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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고 있다. 남욱 변호사가 마련한 8억4700만원 중 6억원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다. 그 전달 경로를 검찰은 남 변호사 측근인 '이○○ → 정민용 → 유동규 → 김용'으로 보고 있지만, 특히 '유동규 → 김용' 전달 상황을 뒷받침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제시되지 않고 있다. 군부독재 이후 처음으로 제1야당 당사 압수수색을 검찰이 강행하게 만든 사건, 공판 과정에서 나오는 물음표들을 하나 하나 따져본다.[편집자말]
"2021년 2월 4일, 김용 피고가 돈이 담긴 쇼핑백을 들고 가는 것을 봤다."

남욱 변호사의 말이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측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28일 6차 공판에서 발생했다. 김 전 부원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공판에서 이제까지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증언이었다. 변호인은 "수사기록에도 안 나오던" 말이라고 했다. 

남 변호사의 이날 진술은 구체적이었다. 2021년 2월 4일은, 앞서 미국에 머물다가 귀국한 뒤 정오를 기해 자가격리가 끝났던 날이라고 했다. 그래서 미용실을 갔다가 유원홀딩스를 방문했다고 했다. 그리고 정민용 변호사와 유원홀딩스 흡연실에 있던 중에 김 전 부원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만나고 돌아가는 걸 봤다고 말했다. 사실일까.

2021년 2월 4일, 정영학 녹취록 봤더니
 
2021년 2월 4일자 정영학 녹취록. 녹음일시는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다. 남욱 변호사는 28일 공판에서 이날 오후 4시에서 5시께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을 만났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2021년 2월 4일자 정영학 녹취록. 녹음일시는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다. 남욱 변호사는 28일 공판에서 이날 오후 4시에서 5시께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동규 전 본부장을 만났고,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나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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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2021년 2월 4일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이 만난 상황은 정영학 녹취록과 부합한다. 같은 날, 김만배씨와 정영학 회계사는 판교 운중동 ○○○에서 만나 저녁 식사를 같이 했다. 그때, 김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만배 : "유동규는 오늘 남욱이 만난대. 남욱이한테 그거 하는 것 물어본다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면 땡큐지 뭐, 우리는. 응? 법률적인 리스크는 남욱이가 져야지. 그 이유가 남욱이는 받을 수도 있는 거다 이거지. 그런데 남욱이가 유동규를 주지 않을 것이고. 남욱이는 유동규는 투자로 해 달라는데, 투자로 해줬다가는 죽는대."

정영학 : "예..."


남 변호사는 28일 공판에서 유원홀딩스에 방문한 시각을 "오후 4시나 5시로"로 특정했다. "흡연실이 서쪽이었는데 해가 떨어질 때였다"고도 했다. 김씨와 정 회계사의 판교 운중동 ○○○ 대화가 녹음된 시간은 오후 6시 30분부터 8시까지다. 녹취록에는 김씨와 유 전 본부장이 통화하는 상황도 나타난다. 녹취록 상으로는 남 변호사와의 논의 내용을 유 전 본부장이 김씨에게 설명하는 상황이다. 

종합하면 남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이 오후 4시나 5시에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그 결과를 유 전 본부장이 김씨에게 오후 6시 30분 이후 전화로 알려줬다는 것이 된다. 물음표가 생기는 것은 두 사람 사이의 통화에서 남 변호사의 28일 공판 진술 관련 내용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욱 진술과 배치되는 김만배-유동규 통화
 
남욱 씨가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욱 씨가 2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불법 정치자금·뇌물 수수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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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공판에서 남 변호사는 "그날은 몰랐지만 그 후 김만배씨가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1월 30일경에 준 현금 1억 원 중 일부가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된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이 자신에게 그렇게 얘기했다는 것이었다. 김 전 부원장 측 신문 과정에서는 "직접 그 안(쇼핑백)에 있는 돈을 본 적은 없다"고는 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김 전 부원장 측 변호인이 "너무 확실히 말한다"고 할 정도로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의 '전언'을 확신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정영학 회계사와의 저녁 식사 도중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과 나눈 통화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녹취록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김만배 : "잠깐. (전화통화) 어, 동규야. 음음. 하기로 했어? 음. 음. 돈 문제 가지고 얘기하기 싫은 놈이 왜 그랬어. 음. 뭘 넘겨, 내가? 니가 하자는 대로 한 거지, 무슨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아, 니가 욱이한테 통해서 받으면 된다고 지난번에 그랬으니까, 형이 그... 아, 저번에도 그랬잖아. 한 달 전에. 아니. 무슨 말을 해? 니가 그랬잖아. 음음, 음음. 어떻게? 얘기해봐. 그러면 나한테 일체 그것이 잘됐다 못됐다 이런 얘기하면 안 돼. 못 받아도 그만, 잘 받아도 그만, 법률적으로도. 그래, 그래. 그러면 걔가 나한테 소송을 넣으라고 그래. 아, 걔가 전화하면 받을게 내가. 전화 오면 그렇게 한다니까, 절차를. 그것 뭐 그냥 그냥 쉽게 되는 거지. 그래, 그래, 알았어. 음∼ 음∼. (통화 마친 것으로 추정, 기자 주) 법률적으로 되면 그렇게 한다고. 무슨 말인지 알지? 우리는 그냥 하청업체야. 그래서 내가 그랬어."

정영학 : "네."


남 변호사 증언대로라면 통화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을 건넨 정황이 드러나는 것이 상식적이다. 하지만 김씨의 입에서는 그와 관련한 반응이나 발언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통화를 마치고 곧바로 이어지는 정 회계사와의 대화 내용에서도 마찬가지다. 

김만배 : "지금까지 쓴 비용을 제하고 본인이 600억만 가져간대, 응? 그래서 내가 그랬어. '700억 줄게. 700억 주는 데서, 니네들이 모르는 돈이 나갔어' 무슨 말인지 알지? 그리고 또 나가게 될 수도 있어. 그거는 영수 처리도 못하고 세금 처리도 못하면 응? 우리 한 400억 정도까지는 될 수 있어. 그러니까 본인이 600억만 가져가겠대. '아니 형이 700억 줄게. 700억 주는데, 거기서 남욱이 거를 공식적으로 빼. 60억. 응? 그리고 (..) 5억 준 거에 대해서 내가 회사에서 빌려간 것까지 다블로 (..) 10억으로 쳐서, 그래서 70억 공제하고 630억을 남욱이가 소송을 넣으라고 그래. 그러면 소송에서 조정하는 걸로."

정영학 녹취록 vs. 3월 28일 검찰 신문
 
2021년 2월 4일자 정영학 녹취록. 김만배씨는 "유동규가 오늘 남욱을 만난다"고 했고, 녹취록에 따르면 얼마 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통화를 했다.
 2021년 2월 4일자 정영학 녹취록. 김만배씨는 "유동규가 오늘 남욱을 만난다"고 했고, 녹취록에 따르면 얼마 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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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학 녹취록에 따르면, 앞서 '대장동 일당' 사이에서는 유 전 본부장 지분을 전달하는 방법으로 ①유 전 본부장에게 직접 배당하는 방법, ②김씨가 배당 수령 후 유 전 본부장에게 증여하는 방법 ③남 변호사가 천화동인 1호 소유권 소송 후 받은 소송조정 합의금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하는 방법 ④유 전 본부장이 회사를 설립하면 김씨가 투자 형식으로 지급하는 방법 등이 논의됐다. 2021년 2월 4일자 정영학 녹취록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만나 이들 방법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던 정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28일 공판에서는 남 변호사와 검찰 측 사이에 이와 같은 정황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녹취록상에 나타났던 유 전 본부장과 김만배씨와의 통화 내용과도 상당히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그날 유원홀딩스를 갔던 이유와 관련한 검찰 측의 남 변호사 신문 내용이다. 

A검사 : "증인은 김만배로부터 돈을 받지 못한 유동규가 증인에게 해결해달라고 부탁할 것을 예상하고 간 것이 맞나."

남욱 : "예상하고 갔다."

A검사 : "2월 4일 유원홀딩스 갔을 때 유동규가 증인에게 김만배와 화해하고 만나보라고 했나."

남욱 : "그렇다."

A검사 : "뭐라고 했나."

남욱 : "알겠다고 했다."

A검사 : "화해할 이유가 있었나?"

남욱 : "제 입장에서는 특별히, 사실 저는 안 보려고 했는데, 유 본부장이 일단은, 본인 생각으로는 제가 시끄럽게 할 수 있으니까 화해하라고 한 것 같다. 두 번째는 최종적인 428억에 대한 돈을 받는 방법이나 과정을 나한테 부탁하려고 한 것 같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서 화해하라고 했다."

A검사 : "결국 당시에는 유동규씨가 김만배로부터 돈을 받지 못하고 있어서 중간에서 해달라는 이런 말을 굳이 하진 않았지만."

남욱 : "그 날은 안 했다."

A검사 : "그 날은 안 했지만 증인은 어쨌든 2020년 10월경에 유동규로부터 김만배가 돈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고 또 정민용씨도 그 문제로 유동규씨가 지금 찾는다고 알려줬기 때문에 증인 입장에서도 유동규가 김만배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도록 증인이 도와주길 원한다고 알고 있었고, 그런 의미로 받아들였던 건가."

남욱 : "그렇다."


"그 돈이 그 돈"... 남욱 진술의 파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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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남 변호사는 당시 김 전 부원장이 받아간 돈이 김만배씨가 유 전 본부장 측에 약속했다는 대장동 수익금 428억 원 중 일부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A검사에 이은 B검사의 신문을 통해서다. 남 변호사의 증언은 다음과 같이 보강됐다. 

B검사 : "그 돈이 왜 김용한테 전달됐는지 혹시 아는가?"

남욱 : "나중에 유동규로부터 들은 얘기는 428억 중 일부, '그 다음에 김만배씨가 더 이상 현금을 만들어 줄 수 없다', '그래서 나는 올해만 이걸 주겠다' 이 얘기를 나중에 유동규한테 들었다. 김만배도 그 후 '걔네들 돈 못 해준다. 나는 더 이상 현금 만들어줄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 '그 돈이 그 돈'이라는 걸 다 인지하게 됐다. 경선 자금과는 별개의 자금이다. 그게 사실은, 경선 자금을 제가 드리게 된, (김 전 부원장이)돈 갖고 나가는 장면을 본 게, 상당히 영향을 미쳤다. '아, 저렇게, 지금 실제로 선거를 위해서 뛰고 있고 돈이 오가고 있구나'라는, 경선자금을 드리는 데 영향을 줬다, 그때 그 일이."


"그 돈이 그 돈이라는 걸 다 인지하게 됐다." 

이 말은 곧, 앞서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하는 과정에서 뺀 '428억원 약정' 의혹을 뜻한다. 결국 검찰은 남 변호사 입을 통해 428억 원 약정 의혹과 김 전 부원장 정치자금 공판을 적어도 이날 하나로 묶어버린 것이다. 일종의 '성동격서'다. 29일 시작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공판은 물론, 향후 진행될 이 대표 재판에 어떻게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김 전 부원장에게 돈이 전달된 날짜까지 특정됐다. 남 변호사가 마련한 돈 8억4700만원 중 6억원이 유 전 본부장을 통해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지만 여태까지 그 날짜가 구체적으로 특정된 적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남 변호사는 "별개의 돈"이 2021년 2월 4일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검찰과 변호인 측 간 진실공방이 더 구체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당사자인 유 전 본부장, 그리고 김만배씨가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당초 검찰 공소 내용에 없는 남 변호사 증언에 대한 재판부 판단 역시 중요하다. 김 전 부원장에 대한 공판은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태그:#남욱, #유동규, #김용 공판, #김만배, #대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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