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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압사 참사 입장을 밝히면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을 열어 이태원 압사 참사 입장을 밝히면서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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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정부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분신 사망한 양회동(49)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명예 회복을 위해 윤희근 경찰청장의 파면을 공식 요구했다. 건설노조는 정부의 사과가 선행돼야 양 지대장의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양 지대장 시신은 사망 후 열흘째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건설노조는 11일 양 지대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건설노조는 "양 지대장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윤석열 정부는 유족 앞에 진심 어린 사과를 하라"라며 "강압 수사의 총책임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했다. 건설노조는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TF 해산 ▲건설현장 고용개선을 위한 노사정 협의기구 신설 등을 함께 요구했다.

앞서 양 지대장은 노동절인 지난 1일 강원도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분신했다. 단체교섭 등 노조활동의 일환으로 건설사에 조합원 고용과 노조 전임자를 요구한 것이 '공갈' 혐의를 받아 영장실질심사를 앞둔 상황이었다. 양 지대장은 치료 끝에 지난 2일 숨졌다.
 
건설노조가 11일 고 양회동 지대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사과와 윤희근 경찰청장의 파견을 요구했다.
 건설노조가 11일 고 양회동 지대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사과와 윤희근 경찰청장의 파견을 요구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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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재 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양 지대장의 죽음은 200일간 경찰 1계급 특진까지 걸어놓고 무리하게 인간 사냥식으로 건설노조를 압박하고 정당한 단체협약을 불법화해 고인을 압박한 결과"라고 했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명을 받아 건설노동자들을 상대로 작전을 펼쳤다"라며 "정당한 단체교섭과 노조활동을 형법으로 다뤄 공갈·협박이라고 몰면서 1000명이 내사를 받고 16명이 구속됐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통상 노조 관련 사건 수사는 경찰 지능팀에서 하는데, 유독 건설노조에 대한 수사는 강력계와 광역수사대에서 진행하고 있다"라며 "노조활동을 폭력, 공갈, 갈취로 내모는 경찰의 행태가 양 지대장을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했다.

양 지대장 사망 이후 정부의 사과 등 이렇다 할 입장 표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족들은 열흘째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만나 "고인이 차가운 냉동고 속에 누워있는 것이 마음 아프지만, 명예 회복이 이뤄져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게 유족들 입장"이라고 전했다.

'특별사법경찰 증원' 당·정 후속대책 발표에, 건설노조 "무책임하고 무능"
  
▲ 건설노조, 양회동 지대장 분신 사망에 윤희근 경찰청장 파면 요구 건설노조가 11일 고 양회동 지대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사과와 윤희근 경찰청장의 파견을 요구했다.
ⓒ 김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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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건설노조는 이날 오전 당·정이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후속대책'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핵심 내용인 특별사법경찰 증원과 불법다단계 하도급 근절 법개정은 새로운 대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윤재 건설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이미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특별사법경찰관을 1만명이나 증원했다"라며 "그들이 지금 뭘 하고 있나. 건설현장의 불법을 감독하기는커녕 전국의 노조 회계장부나 들여다보면서 행정력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또 "현재 법상으로도 불법 하도급은 주지 못하도록 돼있다"라며 "마치 법이 없고 경찰 인력이 없어서 건설 현장에서 불법이 이뤄지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대책"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오늘 정부 발표 중 가장 화가 나는 부분은 양회동 열사의 죽음 이후에도 오는 6월 25일까지 예정된 200일 특별 단속을 차질 없이 계속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양회동 열사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을 느낀다면 과잉수사로 사람을 죽인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TF'부터 해체해야 한다"고 했다.

태그:#건설노조, #양회동, #윤희근, #경찰청장, #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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