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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포커스>는 언론계 이슈에 대한 현실진단과 언론 정책의 방향성을 모색해보는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기자말]
지난 2021년 인가를 받은 통일TV는 이듬해 KT 올레TV(현 지니TV)와 방송공급 계약을 맺고 262번으로 첫 방송을 내보냈다. '북녘의 하루', '생생북녘', '지혜의 샘터' 등을 제작 방영해왔다. 통일TV 송출중단 관련 SBS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2021년 인가를 받은 통일TV는 이듬해 KT 올레TV(현 지니TV)와 방송공급 계약을 맺고 262번으로 첫 방송을 내보냈다. '북녘의 하루', '생생북녘', '지혜의 샘터' 등을 제작 방영해왔다. 통일TV 송출중단 관련 SBS 보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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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하나가 사실상의 폐쇄 조치를 당했다. 일방적인 방송 송출중단 조치를 당한 것인데, 신문사로 치면 '강제폐간'이라고 할 수 있다. 결정 자체도 문제지만 절차도 문제투성이다. 그런데 관련 보도도 별로 나오지 않는 등 언론계는 별 반응이 없다.

방송·신문은 물론이고 이를 문제 삼고 지적하는 언론단체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다행스럽게도 이 글을 고쳐 쓰기 몇 시간 전인 1월 29일 오후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통일TV 내쫓고 천공방송 편성한 KT, 미등록 JBS 퇴출하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천공 방송'과 별개로 그 전에 통일TV 축출에 대한 규탄이 나왔어야 마땅했다고 본다). 송출중단 조치도 이해할 수 없지만 언론계 대응도 납득할 수 없다. 지금 한국 언론계의 한 현실을 보여주는 모습이며,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예고하는 단면이기도 하다.

"'오랜 분단으로 인한 민족공동체성 상실과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남과 북의 평화와 화해협력에 기여함을 설립목적'으로 5년여 간 준비해 출범했던 통일TV가 5개월째 해온 방송을 중단하게 된 데에는 단 2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KT 올레TV(현 지니TV)는 지난 1월 18일 오후 5시 서면으로 통지하고는 7시에 방송 송출을 끊었다."

'30년 케이블방송 역사상 초유의 경우'라는 것이 진천규 통일TV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8월부터 평화통일문화정보 전문방송으로 24시간 송출해온 이 방송을 일방적으로 끊기 전에 어떤 주의나 경고 조치도 전혀 없었다고 한다. KT가 공문을 통해 알려온 것은 "김정은 찬양의 내용과 북한체제 우월성 선전 등 법적, 사회적, 국가적 공익을 저해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송출"한 것이 계약 해지 및 송출중단의 사유라는 것이 다였다(관련 기사: "2시간만에 끊겨" KT의 통일TV 송출 중단은 시대착오적 https://omn.kr/22hfu ).

"5년간 준비한 방송, 2시간 만에 일방 중단"... KT의 결정이 맞는가 

그러나, 이게 KT 단독의 결정인지부터가 나는 의문이다. KT가 인사나 운영에서 정부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기업이라는 점에서도 그렇고, 윤석열 정부가 보이는 언론에 대한 개입과 압박, 나아가 압박 이상의 억압의 흐름, 거의 사문화된 국가보안법을 끄집어내고 있는 최근 상황 등을 종합할 때 의문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이를 전하는 언론의 보도는 애매하다. 이 소식을 전하는 SBS 기자는 해당 기사(링크)에서 "(과거) 과기부는 국가보안법 위반 소지와 남남갈등을 우려해 통일TV에 대한 등록 불가 판정을 내렸는데, 지난해 5월, 세 번째 신청 후 등록 허가를 내줬다. 과기부는 '통일TV 측이 사업계획서를 수정·보완해 제출했다'고 이유를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개선됐는지 밝히지 않았다"라고 보도하는 등, 애초 통일TV가 방송 사업자로 등록 허가를 받은 것부터 문제가 있다는 듯한 애매한 뉘앙스로 보도했다. 

거기다 "어떻게 정상 채널로 편성되어 반영됐는지 의구심이 든다(김영식 국민의힘 의원)"는 여당 국회의원의 발언까지 충실하게 전한다.

  
 통일TV 송출중단 관련 김영식 국회의원 발언을 보도한 SBS 뉴스화면 갈무리
  통일TV 송출중단 관련 김영식 국회의원 발언을 보도한 SBS 뉴스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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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한 통일TV 측의 설명을 들어보자.

"(통일TV는) 아직 국가보안법이 살아 있는 조건도 감안해, 국가보안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북에 대한 많은 정보와 지식을 전하는 의미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으려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방송 내용에 매우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 왔다는 설명에서 그간의 노심(勞心)과 초사(焦思)도 읽을 수 있다. 그런데도 KT는 어느 부분이 어떤 법률을 위반했는지, 무엇이 공익을 해쳤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무조건 체제선전 내용을 담고 있다며 송출을 중단했다는 것이다. 

지난 29일 보도에 따르면 통일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북한 <로동신문> 열람 가능 장소를 확대하는 등, 현재는 일반인 접근이 어려운 북한의 신문을 시범 공개하기로 했다. KT의 이번 송출 중단 결정은 이같은 정부의 방향성과도 배치된다.

'변방 매체'라며 남의 일 보듯 할 것인가

통일TV에 닥친 사태는 한국 언론을 시험에 들게 하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는 일관되게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던 윤석열 정부가, 특히 유능하며 체계적인 면모를 보이는 부문 중 하나가 언론에 대한 개입과 억압이라고 본다.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억누르는 데서는 전방위로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거의 다 활용하고 있다고 보인다.

그러나 언론계 대응은 어떤가. 언론계는 정부의 언론탄압에 대해 일치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에 대해 범 언론계가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은 언론탄압에 맞서는 단합을 잠깐 보여줬지만, 한편으론 한계를 내보인 사례이기도 했다. 언론계는 이후 <더탐사>에 가해진, 거의 전례 없는 10여 번의 압수수색에 대해 사실상 침묵했다. 신생 매체, 주변부 매체의 수난에 대해서는 거의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MBC 사태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기자단은 사실상 방관자적 태도를 취했다고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이라는 유력 매체에 가해지는 탄압에 대한 대응이 이런 정도인 상황이니 통일TV나 더탐사와 같은 소규모, 신생매체에 대해서는 사실상 '언론계 밖'의 일로 취급하는 것인가.

권력의 언론에 대한 압박과 탄압은 점점 더 치밀해지고 전면화되고 있다. 그러나 언론계에는 과연 그런 상황에 대한 긴박감이 있는가. 이번 통일TV 사태를 변방 언론의 외로운 싸움으로 놔둘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통일TV 문제'가 아니라 '한국언론의 문제'다.
 
통일TV 홈페이지 첫화면 갈무리. 오른쪽 진천규 대표
 통일TV 홈페이지 첫화면 갈무리. 오른쪽 진천규 대표
ⓒ 통일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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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이명재 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입니다.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에도 실립니다.


태그:#통일TV, #송출 중단, #국가보안법, #KT, #지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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