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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지 화가는 일상의 대부분을 혼자 보낸다. 하지만 외롭다거나 적적함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과 소통하는 탓이다.
 장혜지 화가는 일상의 대부분을 혼자 보낸다. 하지만 외롭다거나 적적함을 느끼지 않는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과 소통하는 탓이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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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창작한다는 것은 매우 고단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장혜지(39·짜잔)씨는 대단한 사람이다. 하나도 힘든 창작을 두 개씩이나 하고 있느니 말이다.

그의 직업은 화가.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세상 사람들은 동화작가 '짜잔'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무심히 답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을 별개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저에게는 숟가락과 젓가락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그래서 힘들기는 하지만 그림과 글쓰기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난 2014년 장애인 인식개선 동화 공모전에서 '가까이서 보기 멀리서 보기'란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한 그는 6년 만인 2020년 두 번째 동화 '물고기 퐁고를 만난다면'을 세상에 선보였다.      
 
동화 작가 짜잔으로 선보인 ‘가까이서 보기 멀리서 보기’와 ‘물고기 퐁고를 만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색다른 작품을 툭하고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
 동화 작가 짜잔으로 선보인 ‘가까이서 보기 멀리서 보기’와 ‘물고기 퐁고를 만난다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색다른 작품을 툭하고 내놓을지 기대가 된다.
ⓒ 방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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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두 번째 작품은 지금 살고 있는 태안군의 산비탈에서 완성한 작품이다. 서울 토박이 인 그는 4년 전 지금의 보금자리로 터전을 옮겼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시골생활에 대한 동경과 서울에서의 삶도 그다지 도시 생활 같지 않았던 탓에 큰 고민 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반려견과 함께 내려와서 폐가 수준의 집을 고쳐가면서 생활했는데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마음에 들더군요. 시골생활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글을 쓸 소재도 얻고 있으니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돼요."

그의 전원생활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넉넉하지 않다. 사방을 둘러봐도 인기척이 귀한 곳이라 가끔은 흐트러지고, 꾀를 부릴 법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엄격하게 관리한다.
 
장혜지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을 별개가 아닌 하나라고 말했다.
 장혜지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을 별개가 아닌 하나라고 말했다.
ⓒ 장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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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그의 출근 시간은 오후 3시. 텃밭과 마당 그리고 반려견 등 손길이 필요한 곳을 일일이 챙기다 보면 오전은 양은냄비의 라면국물이 식는 속도보다 빨리 지나간다. 그래도 그는 산골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이 마냥 즐겁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번잡스럽게 준비해야 하는 과정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느껴요. 예전에는 나 혼자 작업을 했다면 이제는 주변의 모든 것과 주고 받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생활 속 공간에서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예약형 갤러리를 운영해 보겠다며 환하게 웃는 장혜지 화가. 앞으로의 산골생활에서 어떤 똑소리 나는 그림과 동화를 선보일지 기대를 갖게 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청뉴스라인에도 실립니다.


태그:#장혜지화가, #짜잔, #동화작가, #가까이서 보기 멀리서 보기, #물고기 퐁고를 만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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