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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예산안 처리가 또다시 기한없이 미뤄진다. 국민의힘이 이른바 '김진표 중재안' 수용 불가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조급한 마음이 없진 않지만, 그렇더라도 우리가 가진 원칙이나 국가경제 재정상황에 비춰봐서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을 '좋은 게 좋다'고 받아들이긴 어려운 실정"이라며 이러한 입장을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이 전날(15일) '김진표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잠시 켜졌던 예산안 처리 '청신호'가 다시 꺼져버린 셈이다.

주호영 "경찰국 등 예산 예비비 편성? 민주당의 '위법' 낙인찍기"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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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5일 공전 중인 여야 예산안 협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25%→24%) ▲행정안전부 경찰국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 예비비 편성를 골자로 한 최종 중재안을 여야에 제안했었다. 앞서 정부·여당의 '법인세 최고세율 3%p 인하' 자체를 반대하고 행안부 경찰국 등 위법한 시행령에 따른 정부 조직 예산을 전액 삭감할 것을 주장했던 민주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국회의장의 뜻을 존중하겠다"면서 이를 수용했다.

그러나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는 그 필요성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하 폭이고 행안부 경찰국 및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예비비로 편성하는 건 정치적 낙인찍기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는 16일 "지금 법인세 문제로 해외직접투자 (유치) 전쟁이 붙어 있는 상황"이라며 "겨우 (법인세 최고세율을) 1%p 내리는 것만 갖고는 해외투자자들이나 중국으로부터 빠져나오는 자본에 '대한민국이 기업하기 좋고 경쟁력 있는 나라'라는 신호를 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경찰국이나 인사정보관리단이 적법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이 예산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국가기관의 신뢰를 결국 국회 예산 자체가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며 "(행안부 경찰국 등의 예산) 5억 원 때문에 이러느냐고 하지만, 그것은 민주당이 새 정부가 하는 경찰에 대한 제대로 된 인사관리, 고위공직자들에 대한 검증 문제를 다 위법하게 만드는 낙인찍기이므로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 원내대표는 '김진표 중재안' 외 민주당의 다른 주장들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하던 5년 동안에도 전혀 하지 않았던 선심성 예산들을 이 정부에 와서 처음으로 무리하게 하자고 한다"면서 "기초연금 부부합산 공제가 꼭 필요한 제도였다면 자신들이 집권할 때 시작이라도 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연 1조6000억 원이나 드는 사업을 하자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서도 "김진표 의장이 (이번 최종 중재안 전에 제시했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3%p 낮추되 2년간 시행을 유예하자'는 정도라면 받아들일 수 있었다"라며 "우리와 (반도체 시장) 경쟁관계인 대만은 (법인세 최고세율이) 20%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낮추는 게 대만과의 경쟁에서, 그런 '언밸런스'를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봤다.

예산안 처리 지연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 쪽에 넘기는 취지의 발언도 내놨다. 주 원내대표는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민주당으로서도 국회의장이 제안한 부분에 관해서 자신들이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지 예산안 전체에 대한 합의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면서 "민주당이 최종적으로 요구하는 선들은 저희가 파악하고 있는데, 도저히 (정부·여당이) 그것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합의가 안 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박홍근 "집권여당, 대통령실 심부름꾼으로 전락하지 않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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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오히려 예산안 처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야당은 양보하면서 '김진표 중재안'을 수용했는데, 예산안 처리의 가장 큰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에서 대통령실 눈치를 보면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위기에 처한 민생경제를 구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국회의장 중재안을 대승적 차원에서 수용했는데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은 여전히 마이동풍, 요지부동"이라며 "10여 개 초거대기업, 수백명 슈퍼리치를 위해 5000만 국민의 삶이 걸린 예산을 끝까지 발목 잡을 심산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감세를 해야 한다면 초부자감세가 아니라 다수 국민을 위한 국민감세가 돼야 한다. 소수를 위한 특권예산이 아니라 다수 국민을 위한 민생예산이어야 한다"라며 "(민주당은) 국민감세와 민생예산을 관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다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오늘 안에 반드시 예산안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민주당은 국회의장 중재안을 수용키로 결단했지만 여당은 지금까지 용산(대통령실) 눈치만 보며 시간 끌기 급급하다"고 일갈했다. 국민의힘이 대통령실 때문에 '협상의 묘'를 살리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그는 "법인세 (최고세율) 1%p 인하 받으려고 지금껏 이러고 있겠느냐며 예산심사 당사자도 아닌 대통령실이 또다시 국회 협상을 폄훼하고 어깃장을 놓는다"라며 "민주당이 결단하고 양보한 건 오로지 3중고에 놓인 대한민국 경제, 민생이 우선이라는 절박함에서였는데 정부·여당은 국회선진화법마저 무시한 채 법정시한과 정기국회 회기, 의장이 정한 기한까지 무려 세 번의 예산안 처리시한을 놓쳤다"고 비판했다.

또 "국회가 대통령의 일방적 요구에 그대로 따를 거라면 삼권분립이 왜 있고 민주주의를 왜 하는 것이냐"라며 "여야 협치로 예산안 처리하는 것보다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냐"라고도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박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무한책임감으로 중재안을 수용했듯이 국민의 삶에 대한 무한책임 있는 여당은 이제라도 결단해야 한다. 대통령실 심부름꾼으로 전락하지 않길 바란다"라며 "왕조시대도 아닌데 대통령의 만기친람으로 국회가 재가 받듯이 해서야 되겠나. 집권여당이 이번만큼은 모든 결정권한을 갖고 무거운 책임감으로 협상에 임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주호영, #박홍근, #예산안 처리, #김진표 중재안, #법인세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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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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