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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잠을 자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좋은 잠을 자기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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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습관으로 건강한 잠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은 어떻게 보면 상식적이고 당연한 말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하고도 단순한 사실 몇 가지가 불면증 치료의 중요한 원칙이 된다는 것도 알고 계시나요? 불면증의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좋은 잠을 자기 위한 습관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해야 합니다. 

▲잠이 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잠이 들고 나서 자주 깨는 경우 ▲너무 일찍 깨서 잠의 양이 부족해지는 것 모두 불면 증상입니다. 이 때문에 낮에 활동할 때 피로감을 느끼고, 기억력과 주의력이 떨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문제가 3개월 이상 지속됐다면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임상적인 불면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불면증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차적인 치료는 스스로 잠을 잘 수 있는 몸과 마음의 상태를 만들어 가는 방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를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라고 하는데요. 여러 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는 이 치료기법 중에서 두 가지 중요한 요소인 '수면제한(sleep restriction)요법'과 '자극조절(stimulus control)요법'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이 방법들은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불면증 치료에서 중요한 원칙이 됩니다.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 환경의 변화나 일상적 스트레스로 인해 일시적으로 경험하는 불편함 수준의 불면 상태에도 좋습니다. 평소 수면의 질이 떨어져 깊은 잠을 못 자 불편함을 겪는 경우에 적용했을 때도 큰 도움이 되는 방법들입니다.

뇌 생체시계 제자리로 맞추기(수면제한) - 양보다 밀도
     
첫 번째는 우리 뇌의 생물학적 생체시계를 제자리로 맞추는 방법인 수면제한 요법입니다.

'아니, 가뜩이나 잠을 못 자서 힘든데 잠을 줄이라니?' 하는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이 방법은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잠을 못 자면서 누워있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입니다.

불면증의 상태에서는 잠들기까지 걸리는 오랜 시간, 중간에 깨서 뒤척이는 시간 등 잠을 못 자면서 누워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납니다. 다음 날 중요한 약속이 있으면 평소보다 더 일찍 누워 잠들기까지 하염없이 보내는 시간이나 주말에 더 늦게까지 누워있는 경우도 포함되지요.

잠자리에 머무는 시간은 늘어나지만, 그 시간 가운데 실제 잠을 자는 시간의 비율은 떨어지는 것입니다. 불면증에 있어 수면시간(양)보다 중요한 문제가 수면효율(밀도)의 저하입니다. 불면증을 악화시키고 지속되게 하는 결정적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어긋나 있는 뇌의 생체시계가 정상적인 잠을 자는 기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잠을 못 자면서 누워있는 시간을 엄격하게 제한해야 합니다. 우선 아침 기상 시간을 아주 일정하게 그리고 철저히 지켜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생물학적으로 생체시계 회복의 기준점은 잠드는 시간이 아니라 기상 시간에 있기 때문입니다. 기상 시간을 고정한 채로 잠자리에 머무는 시간을 줄이려면 한시적으로라도 잠자리에 드는 시간을 늦춰야 합니다.

일찍부터 누워서 한참을 못 자는 경험이 반복되는 것이 오히려 불면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잠이 쏟아질 때까지 침대가 아닌 장소에서 버티다 들어가기를 지켜가 봅니다. 2~3일 만의 시도로는 피로도만 높아지고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긴 호흡으로 최소 2주 이상 꾸준히 지켜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상의 원칙을 간단히는 '잠자리에 누워있는 시간은 줄이지만 누워있을 때만큼은 깊은 잠을 잔다'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이를 계속 지켜가다 보면 긴 시간의 얕고 조각 나 있던 잠이 압축돼 고밀도의 잠으로 바뀌는 변화가 생깁니다. 그다음 수면의 양이 뒤따라 돌아오기 시작합니다.

정상적으로 잠을 자는 습관 길러주기(자극조절) -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우리 뇌에 정상적인 수면 습관을 길러주려면 침대 위의 습관을 바꿔야 한다.
 우리 뇌에 정상적인 수면 습관을 길러주려면 침대 위의 습관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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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우리 뇌에 정상적인 수면 습관을 길러주는 자극조절요법입니다. 여기에는 잠을 못 자고 괴로웠던 상황, 시간, 장소 사이에 나쁜 연결고리가 형성된 상태(조건화)가 불면증을 지속하는 강력한 원인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너무 피곤하고 잠이 오는 것 같아서 잠자리에 들어갔더니 오히려 잠이 확 달아나거나 긴장되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악순환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잠과 관련된 상황, 시간, 장소 사이의 좋은 연결고리 다시 만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수면제한 요법과 종합해서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지켜가는 것입니다.

1. 아침에는 항상 일정한 시각에 기상한다. 
2. 잠자리에서는 잠만 잔다.(침대에서는 TV, 스마트폰 금지)
3.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지 않고 매우 졸리는 느낌이 들 때 잠자리에 들어간다.
4. 잠들기 힘들 때는 잠자리에서 나와 다른 장소로 이동한다.
5. 낮잠을 피한다. 


잠자리에서 TV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 누워서 일과 관련된 생각에 사로잡혀 있거나 걱정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는 경험 모두 뇌에게 좋을리 없습니다. 이런 습관이 반복되면 우리 뇌는 더욱 더 잠자리에서 잠을 안 자는 습관에 익숙해집니다. 잠자리에서는 잠만 잔다는 원칙은 이러한 나쁜 습관을 끊고 정말로 잠을 잘 수 있을 때만 침대에 눕는다는 걸 뜻합니다.

예를 들어 잠이 오지 않는데 계속 침대에 누워 잠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침대 밖에서 졸음이 쏟아질 때까지 버티다 눕는 것이 좋습니다. 자려고 누웠는데 잠이 안 오거나 중간에 깨서 다시 잠이 오지 않을 때(시계를 보지 않고 대략 15분)는 차라리 침대 밖으로 나와 어두운 조명 아래 앉아서 명상, 이완요법, 가벼운 독서 등 뇌의 긴장도가 떨어질 만한 활동을 하다가 다시 잠이 쏟아질 때 침대에 가서 눕습니다.

이렇게 잠자리에 있을 때는 실제로 잠을 자는 경험을 뇌에게 반복시켜 주며 다시 좋은 연결고리를 형성시켜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기억해야 할 것은 수면제한요법, 자극조절요법 등의 원칙들은 인내를 가지고 2주 이상 꾸준히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그제야 효과가 서서히 나타납니다. 그런데도 불면증 때문에 힘들다면 보다 체계적인 도움이나 치료를 권합니다. 모든 분의 좋은 잠과 편안한 밤을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손홍석 살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입니다. 이 글은 은평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수면,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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