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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4일) 오후는 초여름 같은 더위였다. 시장에서 산 몇 가지 안 되는 물건들이 혼자 들기 버거울 정도였다. 점심시간도 한참 지나 배도 고팠다. 귀가를 재촉하는데 아내가 슬며시 집에서 냉면을 만들어 먹자 한다.

냉면 제안은 시장해하는 나를 잠시 달래기 위해 아내가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나는 무조건 "오케이!" 답했다. 배고픈데 시원한 냉면이라니 부푼 기대감에 발길이 가벼웠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계란 삶을 물을 끓였다. 이어 냉면 삶을 물도 올렸다. 계란과 냉면사리는 내가 담당하고 아내는 오이, 사과, 배 등 고명과 양념장을 준비했다.
각자 만든 것으로 아내가 냉면의 모양을 내는데 우리는 시장기도 잊은 채 30분 만에 뚝딱 냉면을 완성했다. 먹는 건 한순간이지만 차림에 정성이 많이 들었다.

'짬짜면' 같이 새콤달콤한 아내표 냉면
 
아내표 냉면
 아내표 냉면
ⓒ 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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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새로 개발한 냉면 레시피는 의외로 간단하다. 시중에 파는 포장 냉면육수에 갖은 양념장을 섞어 거기에 면을 만 것이다. 육수까지 손수 만든다면 집 냉면은 포기하는 것이 낫다. 걸쭉한 맛과 상큼한 맛을 고루 갖춘 냉면이다. 모양은 흡사 물회와 비슷한데 분위기는 짜장면과 짬뽕을 고루 담은 '짬짜면'이랄까.

비주얼도 그만이다. 적당히 벌건 육수와 노란 계란이 연출하는 주황색은 식욕을 돋우고 여러 고명들은 냉면을 볼품 있게 했다. 여기에 얼음 두세 개 올리니 내로라하는 유명냉면보다 더 먹음직하다. 나는 '아내표 냉면'이라 이름 붙였다. 그리고 놓칠세라 스마트폰을 들이댔다.

아내표 냉면은 이제 몇 번 먹어도 물리지 않는 우리집 추천 메뉴로 자리 잡았다. 아내는 지치고 힘들 때 그걸 먹으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한다.

한편,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국수나 칼국수 등 면류를 즐겼다. 아내 집안은 우리집 풍속과는 달랐다. 아내는 결혼하고서야 집에서 냉면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나의 냉면사랑은 결혼 후에도 이어져 출출하면 아내에게 국수와 냉면을 해달라고 졸랐다. 특히 내가 아내에게 전수한 냉면은 계절에 상관없이 자주 해 먹었다.

하지만 냉면 기호는 딴판이다. 성격이 다른 것처럼 아내는 비냉, 나는 물냉으로 나뉘었다. 아내는 유달리 매운 비냉을 선호하는데 나로선 신기해 보였다. 그러나 아내표 냉면을 가만 보니 우리 부부의 식성도 서로 닮아가는 것 같다. 이제는 굳이 비냉과 물냉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비싸진 외식 냉면, 만들어 먹어도 좋아

요새는 한 봉지에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냉면육수와 양념장을 함께 포장해 파는데 우리는 물냉과 비냉 소스를 적당히 혼합한 것이다. 이제는 아내가 나보다 더 냉면을 좋아한다. 나한테 배운 냉면을 맛과 멋을 살려 새롭게 개발까지 했다. 애들은 아내의 '김치말이국수'도 별미라 추켜세우고 있다.

최근 비싼 냉면을 외식으로 먹는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가성비를 따지는 우리는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다. 수고스러워도 아내표 냉면이 돋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요새는 밖에서의 외식 한 끼도 부담스럽다. 직접 조리하면 알뜰하다고 칭찬받는 세상이다. 냉면이 생각날 때 새콤달콤한 냉면 한 그릇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은 어떨지.

태그:#아내표냉면, #비빔냉면, #물냉면, #잔치국수, #김치말이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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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메모와 기록으로 남기고 있습니다. 기존 언론과 다른 오마이뉴스를 통해 새로운 시각과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사는 남북한 이산가족과 탈북민 등 사회적 약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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