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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위한 온라인 화상 통화를 시작하기 전, 그에게 전화로 화상 대화 참여 방법을 설명하며 인터뷰는 시작됐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든 지 2년이 됐지만, 여전히 답글 기능을 익히지 못한 그는 일명 '기계치'다. 그럼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페이스북에 접속한다. 서울여자대학교 학생들의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함이다.

매일 아침 항상 같은 메시지로 생일 축하 글을 남긴다. 벌써 15년째 해 온 일이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은 그를 '생일 축하봇(생일 축하 로봇)'이라 부른다. 기계치이면서 로봇이라는 별명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 사연을 듣기 위해 11월 29일, 12월 26일 두 차례 온라인으로 서울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이자 부자학 창시자인 한동철 교수를 만났다.
서울여대를 졸업한 학생이 그려진 한동철 교수의 모습.
 서울여대를 졸업한 학생이 그려진 한동철 교수의 모습.
ⓒ 한동철 교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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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축하는 봉사의 일종

"생일 축하합니다."

한 교수는 매일 10여 명의 학생들 생일을 축하해주기 위해 위와 같이 간결한 메시지를 남긴다. 학생들의 생일을 축하해주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다. 우연히 페이스북에 접속했다가 '오늘은 ◯◯◯ 님의 생일입니다. 함께 축하해 주세요!'라는 알림을 보고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작성한 글에 학생들이 너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시간이 날 때마다 생일을 축하해주었다. 일부에게만 축하를 남기니 섭섭함을 드러내는 학생도 있었다. 학생들의 불만을 해소하고자 매일 축하글을 적다 보니 어느새 그의 하루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일과가 되었다.

"페이스북에 생일 축하를 해주는 것을 하루도 거른 적이 없어요. 아파서 이틀 동안 앓아 누워 있었을 때도 저녁 6~7시에라도 생일 축하를 해줬어요."

그가 '생일 축하 메시지'를 남기기 시작한 건 2007년부터다. 

"2007년에 페이스북에 처음 가입했는데, 자동으로 서울여대 학생들이 추천 친구로 뜨더라고요. 한 명씩 자꾸 친구로 추가 하다보니까 5천 명이 금방 채워졌어요. 매일 아침, 5,000명 중에 생일인 학생들의 이름이 뜨길래 축하 글을 남겼죠. 그런데 너무 좋아하더라고."

그렇게 15년 째, 페이스북 친구로 추가돼 있는 서울여대 학생들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다. 그는 생일을 축하해주는 행동을 '봉사'라 표현한다. 그가 창시한 부자학의 3대 핵심 분야에도 봉사가 포함돼 있다.

도움을 요청하는 서울여대 학생들은 학생이기 전에 사회 구성원이므로, 자신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가능한 한 모두 도와주려 한다. 그가 학생들에게 행하는 봉사는 생일 축하와 추천서 작성, 그리고 추천서 외의 요청을 들어주는 것이다.

학교의 주인은 학생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한동철 교수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는 한동철 교수
ⓒ 방현지, 유자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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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입장에서는 학생이 손님 아닙니까. 학교는 오로지 학생들과 학생들의 삶을 위해서 존재하는 거죠. 저는 학교가 고용을 한 교수이기 때문에 당연히 손님인 학생을 위해서 최대로 노력하는 게 정상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공부한 지식을 가르치는데, 저의 얘기를 들어주는 사람도 우리 학생들이어서 더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그가 학생들을 도와주고 애정하는 것은 모두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특히 학생의 주인이 학생임을 강조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봉사는 기본적으로 누구나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도와줍니다. 모르는 사람도 도와주는데 아는 사람을 못 도와줄 이유가 없죠. 그런 순수한 마음에서 학생들을 도와요. 내가 해줄 수 있는 선에서는 학생들의 요청이나 부탁을 다 들어주고 싶어요. 제 입장에서는 조금만 신경을 써주면 되는 거니까."

간혹 서울여대가 아닌 다른 학교 학생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한 교수는 한 남학생이 입사 지원서에 한 교수를 지도교수로 적었던 일화를 전했다. '어떻게 남학생의 지도교수가 여자대학교 교수인지 알고 싶다'며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알고보니 부자학연합동아리에 속해 있던 학생이었다. '지도 교수가 맞느냐'는 회사의 질문에 한 교수는 "그 학생이 지도 교수라 생각한다면 내가 지도 교수다"라고 답했다.

이처럼 한 달에 5~6번, 많게는 10번까지 서울여대 학생뿐만 아닌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만남, 인터뷰, 장학금 추천서 작성 등을 요청하는 연락이 온다. 그는 "연락이 많이 온다거나 요청이 부담스럽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제가 그걸 해주기 위해 2시간 동안 머리를 싸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니까. 제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그 학생에게는 도움이 되고 저는 힘든 게 아니니까, 그러니까 해주는 거죠."
 
"몇십 년이 지나도 언제든"


길을 걷다 보면 모르는 사람이 인사를 건네는데, 열의 일곱은 서울여대 졸업생이다. 졸업한 지 몇십 년이 지나 어느새 대학생 아들을 둔 엄마가 되어 자신을 찾아오기도 한다. 그가 행한 봉사를 기억해주는 것이 그에게 큰 기쁨이 된다. 이러한 경험들은 그가 학생들을 돕는 원동력이 된다.

내년 8월에 정년 퇴임을 앞둔 그는 학생들에게 어떤 교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질문에 "요청하면 들어주는 교수"라 답했다. 비록 내년 9월부터는 교수로 학생을 만날 수는 없지만, 요청하면 '들어주는 사람'은 유효할 것이라고 한다.

그는 학교 안에서 교수와 학생으로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학생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소중하게 여겨진다고 했다. 그는 "20년, 30년이 지나도 언제든 연락만 하면 나를 만날 수 있다"며 봉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 말했다. 교수가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계속해서 서울여대 학생들을 도울 것이는 다짐이다.
 
"퇴임을 하고 나서도 생일 축하나 추천서 작성 같은 것들을 계속할 거예요. 10년이 지나더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다 해줄 수 있습니다."

태그:#한동철, #한동철 교수, #서울여자대학교, #서울여대, #부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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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여자대학교 저널리즘전공 유자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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