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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사랑하는 이모를 하늘로 보낸 후 죽음이 너무나 무섭게 느껴졌다. 강하다고만 생각했던 엄마의 작아진 모습과 어린아이처럼 울던 사촌 오빠, 상실에 빠진 가족들을 마주했다. 내가 두려웠던 건 세상에서 사라지는 '죽음' 그 자체가 아니었다. 남겨진 가족이 상처를 겪는 것이 두려웠다. 장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 내가 갑자기 죽는다면 어떨지 상상에 잠겼다.

더 이상 사랑하는 부모님과 동생들을 볼 수 없고, 같이 있기만 해도 즐거운 친구들과 헤어져야 한다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이번 생에 못 해본 게 많아 아쉽기도 했다. 제일 걱정되는 건 부모님이었다. 불의의 사고나 질병으로 세상을 등져도 나는 그걸로 끝이지만 부모님과 가족들의 마음은 어떨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나눠줄 재산도 세상을 떠날 생각도 없지만, 세상살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가족들에게 남길 위로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먼저 글로 쓰기 전 난 어떤 삶을 살았는지 생각했다. 내게 소중한 주변 사람들과 어떤 일이 있었나 돌아봤다. 웃긴 일도 슬픈 일도 모두 추억했다. 부모님과 다퉜을 때 내가 먼저 사과할걸, 더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해볼 걸 하는 후회가 가장 많았다. 이런저런 떠오른 생각들을 글로 옮겨적었다.

'이번 생 덕분에 잘 놀다 갑니다.' 유서의 첫 문구는 유쾌하게 시작했다. 좋은 기억만 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적었다. 부모님, 동생들, 가까운 사람들과 있었던 즐거웠던 에피소드와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다. 유서의 끝부분에는 마지막 소원이자 가장 하고 싶은 말을 적었다.

'저를 생각하며 후회나 자책하지 마세요. 이번 삶에서 애틋한 가족으로, 좋은 친구로 만나 저는 정말 행복했습니다. 제 여행은 이제 시작이니 너무 오래 슬퍼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다.' 스무 살 내 첫 유서가 완성되었다.

유서를 적으며 나는 많이 변했다. 첫째로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 친구들끼리 힘들 때 "한강 가자", "불가능" 같은 부정적인 말을 쓰며 쉽게 포기했었다. 유서를 쓰며 삶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하니 역설적으로 더욱 삶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힘든 일이 생겨도 할 수 있다! 생각하고 용기를 낸다. 포기하지 않고 나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하도록 노력한다.

둘째, 실천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유서를 적으며 하고 싶은 건 많은데 하지 못한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랴 포기한 일, 시간을 핑계로 미뤄둔 일들이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번 돈으로 헬스를 배우고 태어나 처음 화려한 염색도 했다. 돈을 더 모아서 배우고 싶던 기타 학원에 등록할 목표도 세웠다. 생각했던 일들을 직접 실천하니 뿌듯했다.

셋째, 내 삶에서 중요한 가치 순위를 재정립했다. 죽음을 생각하니 평소에 큰 고민이던 성적, 인간관계가 별 거 아니게 느껴졌다. 내가 좇은 가치는 죽음 앞에서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었다. 성적표에 쓰여있는 알파벳보단 공부하는 과정에서 얻는 배움과 성장에 더욱 집중하고, 많은 사람에게 인정받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좋은 추억을 쌓는 게 더 소중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처음엔 단순히 남은 가족에게 위로를 건네기 위해 쓰기 시작한 유서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죽음에 대해 고민하며 주변 사람들의 소중함과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보며 삶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지는 걸 권한다.

태그:#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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