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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전통의학 아유르베다는 나에게는 운명 같은 느낌을 주는 단어다. 현재 나의 바탕과 모든 생각과 행위의 기준이 돼준다. 내 삶을 두 부분으로 나눈다면, 아유르베다를 알기 전과 후로 나눌 수 있다. 이 사실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나는 삶의 기준이나 원칙이 확고하게 서 있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삶의 확고한 기준이 있기를 바랐다. 이러한 기준은 하나의 관점을 견지하게 함으로 삶에서 어떤 문제에 직면했을 때, 판단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꼭 큰 문제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매우 사소한 것들을 매일 매 순간 결정해야 한다. 하다못해 짜장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밥을 먹을지, 빵으로 대충 때울지, 혹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갈지 아니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갈지 등의 아주 사소한 문제들 말이다. 그리고 그 아주 사소한 결정들이 모여 큰 삶의 변화를 만들기도 한다.

나에게 '요가'를 배워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하시며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있다. "자신에게도 유익한 행위이면서 다른 사람들 또한 도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아유르베다를 알게 되고 이것을 공부하기 위해 인도로 가야 할지 결정하는데 그것은 하나의 큰 기준이 돼 주었다.

나 자신의 삶을 위해 이롭고, 나아가 다른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매우 유익한 지식이라면 한 번쯤 진지하게 배워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더불어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다.

나는 항상 궁금했다. 나는 누구인지, 왜 이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다른 존재와 나의 관계는 어떤지, 생명 그 자체에 대한 의문, 등 정말 많은 물음이 있었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어떤 식으로든 살아가며 좀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다.

아유르베다에 따르면, 삶은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수카아유(Sukha Ayu); 스스로 행복한 삶, 두카아유(Dukha Ayu); 스스로 불행한 삶, 히타아유(Hita Ayu); 스스로 행복하고 주변 또한 행복하게 하는 삶, 어히타아유(Ahita Ayu); 스스로 불행하고 나로 인해 주변 또한 불행하게 만드는 삶, 수카아유(Sukha Ayu)에서 히타아유(Hita Ayu)로 나아가는 삶, 즉 스스로 행복하고 그로 인해 주변을 이롭고 행복하게 하는 삶이 이상적인 삶의 모습이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건강은 필수 요소이다. 건강을 잃고 행복한 삶을 살 수는 없다. 나를 잘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주변 또한 잘 돌볼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질병의 자리는 두 곳이다. 몸 그리고 마음이다. 몸과 마음에는 '도샤(Dosha)'라는 것이 있다. '도샤(Dosha)'라는 단어는 '망가트린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것은 균형을 유지할 때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하지만, 불균형하게 되면서 반대로 몸을 망가트릴 수 있다. 우리가 불을 잘 사용하면 삶에 매우 유익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몸에 세 가지 도샤(Dosha), 마음에 두 가지 도샤(Dosha)가 있다. 이들은 각각 균형을 이룰 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며, 불균형할 때 몸과 마음을 병들게 한다. 도샤(Dosha)의 균형과 불균형은 음식, 수면, 생활습관 등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러한 이유로 우리는 매일 음식과 수면 그리고 기본적인 생활을 잘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아유르베다에서 인과는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 지금 내 상태는 지금까지의 모든 행위의 결과다. 그리고 '행위'는 이 생에서의 행위뿐만 아니라 이전 수많은 생에서의 행위를 포괄할 수 있다. 내 몸의 상태가 좋지 않다면, 그간의 행위에 분명한 문제가 있었음을 반증한다.

그러니 잠시 멈추고 되돌아 살펴야 한다. 내가 하는 모든 행위(생각/말/행동)는 몸과 마음에 영향을 준다. 인지하든 하지 않든 그건 별개의 문제다.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준다. 이 부분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결과는 나와 있지만, 원인이 자신의 행위에 있음을 인정하지 못한다. 이럴 때 문제는 더 어려워진다. 문제를 인식하는 시작 지점에서 출발하지 못하면,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러한 이유로 근본적인 원인에 접근하기보다는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닌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사고, 그것도 먹어보면서 말이다. 정작 진짜 원인에는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첫 걸음이다. 모든 여정의 시작은 첫 걸음에서 시작한다. 첫 걸음을 떼지 못하면,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없다.

행위 안에는 삶을 살아가는 태도, 모든 크고 작은 일에 대한 관점부터 음식, 수면, 사소한 말과 육체적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 역시나 내가 그것을 인지했든 인지하지 못했든 그건 큰 상관이 없다. 물론 '의도'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적인 대부분의 행위는 특별한 의도를 갖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스스로 아무리 열심히 합리화를 하더라도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수학 문제처럼 정답이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하나의 행위는 영향을 주고 어떤 결과를 만든다.

결과가 드러나는 과정에는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얽혀 있다. 결과에서 출발해 원인을 파악하고, 원인과 결과 사이에 드러나지 않은 과정을 도출해 내는 일. 그것이 내가 그리고 대부분의 아유르베다 의사들이 하는 일이다.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결과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그 사람의 삶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아유르베다, 삶의 지식/지혜다.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건강한 삶의 트랙에서 벗어난 상태를 회복하기 위한 지식과 지혜가 담겨있다.

개개인은 모두 비슷한 요소와 다른 요소를 갖는다. 같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사람은 소화하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무리 없이 소화한다. 비슷한 정도의 힘든 일이 어떤 사람에게는 죽을 것 같이 힘들 수도, 다른 사람에게는 할 만한 일이 될 수도 있는 것과 같다. 

우리는 모두 같은 몸을 갖고 있지만 어떤 이는 좀 더 강한 힘을, 건장한 체격을, 약한 힘을, 왜소한 체격을 갖는다. 이처럼 선천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후천적으로 건강한 음식과 생활을 통해 건강한 몸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도 있다. 선천적인 요소와 후천적인 요소를 이해하는 것은 모두 중요하다. 이것을 모두 잘 알아야 현재의 상태를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나에게 아유르베다는 눈에 보이는 그리고 보이지 않는 생명과 삶의 부분을 이해할 수 있는 매개이면서 실질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유익한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 삶을 살아가는데 방향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내가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는지 알지 못하면, 우리는 매우 쉽게 길을 잃을 수 있다. 지도가 없으면, 어쩌면 영영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헤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아유르베다는, 가는 길에 속도를 늦추거나 혹은 잠시 멈춰 쉬었다 갈지언정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유용한 도구다. 명확한 방향과 기준이 있으면, 이롭고 이롭지 않은 그리고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들 사이에서 결정을 하는 것이 한결 수월하다. 

삶의 원칙을 세우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모두가 아유르베다 의사가 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그러한 삶의 원칙을 꾸준히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삶이라는 여정에는 항상 크고 작은 파도가 몰아친다. 아유르베다를 안다는 건 다른 말로 삶의 원칙을 세운다는 것이고, 삶의 원칙을 세운다는 것은 그러한 파도와 함께 순조롭게 항해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인도에서 인도전통의학 '아유르베다(Ayurveda)'를 전공했습니다.
- 블로그와 브런치 등에 중복게재 합니다.


태그:#아유르베다, #삶의지혜, #건강한삶, #인도전통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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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인도 아유르베다 의학대학 아유르베다 전공. 인도 아유르베다 병원에서 수련의로 근무 후 동 대학원 고전연구학 석사를 마치고 건강상담, 온/오프 특강을 통해 활동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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