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글쓴이 용혜인은 기본소득당 상임대표입니다. 이태원참사 국정조사 특위에서 위원으로 활동했습니다.[편집자말]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해 마스크를 벗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애초부터 이태원 참사에 대한 경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책임은 추궁하지 못하는 '꼬리자르기식' 수사가 될 확률이 높았다. 그러므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반드시 이상민 장관의 책임을 밝혀내고,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의 단초를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이상민 장관은 국정조사 내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말로 일관하며, 재난 주무부처의 책임을 회피했다. 

지난 국정조사 2차 청문회는 이상민 장관이 출석하는 마지막 자리였고, 장관의 법적 책임을 밝혀낼 마지막 기회이기도 했다. 이번에도 이 장관이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명확히 법률에 근거한 추궁을 해야 했다. 청문회 당일까지 보좌진들과 깊이 상의한 끝에,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했냐'는 질문을 시작점으로 삼았다. 

법률상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할 책무'가 있다. 다중운집 사회재난이라는 참사의 특성상 이태원참사의 재난관리주관기관은 '행정안전부'다. 만약 장관이 참사 당시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하지 않았다면 재난안전법 시행령 위반이고,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했다면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서 법적 책임을 방기한 것에 가깝다. 어떤 답변을 하든, 이상민 장관의 재난안전법 위반은 명확해진다.

수십초 만에 말 바꾼 이상민 장관, '재난안전법 위반' 인정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1월 6일 이태원참사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이태원참사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이상민 장관에게 질의하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1월 6일 이태원참사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 국회 영상회의록시스템

관련사진보기

 
12시간 넘는 청문회 끝에, 이상민 장관의 거짓말과 법적 책임을 밝혀내는 순간이 있었다. 국정조사 내내 '책임회피' 일관하던 이상민 장관은 마침내 막다른 길목에 몰렸다. 
 
용혜인 위원 : "이태원 참사, 최초로 인지했다던 23시 20분에 재난관리주관기관 정하셨습니까?"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 "정하지 않았습니다."
용혜인 위원 : "재난안전법 시행령에 따르면, 행안부장관이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것 시행령 안 지키신 것 맞지요?"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 "아니, 행안부가 주관기관이 된 거라니까요, 안 지킨 게 아니라."
용혜인 위원 : "그거 언제 정하셨는데요? 아까 안 정하셨다면서요?"
행정안전부장관 이상민 : "그렇게 말씀 안 드렸는데요. 바로 정한 거지요."

질문과 답변 그대로다. 이상민 장관은 "(주관기관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가, "바로 정했다"며 수십 초만에 말을 바꿨다. 한 치의 거짓도 용납되어서는 안 될 국정조사장에서, 순식간에 위증을 한 것이다. 
 

만약 이상민 장관 말대로 이 장관이 행정안전부를 재난관리주관기관으로 정한 게 맞다해도, 책임은 피할 수 없다. 이상민 장관은 재난관리주관기관의 장으로서 재난이 발생할 '우려'만 있어도 신속하게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를 설치했어야 한다. 또한 참사를 인지한 즉시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라 조치했어야 한다. 그러나 장관은 이중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장관이 '행정안전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이라고 밝힌 순간은, 그렇다면 재난안전법 위반을 자백한 순간이기도 했다.
 
특히 이태원참사는 위기경보 '심각' 수준의 재난이다. 통상적인 위기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유관기관 간 협조체제 유지 ▲범정부적 대책기구 운영 ▲피해자 가족 연락체계 구축 등의 책무를 이행했어야 한다.

이상민 장관은 당일 질의에서 '위기경보 심각경보 발령 시 필요한 조치가 뭐냐'고 묻자, 몇 초간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간신히 '중대본'을 언급했다. 위기관리 매뉴얼 자체를 몰랐으니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했을 리가 없었다. 이상민 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연락을 하지도, 중대본을 빠르게 설립하지도 않았다. 심지어 마지막 청문회에서조차 유가족 연락처를 '몰랐다'고 발뺌했다.

이처럼 법과 매뉴얼을 위반했다는 명백한 증거가 나왔는데도 이상민 장관은 책임을 부정했다. 이 장관은 "중수본의 장으로서 왜 아무것도 하지 않았냐"는 조응천 위원의 질의에, "행정안전부가 중수본을 맡으면 보통 중대본을 '바로' 구성한다"고 답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이상민 장관의 이 답변은, 장관이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았으며, 나아가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다.

만약 중대본이 '중수본'을 대체하는 것이었다면, 이상민 장관은 재난의 우려만 있어도 중대본을 신속하게 설치했어야 한다. 이상민 장관이 국정조사 내내 주장한 것과 달리, 중대본은 참사 인지 직후 '바로' 구성했어야 할 '촌각을 다투는 문제'였던 것이다. 또 장관의 주장과 달리, 이태원참사의 중대본은 재난의 '수습'이나 '총괄 조정'만이 아니라, 중수본의 역할인 '예방', '대응' 등을 망라하는 총체적 책임을 가지고 있었다. 

사참위 권고안도 제대로 모르던 이상민 장관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분향하는 모습.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된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방문해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분향하는 모습.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이태원참사의 책임자 처벌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청문회 이후 일주일 뒤, 특수본은 결과를 발표했지만, 이상민 장관을 비롯한 '윗선' 인사들에게는 무혐의 등의 처분했다. 여당 국조특위 위원들은 마지막까지 이상민 장관에 대한 고발을 "참사의 정략적 이용", "이상민 장관 찍어내기"라고 호도하며, 장관 방탄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상민 장관은 재난안전 주무부처의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지난해 9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종합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나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으로서 이상민 장관에게 "사참위 권고안의 적극적인 이행"을 꾸준히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권고안의 내용조차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몇 개월 뒤 이태원참사 이후 현안질의에서 만나 그에게 권고안을 검토했냐고 물어보자, 그는 여전히 '검토 중'이라는 영혼없는 답변만을 남겼다. 이쯤되면 그는 참사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 필요한 정부의 역할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것을 넘어, 관심 자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지난 참사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사람을 재난안전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장관으로 둘 수는 없다. 국조특위 청문회로 이상민 장관의 재난안전법 위반이 명확해졌고, 탄핵을 비롯한 정치적 책임을 물을 근거가 생겼다. "정무적 책임도 책임이 있어야 묻는 것"이라며 장관 감싸기에 급급했던 윤석열 대통령이, 이제는 결단해야 한다. 참사에 명백한 책임이 있는 이상민 장관을 경질하고, 진심어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과정을 약속할 필요가 있다.

이상민 장관의 법적, 정치적 책임을 묻는 것이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의 시작이라고 본다. 대통령이 이 장관 경질에 나서지 않는다면, 국회와 국민이 나서서 그의 탄핵을 요구할 것이다. 

국정조사는 끝났지만, 국회의 책임은 더욱 막중하다. 못다 한 진상규명을 완수하고, 제대로 된 책임자 처벌을 이행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2월 임시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과 이태원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특별법이 논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관련 기사]
국정조사 결과보고서, 국힘 거부로 야3당 단독 채택... '이상민 책임론' 명시 https://omn.kr/22ec4
이상민 장관의 실토, 잘못이 확실히 확인됐다 https://omn.kr/22bk2

댓글4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6,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윤보다 인간인 사회를 꿈꾸며, 발딛고 서있는 곳을 바꾸고자 합니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