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동인천에서 찬송교회와 빈티지 음악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경(62) 목사
 동인천에서 찬송교회와 빈티지 음악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경(62) 목사
ⓒ 유창호

관련사진보기

 
아이-뷰 바로가기 (https://enews.incheon.go.kr/)

"말은 많이 들으면 거부감이 생기지만, 음악은 파도처럼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힘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지요."

동인천에서 찬송교회와 빈티지 음악카페를 운영하는 이영경(62) 목사는 동인천의 괴짜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는 9년 전인 지난 2014년 동인천에서 찬송교회를 시작했고 3년 전엔 교회 옆에 카페를 열었다.

인천 중구 인현동에 있는 카페는 누구나 들어와 감미롭고 따듯한 음악을 감상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그가 내린 커피도 공짜로 마실 수 있다. 어느새 카페는 동네 사랑방이자 놀이터로 알음알음으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목사가 처음 빈티지 음악카페를 열었던 건 경북 청송교도소 독거실 수감자들과 캄보디아에서 목회활동을 하는 선교사들을 후원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카페를 시작한 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카페 운영이 힘들어졌고 24시간 매여있어야 하기에 목회활동에도 지장을 줬다. 고육지책으로 교인들에게 카페를 하루씩 맡기기도 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자, 네사람들의 사랑방이자 자신의 놀이터로 사용하고 있다.

카페 내부는 다양한 악기와 스피커들로 빼곡하다. 일반인들은 쉽게 볼 수 없는 대형스피커, 앰프, 피아노, 기타, 색소폰, 구형라디오, 카메라, 책 등으로 발 디딜 틈 없다. 여기가 악기 박물관인지 카페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다.

막막한 타지 생활에서 위로주던 음악
 
이영경 목사가 스피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이영경 목사가 스피커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 모습
ⓒ 유창호

관련사진보기

  
"이곳은 제가 지인들과 만나 얘기도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악기도 연주하는 공간입니다. 밤에는 카페 조명이 예뻐 지나가는 사람들이 여기 뭐 하는 곳이냐고 물어보면서 들어오기도 합니다. 커피를 마시고 돈을 내려고 하면 여기 들어온 용기가 돈이라며 커피 값은 안 받았지요."

이영경 목사는 지금은 어엿한 교회의 담임 목사로 재직하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다. 학창시절은 사고뭉치에다 문제아였다. 공부는 뒷전이고 싸움질을 일삼아 어머니 속을 꽤나 썩였다. 공부는 흥미가 없었지만 중학교 때 방송반 활동은 꽤 즐겁게 활동한 기억이 있다. 종례 후 영화 <콰이강의 다리> 등의 행진곡을 틀었던 추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 진학을 하지 않았어요. 공부보다는 사회를 먼저 배운 셈이죠. 전자부품회사 공장을 다녔는데, 일을 하면서도 참고서는 꼭 싸서 다녔어요. 언젠가는 꼭 공부를 다시 하겠다는 다짐이 있었습니다.

공장 다닐 때 한 어머니가 <꽃들에게 희망을>, <아낌없이 주는 나무> 책을 선물해줬는데 그 책을 읽으면서 나도 희망적인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서 군대 제대 후 다시 책을 폈어요.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패스한 뒤 신학대에 진학했습니다."


목사안수를 받고 인천 화수동에 개척교회를 연 것은 1999년이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에서 많이 외로웠을 때 목회활동으로 한동안 잊고 있었던 앰프를 켜고 다시 턴테이블을 돌렸다. 당시 음악은 막막한 타지에서 외로움을 달래주던 친구였다.

"당시 인천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러던 중에 음악을 사랑하는 인천의 목사님들이 모여 '오맨'이라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음악을 본격적으로 다시 들었지요."

이 목사의 깊고 풍부한 음악사랑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 최근엔 동인천 음악모임에도 정기적으로 참여해 지식을 나누고 있다.

동인천 음악모임 멤버들은 배다리 헌책방 집현전·삼성당 사장, 초록한의원 원장, 작가 등으로 월 1회 모여 음악을 듣고, 이야기를 나눈다. 다들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음악을 매개로 모였지만 정작 서로의 이름, 연락처나 직업도 잘 모른 채 만나 음악 이야기를 나누는 독특한 모임이기도 하다.

이영경 목사는 스피커를 고치고 만드는 남다른 재주를 가졌다. 전문업자들도 스피커 수리를 맡길 정도다. 카페의 음악은 그가 만든 아날로그스피커를 통해 감미롭고 따듯하게 울려 퍼진다. 그에게 소리는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만의 소리를 구현하고 싶은 대상이다.

"제가 만든 스피커가 비싼 외국산보다 좋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스피커 기술로 특허를 낼까 합니다. 제가 앰프를 고치고, 스피커를 만드는 기술은 전자회사 다닐 때부터 쌓아온 실력인데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실력이 늘게 돼요. 여기에 친화력, 인내, 재능이 시간과 버무려지면 실력이 배가 되고요. 저는 1만 시간의 기적이라는 걸 믿어요."

스피커를 만들고 설치하는 출중한 기술이 있다 보니 이 목사는 작은 교회나 요양원 등을 찾아 고장 난 음향시설을 수리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작은 교회나 시설들은 음향기기를 고치기도 어려울 정도로 재정이 힘들​다. 그의 창고에도 고장난 스피커들이 가득 쌓여 있다. 고치기 힘든 스피커나 앰프 수리를 맡기러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많다.

이영경 목사는 목회활동을 하며 요양원, 교도소, 군부대 사역을 오랫동안 했다. 15년간 청송교도소 독거실 수감자들을 찾아 상담했고, 요양원을 8년 넘게 방문하며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했다.

그는 앞으로도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교류하는 삶을 살아갈 생각이다. 음악은 경계도 없고 영역도 없기에 격의 없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을 통한 이 목사의 선한 영향력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교회 옆 빈티지 카페는 그의 놀이터이자 작업공간이다
 교회 옆 빈티지 카페는 그의 놀이터이자 작업공간이다
ⓒ 유창호

관련사진보기

 
글 이용남 i-View 편집위원, 사진 유창호 자유사진가

태그:#동인천, #이영경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천시 인터넷신문 ‘i-View’는 시민의 알권리와 다양한 정보제공을 위해 발행하며 시민을 대표해서 객원·시민기자들이 콘텐츠 발굴과 신문제작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작된 신문은 뉴스레터로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