰 머그잔에 검은 글씨로 새겨진 '캬', 그 한 단어로 이미 한명수라는 사람이 지닌 삶의 철학이 드러난다.
 
강의 포스터 사진
 강의 포스터 사진
ⓒ 유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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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중앙 스크린에 한명수 자신, 한 개인의 소개가 그대로 표시된다. 하얀 바탕에 빨간 글씨로 자기소개를 했다. 컵의 새겨진 '캬'가 보여주었던 그 모습 그대로 그는 아주 유쾌하게 자기소개를 스크린 한 장에 옮겼다. 자신의 이름 첫 자 '明'은 한자로, 모든 'ㅇ', 이응 자음은 전체를 빨갛게 채워놓았다. 나를 주시해 보라는 듯 빨갛게 채워진 이응이 가로로 세로로 쉬지 않고 계속해서 회전했다.

스크린을 꽉 채운 '말랑말랑 창의생각' 플래카드의 의미를 자세히 음미해 본다. '말랑말랑'과 '창의' 거기에 '생각' 세 단어를 조합한 이유를 나름 사전적으로 찾아간다. '말랑말랑'의 사전적 의미는 '매우 또는 여기저기가 야들야들하게 보드랍고 무른 느낌'을 말한다. 이 말은 굳고 정체화, 구체화 된 것이 아니고, 유연성을 지닐 여지를 갖고 있고, 여유가 있는 것으로 풀이 된다.

창의(創意)는 '새로운 의견을 생각하여 내는 것'이며 유의어로 고안, 독창이 있다. 이에 더해 '생각'의 명사적 풀이는 '사물을 헤아리고 판단하는 작용'으로 국어사전에 나와 있다. 또한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거나 관심을 가짐으로 풀이해 다른 명사로 바꿔 표현하면 유의어로 관심이나 기분이 도출된다.

그렇다면 한명수 강사가 말하고자 하는 <말랑말랑 창의생각>은 유연성을 지닌 새로운 생각이나 관심이라고 나름대로 정의를 세워본다.

대한민국 대표 창의 조직, 우아한 형제들 CCO(Chief Creative Officer) 한명수 강사는 '으레'(관습적 편의성을 지닌, 생각을 요구하지 않아도 되는)를 재인식하게 하는 D.I.K.W 피라미드를 강의 서두에 제시했다.
 
D.I.K.W
 D.I.K.W
ⓒ 유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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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대전제로 내세우고픈 주제를 D.I.K.W 피라미드를 예시로 들며 창의성과 연계해 강의를 전개해 갔다. D.I.K.W는 Data(데이터), Information(정보), Knowledge(지식), Wisdom(지혜)의 머리글자로 구성된 이름이다. 이는 매일 당면하고 맞이하고 마주치는 일상의 모든 사항과 상황, 모든 영역에서 창의성이 필요함을 직시하게 했다.

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본질적 자연스러움을 제일 먼저 각인해야 함을 보이기 위해 예체능 등 각 분야에서 창의 생각의 선구자들을 실례를 들었다. 배면으로만 했던 높이 뛰기를 등으로 시도한 사람, 문학에서 이미 창의적 질문을 제시했던 시인 엘리엇과 음악으로 자기만의 색깔을 발견했던 사람에 대한 예시를 보이며 창의 생각에 기본과 원류를 알려주었다.

D.I.K.W(Frank Zappa, 1979) 피라미드에서 Data(데이터), Information(정보), Knowledge(지식)는 '과거'(Past)로 이미 지나간 단계이고, 중요한 것은 Wisdom(지혜)이 보여주는 '미래' (Future) 단계에서 바로 말랑말랑한 창의와 생각이 요구된다고 한명수는 주체성을 가지고 언급했다. D.I.K.W 단계와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한 <말랑말랑 창의생각>을 비교 조우해 정확히 보여주며 창의에 대한 공감을 유도했다.

창의 속에는 흐름이 존재하고, 그 흐름이 스토리텔링을 만든다. 지혜로운 이야기는 흐름으로 이어지며 카테고리 된 목록의 자리는 없다. 따라서 모든 Data는 Trash로 여겨진다. 모든 것에 의미를 주는 이름짓기, 다시 말해 '정의(Definition)하기'가 필요하고, 이름이 연결되는 과정에서 Hyper 연역적 추론, IF(만일)의 상상력이 동원된다고 보았다.

따라서 <Nobody teach me 'WHO I AM'>로 대변되는 본질을 요하는 질문에 마음을 뺏기게 된다. 의자란 무엇이지? 앉는 것? 누구와 언제? 무슨 용도? 끊임없이 원류, 생성을 찾아가는 질문으로 유도되는 사고, 사유는 창의라는 항해에 돛을 세우게 된다.
 
생각 열기 의자
 생각 열기 의자
ⓒ 유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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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수는 처음 강의를 열며 5개 의자 그림을 보여주었다. 수강생들에게 5개 의자 유래를 알려주었던 시작점으로 돌아가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자기만의 언어로 '이름 붙이기'를 할 때 창의성은 극도로 발현된다는 결론을 인지하게 한다.

강의가 끝나자 무수한 질문들이 쇄도했다. 한명수라는 한 개인이 강의로 보여준 파급력이 상당했다. 그 순간 원류, 기본을 사유했던, 1971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칠레의 민중 시인이자 저항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질문의 책>(The Book of Questions, 원제: Libro de las prequntas)이 떠올랐다.

44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다만 헤어지지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내 어린 시절이 죽었을 때
왜 우리는 둘 다 죽지 않았을까?

만약 내 영혼이 떨어져 나간다면
왜 내 해골은 나를 좇는 거지? (파블로 네루다 <질문의 책> p.95)

네루다의 상상력으로 점철된 316개의 질문 중에서 44번이 떠오른다. 한명수 강사의 숙연하나 미묘한 유쾌함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네던 모습이 새로워서였다. 사실 우리는 수많은 질문을 직시하지 못한 채 하루, 매일 일상을 맞이하고 지난다. 그러하기에 더욱더 한명수 강사의 <말랑말랑 창의생각>을 깊이 마음에 새기고 담는 시간이었다.

태그:#한명수, #우아한형제들, #배달의 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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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kespeare 전공. 문학은 세계로 향하는 창이며, 성찰로 자신을 알게 한다. 치유로서 인문학을 조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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