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 3월 서울시는 현금 없는 버스를 18개 노선(436대)에서 108개 노선(1876대)로 확대했다. 2021년 10월 현금 없는 버스를 처음 운행한 이후 점차 확대해, 현재는 서울 버스 4대 중 1대가 현금 없는 버스로 운행 중이다.

현금 없는 버스는 교통카드 승차만 가능하고 현금 승차는 제한된다. 카드가 없는 승객은 주변 편의점에서 교통카드를 구매하거나 모바일 교통카드 앱을 설치해야 한다. 또는 계좌번호가 적힌 요금 납부안내서를 받아 해당 계좌로 입금해야 한다.

서울시는 버스 요금을 현금으로 납부하는 승객이 급감해 현금 없는 버스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작년 5월 기준 현금 승차 비율은 전체 승객의 0.6%에 불과했다. 버스 회사에 따르면 현금 없는 버스 운행으로 요금함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요금함으로 승객이 다치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버스기사가 잔돈을 계산할 필요가 없어 운행에 집중할 수 있다.
  
현금 자주 사용하는 노인, 외국인 등 어쩌나
 
현금 없는 버스가 운행 중이다.
 현금 없는 버스가 운행 중이다.
ⓒ 이지원

관련사진보기

  
현금 없는 버스 내부에 부착된 안내문
 현금 없는 버스 내부에 부착된 안내문
ⓒ 이지원

관련사진보기

 
시민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A씨(21세)는 "버스 탈 때 현금을 이용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현금 말고 카드를 주로 들고 다녀 현금 없는 버스를 타도 불편하진 않을 것 같다"며 "시대를 따라가는 정책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B씨(80세)도 "현금보다는 주로 카드를 들고 다닌다"며 "카드를 깜빡하지만 않는다면 타는 데 불편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현금을 주로 이용하는 노인이나 외국인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C씨(24세)는 "대중교통은 모든 사람이 쉽게 이용해야 하는데 현금 없는 버스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 오랜만에 왔을 때 교통카드가 없어 당황한 적이 있다"며 "교통카드 없이 서울을 여행하는 외국인이나 지방 거주민은 불편할 것"이라 우려했다.

버스회사 계좌로 요금을 입금하는 방법을 두고는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은행에 입금하러 가기가 번거로울 것 같다"며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지 않는 분도 꽤 있는데 그런 분을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답했다.

외국인 유학생 D씨(21세)는 카드 잔액이 부족해 현금 없는 버스를 못 탄 적이 있다. 외국인은 신용카드를 발급받으려면 외국인 등록증이 필요한데 "최근 외국인 등록증이 나오려면 두 달 가까이 걸린다"며 "외국인 등록증이 없으면 매번 교통카드에 충전해 써야 하고, 온라인으로 충전할 수도 없어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성년자는 외국인 등록증이 있어도 신용카드가 나오지 않아 충전식 교통카드를 써야 한다"며 "버스 정류장이 지하철역과 가까우면 충전하러 갔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버스를 못 탔다"고 답했다.

현정환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현금 없는 버스가 현금 의존도가 높은 사람들의 이동권을 제약하고, 국가에 해당하는 서울시가 시민이 특정 지급 수단을 이용하지 못하게 한 것이 문제"라며 "공공기관은 소외 계층을 포용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금은 익명성을 보장하는 지급 수단"이자 "금융위기와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수요가 높아지는 가치 보관 수단"이라는 현금의 기능을 언급하며 "현금 유통이 활발하고 접근이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태그:#현금 없는 버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