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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강 산책로에 밤샘 야간 낚시를 하기 위해 설치된 텐트
▲ 남한강 산책로 낚시 텐트 남한강 산책로에 밤샘 야간 낚시를 하기 위해 설치된 텐트
ⓒ 임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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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저녁 양평군 국수역에서 약 2km 떨어져 있는 남한강 상류 지역. 고즈넉한 한강과 별 빛이 쏟아지는 오솔길 산책로가 아름다운 곳이다. 표지판은 없지만 남한강 상류라 사실상 낚시가 금지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예상하지 못한 불청객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 바로 앞에 텐트를 치고 밤 새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그 주인공이다.
  
남한강 상류에 버젓이 텐트를 치고 낚시를 하는 모습에 놀라 시민의식을 발동해 스마트폰으로 112 경찰의 긴급 출동 서비스로 전화를 걸었다. 내가 있는 곳의 위치와 불법 낚시 현장을 설명하고 바로 출동을 요청했다. 1분이 지났을까, 상담을 받던 경찰관은 "상수원 보호 구역은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다"라며 110 정부 민원 상담 전화로 연결해줬다. 

110번으로 전화를 걸어 5분 이상 대기를 하다 어렵게 상담원과 통화를 하고 경찰에 알려준 설명을 다시 반복했다. 3분이 지났을까 상담원은 "양평 군청 당직실에 전화를 하니, 내가 신고한 남한강 불법 낚시 현장은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지자체가 아닌 경기도 수자원 본부에서 관할이라 그 쪽에서 출동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난생 처음 경기도 수자원 본부라는 관청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당직실 번호를 받아 다시 전화를 했다. 다행히 당직실 담당자와 통화를 하니, "몇 가지 알아보고 전화를 주겠다"고 말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경기도 수자원본부 담당자가 전화를 해왔다. "야간에 단속하는 몇 사람이 있는데 연락을 해보겠다"며 앞으로는 그 쪽으로 전화를 하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준다. 그리고 몇 가지 상황을 더 알아본 뒤 이윽고 전화를 해 왔다.

"내가 신고한 곳은 관할 구역을 따져보니 양평군에서 담당하는 곳이고 자신들은 그 곳에 못 미친 데까지만 관리한다"고 말했다. 양평읍 당직자에 다시 전화를 요청했으니 나에게 전화가 올거라고 친절하게(?) 양해까지 구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모르는 번호로 양평군청 당직자가 전화를 해왔다. 그는 "나는 상수원 보호구역 관리 담당자가 아니지만 사정을 좀 더 알아보고 연락을 해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담당자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알아보니 내가 신고한 곳은 낚시 금지구역이 아니다"라고 한다. 다시 물었다. "그럼 남한강 상수역 근처에서 밤새도록 텐트치고 낚시해도 되는 건가?" 이에 담당자는 "그건 아니다"라며 내일 담당자 출근하면 다시 알아보고 전화를 하라고 전달하겠다"라며 통화를 마쳤다.

남한강 산책로에 벌어지고 있는 밤샘 낚시를 근절해 달라고 신고를 한 때부터, 양평 군청 당직 공무원과 마지막 통화까지 걸린 시간은 약 30분.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경찰, 정부민원실, 경기도 수자원본부, 양평 군청을 포함해 4군데 기관과 접촉을 했다.

그러나 낚시꾼을 쫓아내고 텐트를 제거해 달라는 나의 요구사항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분 "우리 관할이 아니다", "지금 해당 단속 직원들이 퇴근을 해 할 수 없으니 내일 전화 다시 달라"는 말의 반복이었다. 

문제가 된 현장에 먼저 출동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한강 생태계를 위협하는 낚시꾼들을 먼저 쫓아낸 뒤 나중에 관할 구역 다툼을 거론하는 게 타당하지 않을까? 경찰에 먼저 출동을 요청하고 관찰 구역이나 권한은 나중에 다시 거론하면 안될까? 관할구역을 위해 정부기관이나 공공기관이 존재할까? 아니면 각자 국민이 할 수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존재할까? 정부와 지자체,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남한강 산책로에 밤샘 낚시를 하기 위해 설치된 텐트
▲ 남한강 산책로에 설치된 텐트 남한강 산책로에 밤샘 낚시를 하기 위해 설치된 텐트
ⓒ 임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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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공공기관의 문제해결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모처럼 실감했다. 정부나 공공기관과 지자체의 존재 이유도 알고보면 국민,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 제공이다. 서비스는 수요자 중심, 수요자가 갖고 있는 불편과 문제를 해결해 주고 만족을 제공하는 행위이다. 서비스의 본질은 문제해결이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 기름이 부족하면 주유소에 가듯 문제와 해결해야 할 사건 사고나 숙제가 있을 때  정부나 공권력을 찾는다. 문제는 사건 사고가 평상 시 낮에 편안한 시간에 예고하고 찾아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상하지 못하는 시간과 장소에 발생하고 찾아오기에 공권력을 요청하고 문제 해결을 기대한다.

어릴 적 우연치 않게 행정법 강의를 들을 때 자주 들은 말 중 하나가 기억난다. 공무원은 인식의 주체이지 판단의 주체는 아니라는 얘기였다. 공무원은 절차에 따라 제출된 서류가 요건을 갖추었다면 허가 등록만 해주면 되지 그 서류가 위조되었는지 여부를 판단 조사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남한강의 불법 낚시 현장을 신고하며 행정법 강의 시간에 들은 말을 다시 기억했다. 명언이다. 내 관할이 아니면 다른 기관에 맡겨만 놓으면 그만일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관할 구역은 솔직히 내가 알아야 사안이 아니고 나는 관심조차 없다. 내가 원하는 것은 문제해결 즉 한강을 위협하는 불법 낚시꾼 소탕이다. 야간에 신고되는 상수원 보호구역의 불법 어로나 낚시 행위에 대해서는 해당 관할 파출소에서 먼저 출동해 관련 행위자를 단속하고 나중에 관할 관청에 통보하면 큰 일이라도 날까? 문제해결 중심의 탄력적인 접근을 정부나 공공기관에 기대하는 것은 챗GPT가 나오는 현실에서 여전히 영원한 과제일까?

각 기관과 공무원들의 권한에 제한이 있음을 이해한다. 그래도 상식으로 돌아가면 정부나 기관은 문제해결을 위해 존재한다. 문제는 바로 해결해야 한다. 시의성을 잃으면 문제는 더 악화된다.

 관할 영역과 권한을 말하는 사이에 남한강에서 밤샘 낚시를 하려는 텐트는 오늘 도 하나 둘 또 늘어간다.

태그:#남한강 불법 낚시, #남한강 , #문제해결 행정, #탄력적인 단속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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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힘을 믿으며 등산과 걷기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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