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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대중교통 3만원프리패스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제도의 도입 취지와 효과 그리고 국내외 사례와 재원마련 계획을 통해 실제 도입 가능한지 여부를 짚어봅니다. 또한 지역 버스회사를 장악하고 있는 사모펀드 문제, 대중교통 공영제 등 대중교통 이슈 전반을 살펴봅니다.[기자말]
벚꽃축제 첫 날인 4월 4일, 차량이 통제되고 인파가 몰렸지만, 벚꽃은 절정을 지나 떨어지고 잎사귀가 난 후였다.
▲ 벚꽃 없는 벚꽃축제 벚꽃축제 첫 날인 4월 4일, 차량이 통제되고 인파가 몰렸지만, 벚꽃은 절정을 지나 떨어지고 잎사귀가 난 후였다.
ⓒ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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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4일부터 9일까지 2023년 여의도 벚꽃축제가 열렸다. 그러나 벚꽃은 절정을 지나 대부분 지고 이미 잎사귀가 나온 후였다. 화려한 꽃 사진과 함께 사람들의 들뜬 마음들이 SNS에 가득했지만, 마음 편히 꽃놀이를 즐길 수가 없었다. 한꺼번에 핀 꽃들은 전국을 뒤덮은 산불과 가뭄만큼이나 심각한 상황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전 세계와 우리나라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은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 '재난', 기후 '재앙'이라고 불리며 변화가 이미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재난이 극도로 불평등하게 일어난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이다. 작년 신림동에서 일어난 폭우 참사를 기억하는가. 당시 반지하 방에 살고 있던 일가족 3명이 모두 사망했고, 병원에 입원 중이어서 집에 없었던 70대 노모만이 살아남았다. 피해 가구는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4인 가구였고, 이들은 한 명의 경제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난방비, 전기요금 인상도 불평등을 극대화한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수요를 관리하고 총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나가야 함은 자명하다. 하지만 일괄적 요금인상은 결과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낭비성 소비보다 에너지 빈곤층의 절박한 에너지를 쥐어짜게 만들어 구조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는다.

기후위기와 화석연료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불평등이 심화 되지 않으려면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재화에 대한 정부의 책임성과 공공성 강화가 더욱 절실하다. 전기, 가스 등 에너지와 함께 교통 역시 우리의 삶을 재생산하는 데 필수적인 재화로 공공성 강화의 필요성이 더욱 대두되고 있다.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기후위기의 원인인 온실가스는 대부분 산업부문에서 배출된다. 전기생산(전환부문)과 이외의 산업부문 배출량까지 합치면 산업부문 전체에서 배출하는 양이 총배출량이 73%를 차지한다. 그러므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과 산업의 탈탄소화가 절실하며 가장 먼저 이야기되고 있다. 그다음이 13.5%(2018년 기준)를 차지하는 수송부문이다. 수송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면서도 이동권 불평등이 강화되지 않아야 기후정의(Climate Justice)의 입장과 부합된다. 달성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제시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구조적 변화를 통해 이동량 자체를 줄이는 방안이다. 작년 잡코리아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왕복 출퇴근 시간이 평균 84분이다. 경기도의 경우 102분으로 특히 이동에 많은 시간을 투여한다. 파리의 15분 도시와 같이 직주근접을 통해 이동량 자체를 줄이는 것은 교통부문에서의 탄소배출을 줄일 뿐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꼭 필요한 일이다.

또한, 식품 운송에 따른 탄소배출도 수송부문의 많은 양을 차지한다. 로컬푸드 소비를 통해 이동 거리를 줄이고 냉장/냉동 시스템 사용을 줄여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는 것도 수송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같은 양의 이동을 하더라도 적은 양의 탄소가 배출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수송수단별로 탄소배출량의 차이가 매우 크다. 그레타 툰베리가 비행기를 타지 않는 이유는 이동 거리당 탄소배출이 가장 많은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

스웨덴 국민들은 비행기를 타는 사람들은 수치심을 느껴야 한다는 의미로 플뤼그 스캄(Flygskam)이라는 신조어와 이와 대비되는 기차의 자부심(탁쉬크리트 tagskryt)이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비행기 못지않게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교통수단이 있다. 바로 혼자 타는 승용차다(관련 기사 : BBC, Climate change: Should you fly, drive or take the train?).  
 
*비행기는 배출량에는 높은고도 2차영향, 비CO2 배출 포함.
*승용차는 디젤차 평균 적용.
*자료 : BEIS/Defra 온실가스 전환율 2019, BBC(2019)를 수정하여 사용.
 *비행기는 배출량에는 높은고도 2차영향, 비CO2 배출 포함. *승용차는 디젤차 평균 적용. *자료 : BEIS/Defra 온실가스 전환율 2019, BBC(2019)를 수정하여 사용.
ⓒ 이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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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타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사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그 격차는 교통수단의 차이에 따라 생각보다 훨씬 크다. 1인 탑승 자가용과 유로스타와 같은 고속철도는 거의 30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그러므로 대중교통 활성화는 수송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는 데 꼭 필요한 방안이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대안, 3만 원 프리패스

사람들이 대중교통이 아니라 자가용을 이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정책이 필요하다.

이외에 당장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면서 기후위기 시대의 불평등 확대를 막기 위해 제시되는 방안이 대중교통 무상화 혹은 정액제이다. 독일의 9유로 티켓은 직접 이러한 이론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이영수의 <독일 9유로 티켓 정책과 시사점, 공공이 미래다>(사회공공연구원, 2023)에 따르면, 독일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위기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서 2022년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간 월 9유로(약 1만2000원)로 독일 16개 연방주 내에서 (지역 간 고속열차를 제외한) 모든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정책을 실시했다'.
 
독일의 9유로 티켓 모습
 독일의 9유로 티켓 모습
ⓒ IgorCalzone1 (Wikimedia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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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독일 국민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가지고 '3개월 동안 5200만 장의 티켓'을 구매했으며, '물가 상승률 0.7% 감소, 대중교통 이용률 25% 증가, 이산화탄소 180만 톤 저감 및 대기오염 6% 감소, 교통혼잡 개선, 소득보존' 등 기후위기를 완화하고 불평등을 개선하는 다양한 성과를 냈다. 이 정책은 상설화되어 올해부터 '49유로 티켓'으로 정착되었다.

정의당은 대중교통 3만 원 프리패스 도입운동본부를 세우고 제도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이 정책은 이미 지난 여러 선거에서 정의당이 제시한 공약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수도권은 대중교통요금 반값 정책을 내걸었으며 대중교통 1만 원 프리패스를 공약으로 내 건 지역들이 있었다. 수도권 시민들의 월 평균 대중교통 비용은 7만 원대로 3만 원 프리패스제를 도입할 경우 기존의 대중교통요금 반값 정책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교통시설특별회계를 대중교통특별회계로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 프리패스제도에 공감하면서도 어디서 재원을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걱정을 한다. 정의당은 이전부터 문제 제기를 해왔던 교통·에너지·환경세를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교통·에너지·환경세는 흔히 유류세라고 불린다. 이 법에 따라 우리는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주유할 때마다 리터당 300원대에서 500원대의 세금*을 내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 법은 1994년 교통세로 도입되어 2003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기로 했으나 이후 여러 논쟁과 제도적 변화를 거치며 일몰이 유예되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 세금과 관련해서는 많은 쟁점이 있다. 2008년에는 목적세로 운영되는 방식이 재정 운영의 경직성을 초래하고 유류에 대한 과세 체계를 복잡하게 한다는 점이 지적되며 개별소비세와의 통합이 추진되며 일몰이 결정된 바 있다. 또한, 대부분을 차지하는 교통시설특별회계(아래 교특회계)**가 과도한 도로건설 등 난개발을 조장한다는 사실도 이 법의 폐지에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하지만,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계속해서 일몰이 연장되며 폐지보다는 다양한 방식의 활용론이 제시되고 있다. 교특회계의 비율이 줄어들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엄청난 금액이 남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세금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할까? 2021년의 교특회계 예산을 살펴보면, 21조 3430억 원 규모로 이 중 도로계정에 61%가 배분되는 반면 도시철도 부문은 3.1%에 불과하다. 기후위기를 악화하는 자가용 운전자가 내는 세금이 다시 도로교통 활성화를 위해 쓰이는 것이다.

그래서 정의당은 주장한다. '교통시설특별회계'를 '대중교통특별회계'로 전면 전환하자고. 기후위기와 고물가를 극복하기 위해 자가용 이용자가 아닌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재정 운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 특별회계는 3만 원 프리패스의 재원은 물론 대중교통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인프라를 구성하고, 버스 완전공영제를 도입·확대하는 데 필요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대중교통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야

바야흐로 '적자' 논쟁의 시대다. 적자와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요금을 인상하고 노인 무임승차 기준 연령을 올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문제는 그 '적자'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잘 따져 물어야 함에도 적자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적자'의 프레임에서 3만 원 프리패스 제도는 적자를 극대화시키는 제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프레임을 바꿔보자. 대중교통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아니, 보다 근본적으로 시민들이 '이동'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또한, 우리가 내는 세금은 어디에 우선적으로 쓰여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필요한 때다.

삶의 기본적인 요건인 이동마저도 돈 있는 사람, 장애가 없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권리가 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세상은 아니기에, 이러한 문제를 함께 고민해 나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정의당이 제안하는 대중교통 3만 원 프리패스 제도가 하나의 정책을 넘어 평등한 이동권 보장과 무상교통으로 나아가는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정의당의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 정책을 설명하고 있는 이현정 부대표(왼쪽)
 정의당의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 정책을 설명하고 있는 이현정 부대표(왼쪽)
ⓒ 정의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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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정세율은 휘발율는 리터당 475원, 경유는 340원이며 여기에 탄력세율을 적용.
** 제도 초기에는 100% 교특회계였으나, 2022년 68%까지 비중이 감소.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현정 시민기자는 정의당 부대표입니다.


태그:#기후위기, #3만원 프리패스, #정의당, #대중교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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