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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인 5월이지만, 마트노동자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한 달 두 번의 소중한 일요일을 강탈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습니다. 일요일 의무휴업이 없어지고 나면, 대형마트는 연중무휴 24시간 영업하던 과거의 시절로 돌아가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정의 달인 5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요일을 잃지 않으려는 마트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마트노조가 지난 3~4월 진행한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 공모전' 수상작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 마트산업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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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꼭꼭 약속 했지요

"우리 동네에 대형마트가 생긴대. '주5일 근무, 파트타임' 이렇게 현수막이 걸렸던데?"

"와 이게 웬일? 그럼 우리도 아이들 유치원 가고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일도 하고 주5일 근무니 주말엔 쉬고 집도 가깝고 이렇게 좋은 직장이 어디 있어."


처음 마트 직원 모집 공고를 보았을 때, 이렇게 멋대로(?) 해석하고 동네 사람들과 구인 광고에 이력서를 넣었다.

참으로 귀엽고 깜찍한 생각이었다. 나중에 주5일이 그 주5일이 아니고 파트타임이 그 파트타임이 아니란 걸 알았을 때 진심으로 고민했었다.

그러나 결국 그렇게 마트에 발을 들여놓은 지 15년이 훌쩍 흘렀다. 그 시간 동안 언제나 그랬지만 정권이 바뀌고 정책이 바뀌고, 나도 비정규직에서 무기계약직으로 타이틀도 바뀌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늘 주말을 제대로 쉴 수 없다는 게 아쉽고 속상했다. 온 가족이 밥 한번 먹는 것이 소원 아닌 소원이 됐고, 주말에 있는 집안 대소사 참석도 어려웠다.
마트의 특성을 일일이 설명할 수 없어 면목이 없던 적도 많다.

그러다 전통시장 및 지역 경제 상생을 화두로 대형마트에 의무휴업일이 생기고 내가 사는 지역은 매달 10일과 넷째 주 일요일에 정기휴무를 하게 되었다.

너무 기뻐서 폴짝폴짝 뛰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엄두도 못 내던 일요일 휴무라니! 꿈이냐 생시냐! 나보다 남편과 아이들이 더 기뻐했다. 일요일은 당연히 쉬는 줄 아는 사람들이나 유통의 구조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참으로 이해가 안 될 일이겠지만 말이다.

소중한 한 끼 식사를 위해

그리고 요즘은 가족들보다 내가 더 기다리는 넷째 주 일요일이다. 우리 엄마가 기다리는 넷째 주 일요일이다. 15년의 세월 속에 시댁의 두 어르신은 돌아가시고 이제 친정엄마가 계신다. 평생 가족들의 식사를 챙긴 우리 엄마를 위해 반찬을 만들고 국을 끓이고 시골로 향한다.

하루가 다르게 눈에서 총기가 사라지고 더 이상 펼 수 없는 구부정한 허리, 대나무 마디만큼이나 굵어진 손마디. 그런 엄마랑 손가락 걸고 꼭꼭 약속했다. 일단은 100세까지 살고 그 이후는 그때 가서 욕심을 부려보자고 말이다.

지금 내겐 엄마와 함께하는 한 끼 식사가 너무 소중하다. 한 달에 한 번, 엄마와 우리 가족이 약속한 넷째 주 일요일. 너무 소중한 엄마와의 한 끼 식사를 위해 꼭 지켜져야만 하는 넷째 주 일요일이다.

*덧, 정권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수많은 마트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마트노동자들의 수많은 사연대로 소중한 일요일 의무휴업일은 사수되어야 합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마트노조가 개최한 '2023년 마트노동자 문학공모전' <우수> 전정숙(안산, 롯데마트 근무) 님의 글입니다.


태그:#마트노조, #문학공모전, #의무휴업,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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