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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희호호 상추농장' 희철씨와 은희씨
▲ "희희호호 상추농장"  '희희호호 상추농장' 희철씨와 은희씨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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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의 웃음소리를 듣고 자라는 상추 농장이 있다. 전북 남원이 고향인 '희희호호 상추농장'의 이희철(37), 최은희(38)씨 부부는 도시에서 10년간 생활을 하다가 지난해 2022년 2월 고향인 남원시 아영면으로 귀농해 수경재배 상추 농사를 짓고 있다.

희철씨는 "농사로 전업하는 것에 대해서 쭉 생각을 해왔어요. 어차피 할 거면 하루라도 빨리하자는 생각으로 고향으로 내려왔는데, 와서 보니까 더 빨리 올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상추 농사를 시작하고 난 뒤
 
곱슬아삭이 상추와 청상추
▲ "희희호호 상추농장" 곱슬아삭이 상추와 청상추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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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처음부터 상추 농사를 지으려던 건 아니다. 부모님이 오랫동안 해오던 포도 농사를 염두에 뒀지만 바로 수익이 나는 작물이 아니다 보니, 바로바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는 작물로 상추가 가장 적합했다고 한다. 특히 그 지역에서 많이 생산하는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으로 상추 농사를 시작했다.

지하 100m 암반수를 이용해 600평의 시설 하우스에 3개 동 하우스 중 2개 동은 잎상추로 판매되는 청상추를 재배하고, 나머지는 포기로 판매되는 유럽 상추(이자벨, 로메인, 멀티그린)를 키우고 있다.

아영면은 고랭지 상추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은 지역이기는 하나, 주변 상추 농가 대부분이 토양재배나 양액재배를 하다 보니 상추에 문제가 생기면 자문을 구하기도 어렵고 마땅히 의논할 곳이 없어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또, 낯선 수경재배 농법에 대해 대부분 격려의 말보다는 부정적인 말을 많이 한다.

"동네 어르신들이 불쑥불쑥 들어오셔서 한 마디씩들 하시는데 '아이고 돈 많이 들었겠네', '수경재배? 상추하고 물? 안돼 안돼. 빨리 바꿔.' 아무리 수경재배의 장점에 대해 설명을 해도 안 들으세요. 농장 이름도 저희 부부랑 아이들 이름을 한자씩 따서 지었는데 '이름은 또 이게 뭐냐, 얼른 바꿔라.' 그러면 '네네' 하면서 그러려니 해요. 그 정도는 괜찮아요. 하하하."

"직장 생활을 할 때는 업무나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서 탈모까지 심하게 왔었어요. 상추 농사를 짓고부터는 누가 뭐라고 하든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서 좋아요. 농사라는 게 의무감에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힘은 들지만 성취감이 있어서 재밌어요."
 
은희씨가 상추를 따는 동안 남편 희철씨는 하우스 곳곳을 살핀다.
▲ "희희호호 상추농장" 은희씨가 상추를 따는 동안 남편 희철씨는 하우스 곳곳을 살핀다.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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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에게는 여덟살과 열살의 두 아들이 있는데, 도시에서 시골로 터전을 옮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은희씨는 혹시라도 아이들이 시골 생활에 적응이 어렵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남편이 시골로 가서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아니 굳이 시골로 왜 가나' 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제가 고맙다고 해요. 처음엔 시골 학교라서 학생 수도 적고 접할 수 있는 문화생활도 줄어들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막상 와보니까 도시에서는 학생 수가 많아서 놀이든 체험이든 뭘 하더라도 잠깐잠깐 하고 말았는데, 지금은 한 가지를 하더라도 충분히 양껏 하니까 아이들이 저희보다 더 좋아해요. '엄마 이사 와서 너무 좋아' 그래요. 저희도 아직은 재밌고 좋아요." (최은희)

"처음엔 600평 하우스가 좀 작다고 생각을 했어요. 상추 농가들을 다녀봤는데 부부 두 분이서 1천 평을 무리 없이 지으시더라고요. '아, 거뜬하구나', '우리도 할 수 있겠네'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또, 상추 모종을 사서 키우다가 지금은 육묘도 직접 하고 있는데 처음엔 씨만 뿌려놓으면 크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것도 아니더라고요. 하하하." (이희철)

"아직은 재밌어요"

마찬가지로 상추를 심어놓기만 하면 저절로 크는 줄 알았다는 은희씨는 "상추 농사가 농사 중 가장 쉽다고들 하셔서 심어놓고 따기만 하면 돈이 막 들어오는 줄 알았어요. 너무 쉽게 생각했던 거죠. 처음에는 둘이서 4kg 박스를 한 시간에 한 박스 따기도 힘들더라고요. 하루 종일 4~5박스를 겨우 땄어요. 지금은 둘이서 한 시간에 4~5박스는 따요. 재밌어요"라고 했다. 
 
샐러드용으로 판매되는 이자벨상추는 뿌리를 자르지 않고 포장을 한다.
▲ 뿌리채 수확하는 이자벨상추 샐러드용으로 판매되는 이자벨상추는 뿌리를 자르지 않고 포장을 한다.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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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 초기에는 타지역의 수경재배 하우스 농가에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도움도 받았는데 기후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따라 할 수만은 없더라고요. 상추에 문제라도 생기면 의논할 때가 없으니까 일단 싹 걷어내고 다시 시작해요. 온도를 다시 맞춰보고 제조도 새로 해보면서 문제점을 하나하나 다시 파악해 보는 거지요. 문제점과 해결 방법을 매일매일 기록하고요."

가장 많은 수확량을 차지하는 청상추는 공판장으로 보내고 나머지 포기 상추들은 로컬푸드나 식당 그리고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뿌리를 자르지 않고 돌돌 말아서 포장을 하기 때문에 신선함이 오래가는 장점은 물론이며 구매자들로부터 상추가 예뻐서 재구매한다는 의견이 많다. 당장의 계획은 수경재배에 대한 노하우를 쌓는 것이 부부의 목표다. 본인들과 같은 답답함을 겪었을 누군가의 의논 상대가 되고 싶은 바람이라고 한다.

농사는 무한 노동의 반복이다. 반드시 일한 만큼의 결과와 수입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반면 일한 만큼 이상의 결과와 수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부부는 인터뷰 중간중간 습관처럼 '재밌어요' 혹은 '아직은 재밌어요'라고 말한다. '희희호호 상추농장'의 재밌음이 한결같이 이어지기를 응원한다.
 
뿌리채 수확해 포장하는 유럽상추 이자벨
▲ 유럽상추 이자벨 수확  뿌리채 수확해 포장하는 유럽상추 이자벨
ⓒ 박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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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귀농귀촌 홈페이지에 함께 실립니다.


태그:#수경재배, #귀농귀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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