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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없는사회시민사회모임이 12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보류 사실에 반발, 수상 무산 시 전년도에 수상한 상을 반납하겠다고 발표했다.
 학벌없는사회시민사회모임이 12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대한민국 인권상 수상 보류 사실에 반발, 수상 무산 시 전년도에 수상한 상을 반납하겠다고 발표했다.
ⓒ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 상임활동가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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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대한민국 인권상'이 적힌 국가인권위원장 표창장과 꽃다발을 나란히 들고 선 사진 옆으로, 이 상을 "반납하겠다"는 입장이 12일 올라왔다. 학벌없는사회를위한시민모임(아래 학벌없는사회)은 이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이자 인권 운동가인 양금덕 할머니의 인권상이 보류된 사실에 '비판 연대'의 뜻을 담아 지난해 받은 상을 다시 내놓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고형준 학벌없는사회 상임활동가는 12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상당한 영예감을 느꼈던" 전년도 상을 올해 반납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며 "시민단체의 자존심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독립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해칠 수 있는 대표 사안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학벌없는사회는 지난해 출신학교 차별과 소수자 인권침해 해소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인권상을 수상한 바 있다.

학벌없는사회는 지난 보수 정권인 이명박 정부에서도 같은 논란이 불거졌던 일을 상기했다. 2008년 당시 이정이 부산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대표가 인권상 최종 수상자로 결정됐음에도, 뉴라이트 및 보수 언론이 반발하자 행정안전부 등에서 문제를 제기, 수상을 취소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관련 기사 : "'인권 유린' 이명박정부, 인권상 줄 자격 없어" http://omn.kr/6z9a).

박고형준 상임활동가는 "공교곱게도 보수 정권에서 이런 일들이 (다시) 생긴 것이다"라면서 "(지금 정부가 그때처럼) 어떤 보수적 맥락에서 이런 판단을 했다고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판단을 (다시)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금덕 할머니는 일제강점기 피해자 권리회복 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2022인권상 시상식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기로 추천됐다가 외교부의 '의견 표명' 형식의 제동으로 수상이 보류된 바 있다. 이때문에 외교부가 정치적 판단으로 입법·사법·행정 3부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국가인권위의 의사결정에 개입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금덕 할머니는 지난 11일 인권위 대신 시민들이 수여한 '우리들의 인권상'을 수상하면서 "앞으로 무슨 일이든 주저하지 않고 씩씩하게 일을 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고형준 상임활동가는 "(외교부는) 발목을 잡든, 어떤 입장을 내든 간에 밀실에서 이야기할 게 아니었다"면서 "예단으로 이런 논란까지 끼치는 것은 국가기관으로서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는 행동이다"라고 지적했다. 아래는 박고형준 활동가와 함께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인권 위해 활동해 받은 상... 이런 논란 생기면 인정 못 받아"
 
미쓰비시 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1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조속한 손해배상금 지급 확정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미쓰비시 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와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회원들이 11월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후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의 조속한 손해배상금 지급 확정 판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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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에서 양금덕 할머니 수상 무산 시 대한민국 인권상을 반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수상 당시에는 의미가 남달랐던 상이었을 텐데요.

"지난해 인권상을 수상하며 상당한 영예감이 있었습니다. (이 상만큼은) 단체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다른 인권 활동가와 단체에도 (우리들의) 활동을 알려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상을 받게 됐지요."

- 그런 의미가 이번 양금덕 할머니에 대한 수상 보류 결정으로 퇴색 됐다고 보시는지요.

"국가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상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런 논란이 생기면 국민에게 (인권 활동의 보람을) 알리고자 노력한 것들 자체가 의기소침해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활동 자체를 국민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상을 반납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어서, 마침 한 달에 한 번 있는 정례회의가 지난 주 9일 열려 함께 결정했습니다."

- 단체는 입장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인권위가) 수상자를 최종 결정할 때는 절차에 따라 충분히 검증하고 평가합니다. 이를 국무회의에서 의결조차 않거나, 거부할 때 더 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시민단체 자존심의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인권위라는 국가기관의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입법·사법·행정 3부에 속하지 않은) 독립기구인 인권위의 독립성을 해치는 대표 사안이 될 수 있습니다. 독립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금이라도  국무회의에서 의결을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이명박 정부 당시 이정이 부산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대표가 같은 상에 최종 추천 됐다가 일방적으로 취소된 사례도 언급돼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보수 정권에서 (다시) 이런 일이 생긴 것인데요. 다만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문제는 보수 정권에서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소극적으로 대처한 게 사실이지요. 그러나 지금 (수상 보류 상황만) 보면 보수 정권에서 같은 모양새를 띠고 있어 (이 흐름을) 객관적으로 설명한 것입니다. (지난 정권처럼) 어떤 보수적 맥락에서 이런 판단을 했다고 오해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현 정부가 다시 올바른 판단을 했으면 합니다."

- 외교부가 사실상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이 보류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이런 보류 과정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발목을 잡든, 어떤 입장을 내든 이런 (의사 표현은) 밀실에서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통해 공식적으로 말했어야 할 사안이 아닐까요. 이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민주주의에도 반하는 행위라고 봅니다. 예단으로 이런 논란까지 끼치는 것은 국가 기관의 위상에도 걸맞지 않은 것 같습니다."

- 반납 결정 과정에선 어떤 논의가 오갔나요.

"당연히 연대 차원에서 (모두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일이라고 봤습니다. 2010년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당시에도 독립성 훼손 문제가 불거졌을 때 인권상을 거부한 비슷한 상황도 있었지요(관련 기사 : "현병철의 인권위는 상 줄 자격 없다" http://bit.ly/Z1hszV). 같은 위치에 있는 단체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이고, 이 행동이 알려졌을 때 다른 단체에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상을 거부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 의식을 갖지 않고 있다고 단정해선 안 되겠지요. 최소한 지금 시기에 이런 행동이 양금덕 할머니를 도울 수 있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에 의견을 모으게 됐습니다."

태그:#양금덕, #국가인권위원회, #윤석열, #외교부,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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