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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하고 있다.
▲ 대구 동화사 방문한 나경원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17일 대구 동구 팔공총림 동화사를 방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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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孤立無援)이다. 당권은커녕 그간 쌓아왔던 정치적 입지마저 흔들리는 형국이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출마를 고심 중인 나경원 전 의원의 현 상황이다.

그가 당권도전을 암시하면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 대한 사의를 표명했을 때만 해도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관계자)' 측의 거친 견제구에 대통령실의 '사의 수용 아닌 해임' 통보까지 나오자, 오히려 지지층의 동정론이 거꾸로 붙고 있단 평가가 안팎에서 나왔다. 나 전 의원은 '본인에 대한 해임 조치가 윤 대통령의 의중이 아니라 대통령 주변 참모들의 왜곡된 보고 때문일 것'이라며 윤핵관 등에 대한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나 전 의원) 해임은 대통령의 정확한 진상파악에 따른 결정이다. 대통령께서 나 전 의원의 그간 처신을 어떻게 생각하실 지는 본인이 잘 알 것"이라는 입장문을 내자, 상황이 돌변했다. 사실상 대통령실이 '윤 대통령이 직접 나 전 의원을 내친 것'이라고 알린 꼴이기 때문이다.

곧장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대통령을 끌어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정진석 비대위원장)"는 당내 비판이 나왔다. 당 초선의원들은 아예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집단 성명까지 냈다.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나 전 의원의 지지율 그래프는 하락세를 탔다.

더 큰 문제는 '건물 투기설'과 '남편 대법관설'이다. '당심(당원들의 마음)' 혹은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을 둘러싼 앞서의 공방들과 달리, 위 두 가지 사안은 진영과 정파를 초월해 나 전 의원에게 '흠결 있는 정치인'이란 꼬리표를 붙이는 의혹들이기 때문이다.

장관 입각 불발 때부터 나돌던 신당동 건물 투기설 

'나 전 의원이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서울 중구 신당동의 건물을 통상보다 높은 은행 대출을 받아서 샀다가 수십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내고 팔았다'는 소위 '건물 투기설'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윤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선후배 사이인데다 사법시험 준비도 한 고시원에서 함께 한 '사적 인연'이 있는 나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 출범 전후 여러 부처 장관 후보로 물망에 올랐지만 끝내 발탁되지 못한 이유로 정치권 안팎에 나돌았던 소문이기 때문이다.

나 전 의원이 해당 건물을 샀다가 팔았던 건 맞다. 2022년 관보에 실린 배우자 김재호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재산공개내역을 보면, 나 전 의원은 부부 공동 명의로 가액 54억 7500만 원의 서울 중구 신당동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부동산 매입 자금 명의로 시중 은행 2곳에서 약 43억6900만원 상당의 채무가 증가했다.

매각시점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이다. 2022년 5월 2일 "나경원 전 의원 신당동 빌딩… 1년 만에 '원가수준' 되팔아"란 제목의 <매일경제> 보도를 보면, "나 전 의원은 2022년 4월 22일 남편과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신당동 소재 빌딩을 59억 5000만 원에 매각했다"고 돼 있다. 또한, "해당 건물을 매입 당시 42억 원가량을 은행 대출로 조달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매입 시 취득세 등 부대 비용과 대출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나 전 의원이 거의 원가 수준에 빌딩을 재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짚었다.

당권 도전과 맞물려 재점화... 친윤의 또 다른 시그널?

지난해 4월에 팔린 건물이 전당대회 이슈 한복판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대통령실·친윤그룹의 '윤심몰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고조되면서다. 

김성태 국민의힘 중앙위원장은 지난 13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와 한 인터뷰에서 "나 전 의원을 외교부 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등 여러 자리 이야기가 있었고 실질적으로 구체적인 진행 절차도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본인이 (입각 불발 이유를) 제일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나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게 된 데 대해서도 "장관 자리는 국회에서 청문 동의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저출산 부위원장은 국회 청문 절차가 없이도 임명이 가능한 자리"라며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유추해서 판단해 보면 된다"고도 말했다.

사실상 나 전 의원에 대한 인사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는 취지였다. 여기에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이 제대로 불을 붙였다. 지난 17일 본인 페이스북에 "들리는 말로는 검증과정에서 건물 투기 문제가 나왔다는데, 사실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그것부터 해명 하는 게 우선 순위가 아닌가?"라며 '건물 투기설'을 본격 제기했다.

홍 시장은 18일엔 다시 페이스북에 "부부가 좋은 의미로 부창부수 하는게 아니라 오로지 출세 욕망으로 부창부수 한다면 그건 참 곤란하다"면서 윤 대통령과 대학 동문이자 나 전 의원의 배우자인 김재호 부장판사가 차기 대법관에 내정돼 있다는 '남편 대법관설'도 본격 제기했다.

그런데 이 역시 이미 지난해부터 서초동 안팎에서 나오던 소문이다. 이마저도 나 전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와 연관된 얘기였다. 지난해 10월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과 기후환경대사로 임명된 나 전 의원 입장에서, 본인 배우자마저 차기 대법관으로 내정됐다고 하는데 당권 도전에 나설 수 있겠느냐는 당 안팎의 말들이 오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론 소문의 진위 여부를 떠나 모두 나 전 의원을 주저앉히기 위한 정치적 압박으로 읽힐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대통령과 대통령실, 윤핵관의 압력이 더 세질 것 같다. '그렇게 출마하지 말라고 우리가 신호를 줬는데 당신(나경원)은 아직도 착각하고 있는 거야? 그러면 우리가 다른 방법을 쓰겠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나경원 의원이 장관이 못 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그러니까 어떤 법적인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이러한 공격이 슬슬 나올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1600만 원 차익도 투기냐... 마타도어 만드는 이들이 간신"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0.14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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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전 의원 측은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입장문 직후 예정됐던 일정을 취소하고 당권 관련 메시지를 최소화한 것과 별개로, '건물 투기설' 등 관련 의혹들에 대해 적극 반박하는 중이다. '윤심' 논란과는 거리를 두면서 다른 방면으로 본인에게 흠결을 내려는 시도는 단호히 맞서고 있는 셈.

나 전 의원을 돕고 있는 박종희 전 의원은 19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한 인터뷰에서 "(홍준표 시장이) 신당동 상가 건물을 샀다 파는 과정에서 있었던 걸 얘기하는 것 같은데 취등록세라든가 양도세 같은 비용을 빼면 1600만 원의 이득이 있었던 것. 이걸 투기라고 할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이) 무슨 다운계약서를 썼네, 대출을 과도하게 받았네' 이런 얘기들이 돌고 있다"며 "이런 근거 없는 마타도어를 계속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간신이다"고 덧붙였다.

나 전 의원은 이날(19일) '남편 대법관설'을 겨냥한 홍 시장의 '부창부수' 발언에 대해서는 본인 명의의 입장문까지 냈다. 그는 "홍준표 시장의 부창부수 발언은 전혀 근거 없는 허위 주장"이라며 "가족까지 공격하는 무자비함에 상당히 유감이다. 홍 시장께서는 그 발언에 대해 분명히 책임지셔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 전 의원 측은 지난 18일엔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직을 둘러싼 당내 논쟁에 대한 팩트체크 자료도 기자들에게 배포했다. 자신은 일부 당내 인사들의 주장과 달리 해당 직을 달라고 한 적 없고, 부위원장직은 당직과 겸할 수 있는 직책이란 취지의 내용이었다.

나 전 의원의 이런 행보를 볼 때, 아직 그의 당권도전 의지는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나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순방 이후 당대표 출마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윤 대통령의 귀국까지 이틀 남았다. 

태그:#나경원, #건물 투기설, #남편 대법관설, #윤석열 대통령, #3.8 전당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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